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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1974년 개통한 '시민의 발' 지하철 어떻게 매일 수백만 명 수송할까요

중앙일보

입력

지하철 속도는? 연료는? 한 칸 승객 정원은? 궁금증 싹 풀었죠  

서울은 지하철이 곳곳을 촘촘히 연결하고 있는 도시죠. '서울시 지하철 운행현황(2022)'에 따르면 1~9호선과 우이신설도시철도 등 총 10개의 노선이 335개의 역을 통해 서울의 구석구석을 지나갑니다. 이들은 노선이 서울의 일부를 지나는 신분당선·경의중앙선·공항철도·경춘선 등과 환승역으로 연결돼,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시민의 편리한 발로 활약 중이죠. 지하철은 우리나라에 언제 도입됐으며,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울 지하철 1~9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시민안전체험·홍보관과 군자 차량 사업소를 찾아 서울시 지하철에 대해 알아봤어요.

서울교통공사 군자 차량 사업소를 찾은 최광재·박시오·박주영·권도준(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우리나라 지하철 역사와 지하철 운행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알아봤다.

서울교통공사 군자 차량 사업소를 찾은 최광재·박시오·박주영·권도준(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우리나라 지하철 역사와 지하철 운행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알아봤다.

지하철은 땅속에 굴을 파서 부설한 철도와 그곳에 놓인 선로를 따라 운행하는 열차(전동차)를 말해요. 지하철은 여러 대의 차량이 한번에 정해진 시간과 경로에 맞춰 이동하기 때문에 버스·택시 등 지상의 도로를 이용하는 다른 대중교통 수단에 비해 신속성·정확성·대량수송성이 뛰어나죠. 그래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인구가 밀집된 전 세계의 많은 도시에 지하철이 설치됐어요. 세계 최초의 지하철은 1863년 영국에서 건설된 메트로폴리탄선(Metropolitan Railway)이에요. 이후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등 전 세계 주요 도시로 지하철 건설이 확산했죠.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이 건설되던 1971년 10월 공사 현장. 서울 지하철 1호선은 1971년 4월 착공식을 시작으로 1974년 8월 개통됐다. 서울기록원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이 건설되던 1971년 10월 공사 현장. 서울 지하철 1호선은 1971년 4월 착공식을 시작으로 1974년 8월 개통됐다. 서울기록원

우리나라에서 지하철이 개통된 건 1974년입니다. 1945년 광복 이후 서울 인구는 1966년 179만 명, 1970년 553만 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죠. 당시에는 대중교통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춰지지 않아 교통난이 심각했어요. 서울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1965년 '서울 시정 10개년 계획'으로 '향후 10년 이내 4개 노선 51.5㎞의 지하철 건설’ 방침을 발표했죠. 그 결과 1974년 4월 12일 서울역~종각역 구간에서 지하철 시운전이 무사히 진행됐고, 같은 해 8월 15일 서울 지하철 1호선이 종로선이라는 이름으로 개통했어요. 서울역부터 청량리역까지 9개 역 7.8㎞ 구간을 달리는 우리나라 최초의 지하철 노선입니다.

당시에는 지하철이 지나는 길을 만들기 위해 개착식 공법을 썼어요. 디젤 엔진을 사용해 말뚝을 박고, 판자로 공사 구간의 흙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막는 것이죠. 통행량이 적은 밤중에 공사했어도 소음이 굉장했대요. 서울시에서는 "이 고비만 넘기면 시민의 발인 지하철이 생깁니다. 참아주십시오"라고 호소했고, 결국 주민들의 인내가 더해져 1호선이 개통됐죠. 관련 기록에 따르면 서울 시민들은 1호선을 달린 1세대 전동차의 빠른 속도에 놀라 "오래 살다 보니 참 신기한 것도 본다"라고 했대요. 처음엔 일본에서 들여온 1세대 저항제어 전동차를 사용했는데요. 1977~78년 사이 대우중공업이 해외 기술제휴를 통해 최초로 국산 전동차를 36칸 제작해 1호선에 도입했죠.

1974년 첫 운행을 시작한 서울 1호선(종로선) 1세대 저항제어 전동차 반입 당시 모습. 서울기록원

1974년 첫 운행을 시작한 서울 1호선(종로선) 1세대 저항제어 전동차 반입 당시 모습. 서울기록원

이후 서울시의 지하철 노선은 여러 단계의 확장을 거쳤어요. 2023년 서울의 지하철 10개 노선은 인천 1·2호선, 경의중앙선, 수인분당선, 공항철도 등 인천·경기 지역 노선은 물론 강원도 춘천시와 충남 천안·아산 지역 지하철과 연계해 시민들의 발이 되고 있어요.


