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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국가 핵능력 고려”...'서방 탓' 심해진 푸틴의 속내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 뿐 아니라 영국·프랑스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핵무기 능력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이 된 시점에서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위험성을 더욱 부각해 이번 전쟁이 러시아 국민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내세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자국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주요 나토 회원국들이 우리에게 전략적 패배를 가하고, 우리 국민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그들의 핵 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들의 핵 능력을 어떻게 고려할 것인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주제에 대해 현장 중심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를 보호하고, 안보와 전략적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도 했다.

그의 이 발언은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 21일 국정연설에서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하며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의 핵무기에 대한 통제를 복귀 조건으로 내걸었다. 또 "전쟁을 시작한 것은 서방이고, 우리는 이를 막기 위해 무력을 사용했다"는 주장도 했었다. 미국과 러시아가 2010년 체결한 뉴스타트는 양국의 핵탄두와 운반체를 일정 수 이하로 감축하고, 쌍방 간 핵 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26일 "푸틴 대통령은 점점 더 우크라이나 전쟁을 국민의 생존을 위한 전쟁, 러시아 역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순간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즉, 러시아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아 불가피하게 전쟁을 벌였다는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의미다.

AP통신에 따르면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정치학자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이유로 '러시아인들의 생존에 대한 위협'을 주장하는 것은 푸틴이 가장 좋아하는 주제"라며 "그는 러시아가 서방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으며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AP=연합뉴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AP=연합뉴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26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이런 행보에 대해 "푸틴은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만들 수 있고,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으며 우리의 유럽 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고 결국 정치적 피로가 시작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푸틴은 당분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할 순 없지만, 패배할 수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번스 국장은 지난해 11월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을 만났을 당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면 심각한 후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내게 요청한 것은 러시아가 어떤 종류의 핵무기라도 사용을 선택하면 심각한 후과가 뒤따를 것임을 나리시킨에게, 또 그를 통해 푸틴에게 명확히 하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나리시킨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했으며, 푸틴 역시 그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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