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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집 앞, 꽹과리 치는 보수 "좌파엔 침묵, 우파엔 폭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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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서울 시장이 거주 중인 아파트단지 정문에 우리공화당 측이 걸어둔 현수막. 문희철 기자

오세훈 서울 시장이 거주 중인 아파트단지 정문에 우리공화당 측이 걸어둔 현수막. 문희철 기자

“이태원 참사 분향소도 우리가 설치한 것과 같은 불법 천막인데, 왜 강제 철거하지 않나요?”

오세훈 서울시장이 거주하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 아파트 단지에서 시위를 해온 우리공화당 관계자 주장이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우리공화당은 지난 14일부터 날마다 하루 3~4시간 오 시장 자택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25일 본인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서 “주변 지역 주민 어려움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 이후 일시적으로 집회는 중단한 상황이다. 하지만 조 대표는 “오세훈 시장 행위에 분노하고 억울한 마음을 잘 안다”며 여전히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오세훈 자택서 시위하는 우리공화당

우리공화당은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본인들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문희철 기자

우리공화당은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본인들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문희철 기자

우리공화당 지지자들이 시위하는 요지는 ‘형평성’이다. 우리공화당이 2019년 5월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무단 설치하자 서울시는 47일 만에 강제 철거했다. 하지만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가 지난 4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설치한 추모 분향소는 서울시가 철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우리공화당 관계자는 “금속노조 단식농성이나 촛불 집회 등 좌파가 광화문광장을 무단으로 점유했을 때 서울시는 변상금만 부과했다”며 “용역 깡패를 동원해 우리공화당 천막을 강제 철거했을 때와 너무나 다른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시장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었다. 오 시장 자택 앞 시위 관련, 또 다른 우리공화당 당원은 “박원순 전 시장 폭력 행정대집행을 오세훈 시장이 정당화하고 있다”며 “좌파 투쟁에는 침묵하고, 우파에겐 잔인한 폭력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 집 인근 주민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102동 주민 김모(48) 씨는 “아파트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구조라 시위하면 건물을 타고 소음이 올라온다”며 “방학이라 집에 있는 아이들이 자꾸 놀라는데 꽹과리는 안 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경비반장을 맡은 장모씨도 “하루에 20~30명 정도가 와서 꽹과리를 치거나 마이크에 대고 소리치며 소란스럽게 했는데, 한 번은 100명 넘게 온 적도 있었다”며 “입주민이나 지역 상인의 ‘조용히 해달라’는 요청을 전달해봤지만 막무가내”라고 말했다.

이들 시위를 이해한다는 주민도 있었다. 오 시장과 같은 아파트에서 10여년 이상 거주했다는 102동 주민 임모(69) 씨는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시위나 집회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시끄러운 건 사실이지만 주민을 위협하는 행위는 없었다”고 말했다.

보수 단체가 유세차를 동원해 이태원 분향소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문희철 기자

보수 단체가 유세차를 동원해 이태원 분향소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문희철 기자

市 “이웃 볼모로 억지 주장”

이태원 참사 분향소 철거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서울시청 인근에 붙어 있다. 문희철 기자

이태원 참사 분향소 철거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서울시청 인근에 붙어 있다. 문희철 기자

우리공화당 주장에 대해 서울시는 ‘시장 이웃을 볼모로 삼지 말라’고 한다. 신선종 서울시 미디어콘텐트 수석은 “우리공화당이 확성기·마이크·음악을 동원해 억지 주장으로 이치에 닿지 않는 요구사항을 관철하려고 한다”며 “시장 이웃을 볼모로 극심한 소음 시위를 계속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자유대한호국단·자유민주당 등 단체는 서울시청에서 을지로 방면 사거리에 ‘핼러윈 사고 시청 분향소 즉각 철거하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서울시가 예고한 행정대집행이 늦어지자 ‘오세훈 시장의 온정주의 행정 반대’라는 내용도 나왔다. 선거에 종종 사용하는 유세차를 동원해 “이기주의의 절정, 징글징글한 떼법을 철폐하라”며 이태원 분향소 철거를 요구했다.

지난 9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서울시민 60.4%는 서울광장 이태원 희생자 분향소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찬성 의견은 37.7%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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