퇴근한 지하철이 머무는 곳, 차량 사업소  

지하철의 운행 시간은 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출발한 역과 마지막 역을 기준으로 오전 5시~다음 날 오전 1시까지 영업하는데요. 소중 독자 여러분은 운행을 마친 전동차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나요. 바로 차량 사업소입니다. 권도준·박시오·박주영·최광재 학생기자가 서울특별시 성동구에 있는 서울교통공사 군자 차량 사업소를 찾아 지하철에 대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아보기로 했어요. 서울교통공사 군자 차량 사업소 김용민 시설팀 팀장과 김수정 차장,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구종성 차장이 이들을 맞이했죠.

최광재·권도준·박시오·박주영(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서울교통공사 군자 차량 사업소를 찾아 신형 VVVF 인버터 전동차에 탑승해 봤다.

최광재·권도준·박시오·박주영(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서울교통공사 군자 차량 사업소를 찾아 신형 VVVF 인버터 전동차에 탑승해 봤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 지하철 1~8호선(275역), 9호선 2·3단계(언주~중앙보훈병원)를 운영하는 기관이에요. 1호선은 서울역~청량리, 3호선은 지축~오금, 4호선 당고개~남태령, 7호선은 장암~온수 구간이 서울교통공사의 관할인데, 하루 평균 700만 명의 시민이 이 구간을 이용해요.

시오 학생기자가 "버스는 운행 종료 후 차고지에 모이는데, 수많은 지하철은 어디에 모이는지 궁금해요. 운행이 종료된 밤에 지하철 안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나요?"라고 했죠. 평일 새벽 1시쯤 운행이 끝난 전동차는 차량 사업소로 들어갑니다. 입고된 전동차는 다음 날 운행에 지장이 없는지 검수하고, 고장 난 부분은 정비하죠. 쾌적한 환경에서 승객들을 맞이할 수 있도록 청소도 해요.

김용민 서울교통공사 군자 차량 사업소 시설팀 팀장(맨 오른쪽)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1세대 저항제어 전동차를 통해 전동차 정비와 검사 과정을 공개했다.

김용민 서울교통공사 군자 차량 사업소 시설팀 팀장(맨 오른쪽)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1세대 저항제어 전동차를 통해 전동차 정비와 검사 과정을 공개했다.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차량기지는 고덕·군자·도봉·모란·방화·수서·신내·신정·지축·창동·천왕 등 총 11개예요. 수십 대의 지하철과 관련 시설이 모여 있는 공간이니만큼 넓은 면적의 부지가 필요해 주로 서울 외곽에 위치하죠. 김용민 팀장이 "군자 차량 사업소는 1·2호선 전동차 48개를 관리해요. 이곳에는 정비공장, 검수동, 1호선을 전담하는 남부 검수고, 2호선을 전담하는 북부 검수고, 직원들을 위한 식당·이발소·의무실이 있는 후생동, 정비·통신·레일·각종 시설 담당 부서가 모인 현업동 등이 모여 있죠"라고 설명했어요.

약 8만4137평 부지에 상주 인원만 약 741명에 달하는 군자 차량 사업소 안에는 여러 대의 전동차가 선로 위에서 대기 중이었는데요. 전동차마다 디자인이 달랐죠. 한 전동차는 외관이 붉은색과 흰색, 또 다른 전동차는 초록색·흰색으로 꾸며져 있었어요. 붉은색으로 포인트를 준 전동차는 1호선, 녹색으로 포인트를 준 전동차는 2호선용이에요. 광재 학생기자가 "지하철 노선은 각각 상징하는 색이 있잖아요. 이 색깔은 어떻게 정해졌나요?"라고 궁금해했죠.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1~8호선의 경우 각각 도입 시 외부 전문가에 (적절한 색상을) 의뢰하고 서울시에서 디자인을 심의해 지정했어요."(구)

우리나라 지하철의 역사는 약 50여 년에 달하는데요. 그만큼 전동차의 디자인과 성능도 변화를 거듭했죠. 전동차는 크게 1세대 저항제어 전동차, 2세대 쵸파제어 전동차, 3세대 VVVF 인버터 제어 전동차로 구분할 수 있어요. 마침 지하철 시대를 개막한 1세대 저항제어 전동차가 정비를 마친 상황이라 직접 살펴봤습니다. 안전모를 착용하고 정비동에 들어서자 붉은색과 흰색이 섞인 외관의 전동차가 눈에 들어왔어요.

