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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은-임성재 첫 우승 발자취…‘아듀’ 혼다 클래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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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골프팬이 2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혼다 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42년간 대회를 후원한 혼다를 향해 감사의 의미를 담은 플래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1982년 출범한 혼다 클래식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필드와 작별했다. AP=연합뉴스

한 골프팬이 2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혼다 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42년간 대회를 후원한 혼다를 향해 감사의 의미를 담은 플래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1982년 출범한 혼다 클래식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필드와 작별했다. AP=연합뉴스

양용은(51)은 2009년 3월 생애 처음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상을 밟았다. 37살의 늦은 나이로 맛본 감격이었다. 그로부터 11년 뒤에는 후배 임성재(25)가 첫 번째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양용은과 같은, 바로 혼다 클래식에서였다.

한국 골프와 연이 깊은 혼다 클래식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982년 출범해 4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오던 혼다 클래식은 2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마지막 최종라운드를 끝으로 필드와 안녕을 고했다.

혼다 클래식의 역사는 4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미 수출을 지속해서 늘리던 일본 자동차기업 혼다가 마케팅의 일환으로 혼다 클래식을 개최했다. 처음에는 기존 대회장(인버러리 골프장)의 이름을 따 혼다 인버러리 클래식으로 출발했지만, 1984년부터 지금의 혼다 클래식으로 명명했다.

혼다 클래식은 PGA 투어에서 최장수 스폰서십을 유지한 대회이기도 하다. 40년이 넘도록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켰다. 플로리다주 지역 사회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AP통신은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PGA 투어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계약이 종료된다. 이번 주말은 누군가가 혼다 클래식에서 우승하는 마지막 시간이 될 것이다”고 아쉬움을 에둘러 표했다. 현지의 한 골프팬은 42년간 대회를 후원한 혼다를 향해 감사의 의미를 담은 플래카드를 손수 준비해오기도 했다.

한국 선수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무대다. 2009년 3월 양용은이 생애 첫 번째 PGA 투어 우승을 차지한 대회가 바로 혼다 클래식이다. 이어 양용은은 다섯 달 뒤 열린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8·미국)를 누르고 전성기를 달렸다. 임성재 역시 2020년 3월 PGA 내셔널 골프장에서 달성한 마수걸이 우승을 발판삼아 정상급 선수로 거듭났다.

역대 우승자 명단도 화려하다. 1982년 초대 챔피언 헤일 어윈(78)을 비롯해 1993년 프레드 커플스(64·이상 미국), 2008년 어니 엘스(54·남아공), 2012년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 2018년 저스틴 토마스(30·미국) 등 쟁쟁한 선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오랜 전통을 자랑하던 혼다 클래식은 그러나 최근 들어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개최 기간 앞뒤로 대규모 대회가 연달아 잡히면서 위상이 줄어들었다. 먼저 혼다 클래식 앞에는 WM 피닉스 오픈과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이 차례로 열린다. 모두 총상금 2000만 달러짜리 대회다. 또, 바로 뒤에는 2000만 달러의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과 2500만 달러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개최된다. 총상금이 840만 달러인 혼다 클래식으로선 정상급 선수들을 데려오기가 어려워졌고, 결국 지난해 11월 스폰서십 해지를 발표했다.

크리스 커크가 2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혼다 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정상을 밟은 뒤 우승 트로피와 입을 맞추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크리스 커크가 2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혼다 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정상을 밟은 뒤 우승 트로피와 입을 맞추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별이 아쉬워서였을까. 이날 열린 최종라운드는 정규 18홀에서 연장 1홀을 더해 끝이 났다.

마지막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하루였다. 최종라운드 내내 단독선두를 달리던 크리스 커크(38·미국)는 파만 잡으면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던 18번 홀(파5)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그린을 직접 노린 세컨 샷이 해저드로 빠졌다. 결국 여기에서 보기를 기록해 에릭 콜(35·미국)과 연장으로 향했다.

커크는 그러나 같은 18번 홀에서 치러진 연장에선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다. 3번째 샷을 컵 옆으로 정확히 붙여 버디를 잡았다. 반면 콜의 3m짜리 버디 퍼트는 홀을 외면하면서 커크가 혼다 클래식의 마지막 챔피언이 확정됐다.

2007년 프로로 전향한 커크는 2015년까지 4승을 기록하면서 순항했다. 그러나 알코올 중독과 공황장애를 겪으면서 정상과 멀어졌다. 골프를 그만두는 시기도 있었다. 오랜 방황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됐다. 클럽을 다시 잡은 2020년 PGA 2부투어에서 우승하며 재기했고, 이번 대회를 제패하면서 부활을 알렸다.

약 20억 원의 우승상금을 획득한 커크는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해서인지 오늘 정말 긴장했다”면서 “지난 3~4년 동안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도록 도와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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