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특허내고 창업도 하고...건국대 혁신인재 ‘무럭무럭’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0월 ‘2022 제주 IUCN 리더스 포럼’에 참가한 조윤주 학생(환경보건학과)은 전 세계 생물 다양성 활동가를 만나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IUCN 리더스 포럼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과 환경부, 제주특별자치도가 공동 주최한 글로벌 행사로, 지난해에는 전 세계 정부와 기업, 국제기구, 시민사회 리더들이 모여 지구와 사회의 회복력 강화 움직임을 의미하는 ‘네이처 포지티브’를 주제로 3일간 대화를 나누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전기전자공학을 공부하는 박병준 학생은 지난해 12월 14일 ‘스마트 컨테이너 제어 시스템 및 그의 제어 방법’에 대한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앞서 박병준 학생은 스마트해상물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현 삼성전자 임직원과 월 1회 멘토링을 진행했고 오픈소스 플랫폼을 통해 실무경험도 쌓았다. 이 과정에서 개발한 ‘스마트 컨테이너 제어를 위한 알고리즘’에 대한 논문을 작성해 한국정보처리학회에서 발표하고, 스마트해상물류 부문에서 최우수상(1위)을 받는 쾌거도 얻었다.

조윤주, 박병준 씨는 모두 건국대에 재학 중인 학부생인 동시에 ‘슈퍼루키 1기’이다. 슈퍼루키(Super Rookie)는 본래 뛰어난 기량과 활약을 펼치는 신예 선수나 신입생을 의미한다. 여기서 슈퍼루키는 건국대학교가 지난해부터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통해 새롭게 시작한 인재양성 프로그램이다.

대학은 자율적인 사업을 기획·지원해 혁신 인재를 양성하고, 학생은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혁신 활동에 동력을 얻고 꿈을 구체화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건국대는 슈퍼루키 사업을 통해 발굴한 혁신 인재들이 사회적 영향력을 키우고 나아가 국제무대에서도 당당히 활약하는 인재로 양성한다는 목표다.

건국대 슈퍼루키 사업은 지난해 9월 1기 모집을 출발점으로 막을 올렸다. 1기로 선발된 슈퍼루키는 총 7명이다. 이들은 지난해 9월 19일부터 올해 1월 18일까지 4개월간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 활동 중 일부가 바로 앞서 소개한 조윤주, 박병준 학생의 사례다.

1기 슈퍼루키 7명의 전공만 살펴봐도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약상이 엿보인다.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이들 스스로 수립한 활동 목표를 한 번 살펴보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구민지 학생은 ‘재난 시 사용될 날씨 현황 공유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UX/UI 연구’를 슈퍼루키 활동의 최우선 목표로 내세웠다. 동물자원학과 김지현 학생은 차세대 축산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활동에 주력했다. 전기전자공학부 박병준 학생은 반도체 전문지식을 갖춘 실무형 인재가 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학생창업으로 기업의 대표이기도 한 스마트운행체공학과 안병세 학생은 ‘AI 빅데이터와 자율비행 드론을 결합한 태양광 패널 자동 점검 시스템’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모든 활동의 초점을 맞추었다. 스마트ICT융합공학과 이찬규 학생은 혼합현실 기술창업을 목표로 창업 아이템을 구체화하고 기술 기반을 구축해 나갔다. 환경보건학과 조윤주 학생은 ‘기후위기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국경을 초월한 노력을 하겠다는 출사표를 냈다.

슈퍼루키 사업에 참여하면서 이들이 세운 목표는 제대로 실현되었을까? 목표 달성률은 95% 이상이다. 슈퍼루키 사업의 특징 중 하나는 ‘달성 가능한 목표인가’를 사전에 점검하는 것이다. 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구체성 있는 계획을 세우느냐 역시 매우 중요한 선발 조건이다. 슈퍼루키 1기가 성공리에 첫발을 뗄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

일례로 ‘날씨 현황 공유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UX/UI 연구’를 목표로 세운 구민지 학생은 슈퍼루키 활동 기간인 4개월 안에 애플리케이션의 UX 설계와 UI를 최종 완성해 냈다. 이미 관련 분야에서 기초 지식을 쌓아온 상태에서의 도전이기도 했지만, 눈여겨볼 부분은 성과물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도출하는 과정이다.