1970년대 서울 지하철 1호선을 달리던 1세대 저항제어 전동차의 내부. 당시 시민들은 전동차의 빠른 속도에 놀랐다고 한다. 국가기록원

1970년대 서울 지하철 1호선을 달리던 1세대 저항제어 전동차의 내부. 당시 시민들은 전동차의 빠른 속도에 놀랐다고 한다. 국가기록원

김 팀장이 "여러분의 부모님이나 어른들은 '예전에 빨간색 지하철을 타면 바닥이 뜨끈뜨끈했다'라고 말씀하실 거예요"라고 말했어요. 왜냐하면 전동차는 모터를 돌릴 때 필요한 전류와 전압의 양이 있는데, 1세대 저항제어 전동차는 전류와 전압의이 양을 전기가 흐르는 걸 방해하는 장치인 저항기로 조절했고 이 과정에서 고온의 열이 발생했죠. 그래서 객실 온도를 낮추기 위해 (에어컨이 보급되기 전에는) 내부에 선풍기를 설치하기도 했어요.

1983년 이후에는 2세대 쵸파제어 전동차가 도입됐어요. 반도체 소자를 이용해 전기 회로를 차단하고 열고를 반복하며 직류 전기 공급을 조절하는 방식이죠. 제어장치가 바뀌어 저항열이 발생하지 않을뿐더러 1세대 전동차에 비해 전력 소모가 25~30% 적었어요. 또한 보다 섬세하게 가속·제동을 할 수 있어 승차감도 개선됐고 에어컨도 도입됐죠.

김용민 팀장(맨 오른쪽)이 신형 VVVF 인버터제어 전동차 내부의 구조와 시설에 대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설명했다.

김용민 팀장(맨 오른쪽)이 신형 VVVF 인버터제어 전동차 내부의 구조와 시설에 대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설명했다.

1990년 이후에는 3세대인 VVVF 인버터제어 전동차가 등장합니다. VVVF는 가변전압과 가변주파수(Variable Voltage Variable Frequency)의 약자예요. VVVF 방식은 직류 전기만 공급하던 쵸파제어 보다 진보된 방식으로, 원하는 만큼 전압과 전류를 직접 조절할 수 있어요. 또한 반도체 부품이 필요한 쵸파제어 방식과는 달리 값싸고 효율적으로 전압 조절이 가능하죠. 2세대 보다 전력을 20~30% 절감할 수 있어요. 2000년대부터는 소음이 줄고 에너지 효율이 훨씬 개선된 신형 VVVF 인버터 전동차가 도입되고 있죠.

차량 사업소 정비공장에서 검수를 마친 전동차의 하부. 'OK'와 '완'은 성능·안정성에 대한 여러 테스트가 끝났다는 의미이다.

차량 사업소 정비공장에서 검수를 마친 전동차의 하부. 'OK'와 '완'은 성능·안정성에 대한 여러 테스트가 끝났다는 의미이다.

전동차부터 선로까지, 매일 매일 건강검진  

소중 학생기자단이 정비공장의 다른 구역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마침 2호선 신형 VVVF 인버터 전동차가 정비 중이었어요. 차체와 차륜(바퀴)이 분리된 상태였는데요. 차륜 위에 'OK'와 '완'이라고 적혀있었죠. 김 팀장이 "이건 여러 테스트 거친 후 정상으로 판정돼 정비가 끝났다는 뜻"이라고 말했어요.

분리된 전동차를 다시 운행하려면 차체와 바퀴를 조립해야 합니다. 거대한 차체를 어떻게 들어서 하부에 연결하는 걸까요.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게 바로 정비동 천장 가까이 있는  크레인입니다. 김 차장이 "한 치라도 오차가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수많은 직원이 달라붙어서 일해요. 직접 보면 장관이죠"라고 말했어요.

정비·검수를 마친 전동차는 크레인으로 1량씩 들어서 하부 위에 올려 조립한다.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되는 매우 정밀한 작업이다.

정비·검수를 마친 전동차는 크레인으로 1량씩 들어서 하부 위에 올려 조립한다.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되는 매우 정밀한 작업이다.

