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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냄새 난다" 스벅 3000개·맥도날드 900개 몰려간 이 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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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정학적 갈등과 첨단기술 경쟁 등으로 미·중 간 디커플링이 심화하고 있지만 올해 미국 소비재 기업들의 중국 진출 계획은 어느 때보다도 공격적이라는 미국 현지 보도가 나왔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숨죽이고 있던 중국의 경제가 크게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는 2025년까지 중국에 신규매장 3000곳을 오픈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AP=연합뉴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는 2025년까지 중국에 신규매장 3000곳을 오픈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AP=연합뉴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스타벅스, 랄프로렌 등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올해 중국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골드만삭스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2%에서 5.5%로 상향 조정하는 등 중국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징후 속에 '돈 냄새'를 맡은 기업들이 잇따라 태평양을 건너고 있다는 보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상하이의 임대료가 치솟고 상점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는 등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라고 이날 보도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2025년까지 중국에 신규 매장 3000곳을 개장한다고 발표한 미국 커피 기업 스타벅스다. 중국이 코로나19로 문을 걸어 잠근 기간 이 나라에서 매출이 급감했음에도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높게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는 "이곳에서의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일 뿐이며, 곧 중국 고객들이 스타벅스로 몰려들 것"이라고 말하고 봄에 중국을 방문하겠다고 알렸다. 현재 스타벅스의 최대 시장은 미국이지만, 스타벅스 측은 몇 년 안에 중국 내 매출이 미국에서 거두는 수익을 추월할 것이라 보고 있다.

중국 푸저우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 중국식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다. 사진 셔터스톡

중국 푸저우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 중국식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다. 사진 셔터스톡

패스트푸드 업계도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 신규 매장 700곳을 연 맥도날드는 올해 900개 매장을 추가로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에 열기로 계획한 신규 매장 수의 2배다. 2020년 중국에 진출했으나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해 철수했던 파파이스는 이번 달 초 중국 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 향후 10년간 중국에 1700개 매장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FT는 "서구 시장에선 패스트푸드 업체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중국 소비자 사이에선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 KFC·맥도날드·버거킹 등 관련 업체들의 중국 진출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밖에 미국 최대 소고기 수출업체인 식품회사 타이슨 푸드, '스팸'으로 잘 알려진 식품기업 호멜 등이 올해 중국에 신규 공장을 건립할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한 맥도날드 매장. 맥도날드는 중국에 신규 매장을 공격적으로 오픈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에 있는 한 맥도날드 매장. 맥도날드는 중국에 신규 매장을 공격적으로 오픈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식음료 기업뿐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의류업체인 랄프로렌, 태피스트리(코치의 모회사) 등이 올해 매출 대부분을 중국에서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IT 업계가 대거 몰려있는 중국 선전시(市)에 신규 매장을 연 랄프로렌은 곧 청두에도 매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미국 기반 다국적 패션기업 태피스트리의 경우 올해 중국 내 신규 매장을 오픈하고 기존 매장을 보수하는 데 1억 6200만 달러(약 2136억 원)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명품업계의 중국 진출이 활발할 것으로 관측된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명품 시장은 2025년까지 전 세계 시장의 25%(현재 2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올해 중국의 명품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전 세계 평균 예상치(9%)의 약 1.7배다.

미국 맨해튼에 있는 태피스트리 본사.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맨해튼에 있는 태피스트리 본사.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럭셔리 전문매체 징데일리는 "매년 성장을 거듭하던 중국 명품 시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상승세가 꺾였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이 폐기된 만큼 올해 다시 날아오를 것으로 기대된다"며 "글로벌 명품업계 CEO(최고경영자)들이 잇따라 중국을 찾는 등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미국 소비재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는 데는 중국 정부가 2019년 이후 3년여 만에 마블 슈퍼 히어로 영화 개봉을 허용하는 등 외국 기업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고 WSJ는 분석했다. 최근 중국 외교부는 자국 SNS 위챗에 외교부 고위 인사가 미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사 간부와 만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에 진출하고 있는 미 기업은 대부분 소비재 기업이란 데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WSJ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며 첨단기술 관련 제재 강도를 높이고 있어 첨단기술 관련 기업들은 (중국 진출에)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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