날씨 활용 애플리케이션 UX/UI 개발 전 1대1 사용자 조사를 통해 UX 전략을 수립한 점, 애플리케이션 개념설계 후 사용성 조사를 진행한 점, 나라별 사용자 특성에 따라 맞춤화 전략을 적용한 점 등이 돋보인다. 또 구민지 학생은 연구한 애플리케이션의 실제 사용자 경험과 디자인 조사를 위해 서유럽 지역의 디자인 투어, 추후 연구를 이어가기 위한 해외 대학 과정 탐색까지 병행했다.

스마트운행체공학과 안병세 학생의 경우 드러나다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2021년 학생창업으로 ‘드론 서비스 전문기업’을 설립했다. 안병세 학생이 슈퍼루키 1기에 참여하면서 세운 목표가 남달랐던 이유이기도 하다. ‘AI 빅데이터와 자율비행 드론을 결합한 태양광 패널 자동 점검 시스템’이라는 기술을 고도화하겠다는 정확한 표적을 가지고 접근한 것.
아이디어가 사업의 영역으로 옮겨지면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이 사용자·소비자의 접점이다. 이들의 불편함을 경쟁력 있는 서비스 혹은 물품으로 개선할 수 있어야만 사업성이 확보된다. 안병세 학생이 주목한 부분은 기존 태양광 패널 점검의 문제점이었다. 패널 관리를 위해 사람이 직접 투입되거나 드론 조종 등을 이용하는 경우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기 힘든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안병세 학생은 드론이 자동으로 태양광 패널 영역을 인지하고 마치 바둑판을 그리듯 구역을 설정해 빠짐없이 자동점검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도전한 것이다. 이 기술은 지난해 ‘도전 K-스타트업 2022’에서 학생 창업유망팀 300경진대회 도약트랙에 최종 선정되는 큰 성과로 이어졌다.

건국대는 지난해 11월 중앙일보가 발표한 ‘2022년 전국대학평가’에서 종합순위 7위에 올랐다. 중앙일보는 파격적인 순위 상승에 대해 “건국대는 2016년 이후 점차 순위가 올랐다. 취창업과 현장실습 등 학생 교육 부문에서 강점을 나타냈고 교수 연구 실적도 꾸준히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학생 교육 부문에서 3위를 기록하며 이를 증명했다.

건국대의 혁신 인재 양성을 위한 노력은 올해도 계속된다. 건국대의 대대적인 교육 혁신은 ▲대학혁신지원사업 ▲소프트웨어(SW)중심대학사업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 사업 ▲서울시 캠퍼스타운사업 등 각종 정부 지원사업 선정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사구조 개편 ▲교육과정 혁신 ▲교육환경 및 교육인프라 혁신 ▲진로·취·창업 교육 강화 ▲인문학 진흥 ▲지역사회 연계 강화 ▲신기술 산업 맞춤 인재양성 등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혁신 사례로는 ‘드림학기제’ ‘자기설계전공제’ 등이 있다. ‘드림학기제’는 건국대의 다양한 ‘플러스(PLUS) 학기제도’ 중 하나이다. 8학기 중 1학기는 창업이나 작품 창작 등 자신이 직접 설계한 활동 수행으로 학점을 인정받는다. 참가 학생들은 기획한 활동에 부합하는 교수를 선정해 프로젝트 신청부터 성과 제출까지 지도받게 된다. ‘자기설계전공제’는 학생 스스로 다양한 학과 전공의 교과목을 융합해 새로운 전공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학교의 심사·승인을 받은 후 이를 이수하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계획에 맞는 다양한 전공을 보다 유연하게 이수할 수 있다.

대학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건국대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교육의 내실을 더욱 다지고 있다. 전영재 총장은 “디지털 혁명으로 모든 경계가 사라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학생 스스로 기회를 찾고 위협 요인에 맞닥뜨리며 핵심 기술도 창조해나가야 한다”며 “과거의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혁신 인재를 위한 교육 개혁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