하루에도 수백만 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만큼 전동차는 경정비와 중정비로 나눠 정기적으로 꼼꼼하게 정비해요. 경정비는 전동차의 차량 사업소 입·출고 시 이뤄지는 도착·기동점검, 3일 간격으로 운전실·객실 설비·하부 등을 검사하는 일상검사, 2~3개월 간격으로 하는 월상검사 등으로 나뉩니다. 중정비는 전동차를 부분별로 해체해서 꼼꼼히 들여다보는 검사예요. 2~3년 주기로 하는 중간검사, 4~6년 주기로 하는 전반검사 등으로 나뉘죠. 검사 한 건이 종료되기까지 18~21일이 걸릴 만큼 꼼꼼하게 진행된답니다.

차량 사업소에서는 전동차뿐만 아니라 이들이 달리는 길인 선로와 전동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로도 수시로 점검해요. 김 차장이 소중 학생기자단을 노란색 차가 대기 중인 공간으로 데려갔어요. "이 차의 이름은 모터카예요. 전동차는 평일 기준 새벽 1시쯤 운행을 종료하고, 새벽 5시쯤 운행을 다시 시작하죠. 모터카는 전동차가 운행하지 않는 시간대에 선로와 전로 등을 점검해요. 최대한 빨리 작업을 끝내야 하므로 모든 지하철 차량 사업소에는 모터카가 배치돼 있죠." 전동차는 전로를 통해 전기를 공급받아 달리지만, 전로도 점검해야 하는 모터카는 전기가 아닌 기름을 동력으로 해요.

철제 차륜이 철로를 달리면 소음과 진동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차륜의 고무 스프링과 차륜과 차체 사이에 있는 공기 스프링 등이 진동을 감소시켜 차내 승객은 거의 느낄 수 없다.

철제 차륜이 철로를 달리면 소음과 진동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차륜의 고무 스프링과 차륜과 차체 사이에 있는 공기 스프링 등이 진동을 감소시켜 차내 승객은 거의 느낄 수 없다.

모터카 외에도 전동차가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차량들이 있어요. 전동차 궤도의 수평·방향·레일 마모 등을 레이저로 검측하는 궤도 검측차, 초음파로 레일 내부 결함을 사전에 발견하는 레일 탐상차, 터널 내 레일·벽체 등을 높은 압력의 물로 세척하여 쾌적한 터널 환경을 조성하는 고압 살수차 등이죠.

이렇게 전동차·철로·전로 점검이 끝나면 승객 수송이 시작되는데요. 승객을 태우고 레일 위를 달리는 전동차의 속도는 약 80km/h예요. 금속으로 제작된 차륜이 선로와 마찰하면서 큰 진동이 발생하지만, 전동차 안에 있는 승객들은 이 진동을 거의 느끼지 못하죠. "이건 전동차의 구조와 관련 있어요. 차륜에 있는 고무스프링이 1차, 차륜과 차체 사이에 있는 공기를 집어넣은 스프링이 2차로 진동을 감소시키기 때문이죠." 김 팀장이 마침 정비를 위해 밖으로 나와 있던 차륜을 가리켰어요.

전동차의 1량은 객실 하나인데, 1량마다 보통 8개의 차륜이 달려있다.

전동차의 1량은 객실 하나인데, 1량마다 보통 8개의 차륜이 달려있다.

이렇듯 평소에 늘 보던 전동차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몰랐던 부분이 많답니다. 정비동에서 본 신형 VVVF 인버터 전동차는 아직 조립이 끝나지 않아서 안을 둘러볼 수 없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전동차의 내부를 살펴보기 위해 운행을 앞둔 전동차들이 모여있는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전동차 맨 앞 전광판에 2호선 역 중 하나인 '성수'가 적힌 게 눈에 들어왔죠. 성수 방향으로 가는 전동차라는 뜻입니다.

앞서 전동차도 수십 년 동안 신기술을 적용해 발전해왔다고 했죠. 신형 VVVF 인버터 전동차 역시 1990년대 생산된 3세대 구형 전동차와 비교해 달라진 점이 많아요. 승객의 승·하차 시 상황별 색상 표시를 해 출입문 끼임 등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출입문 LED 인디게이터가 설치됐고, 비상시 승객이 전동차에서 지상으로 안전하게 하차할 수 있도록 계단 역할을 하는 비상하차설비도 칸별로 기존 2개에서 4개로 늘어났죠. 전동차의 높이는 1m가 넘기 때문에 그냥 내려가면 추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최광재·권도준·박시오·박주영(왼쪽부터) 학생기자가 비상시 승객의 계단 역할을 하는 비상하차설비가 펼쳐진 모습을 살폈다.

최광재·권도준·박시오·박주영(왼쪽부터) 학생기자가 비상시 승객의 계단 역할을 하는 비상하차설비가 펼쳐진 모습을 살폈다.

좌석도 넓어졌어요. 기존 3세대 VVVF 인버터 전동차는 넓이 435mm의 좌석이 7개씩 붙어있었는데, 신형은 480mm 넓이의 6인석으로 바뀌었죠. 임산부석은 일반석보다 50mm 확대된 530mm 넓이로 변경됐어요. 또 객실마다 공기질 개선장치를 4개씩 설치했으며, 어두컴컴한 지하 터널을 달리는 지하철의 특성을 보완하기 위해 객실 조도도 약 10% 향상했죠. 이렇게 여러 신기술이 적용된 신형 VVVF 인버터 전동차는 향후 약 30년 이상 서울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의 발이 될 예정이에요. 전동차 안을 둘러보던 시오 학생기자가 "30년 후에는 기술이 더 발달해서 더 새로운 전동차가 나오겠네요"라며 기대했어요.

전동차를 움직이는 건 제일 앞칸에 있는 운전실입니다. 주영 학생기자가 "지하철 운전실에는 어떤 장비들이 있는지"를 알고 싶어 했는데요. 이곳에는 전동차에 시동을 걸고 속도를 낼 때 사용되는 주간 제어기, 자동차의 브레이크에 해당하는 제동 장치, 전동차 객실 출입문 취급기 등이 있어요. 이 모든 기기를 기관사가 조작하죠.

지하철도 엑셀·브레이크·신호등이 있어요  

도준 학생기자가 "기관사는 두 명씩 짝을 이루어 일한다고 들었어요. 각각 어떤 일을 하나요?"라고 물었어요. "(전동차 운전 방식에 따라) 1~4호선은 기관사와 차장이 함께 탑승하는 2인 승무이고, 5~8호선은 1명의 기관사가 차장의 역할도 수행하는 1인 승무예요. 기관사는 열차를 운행하고, 차장은 출입문 취급·차내 방송·열차 민원 안내를 하죠."(구) 지하철 기관사는 하루 2~4회 지하철을 운행하는데, 출퇴근 시간이 일정치는 않아요. 지하철 기관사가 되기 위해 특정 학과 졸업은 필요하지 않지만, 제2종 전기차량 운전면허증을 소지해야 해요. 지하철 전동차가 바로 제2종 전기차량이니까요. 또 정시운행과 안전운행에 대한 책임감도 필요해요.

자동차는 악셀과 브레이크, 핸들 조향을 이용해 운전하죠. 그렇다면 선로 위를 달리는 지하철은 어떻게 운전할까요. 군자 차량사업소 안에 대기 중인 전동차들은 모두 실제 영업용 차량이기에 운전을 직접 해볼 수는 없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7호선 반포역 지하 1층에 있는 서울교통공사 시민안전체험·홍보관에서 전동차 모의운전에 도전해보기로 했죠. 디지털안전체험관 김현정 대리가 실제 전동차를 모는 것과 비슷한 상황을 체험할 수 있는 전동차 모의운전 연습기로 안내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전동차 모의운전 연습기를 통해 전동차를 운전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전동차 모의운전 연습기를 통해 전동차를 운전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지금 여러분이 체험하는 전동차 모의운전 연습기는 실제로 기관사 양성 교육과정에서 사용하는 기기예요. 제한속도 80km/h 조건에서 전동차를 운전해 183초 안에 2389m의 거리를 통과해 역에 도착하면 됩니다."(김) 참고로 일반적인 서울 지하철 선로 최고속도는 1~4호선이 90km/h, 5~8호선은 80km/h(특정 구간은 90km/h)예요.

도준·시오·주영·광재 학생기자가 기대감에 가득 찬 표정으로 모의운전 연습기 앞에 각각 앉았어요. 조작 방법은 딱 두 가지만 기억하면 돼요. 앞서 전동차 운전실을 살펴볼 때 등장했던 주간 제어기와 제동 장치예요. 주간 제어기가 자동차로 치면 출발·가속할 때 쓰는 엑셀, 제동 장치가 브레이크에 해당합니다. 주간 제어기를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열차가 출발하고, 제동 장치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속도가 줄어들죠. 전동차가 지하철역에 접근하면 제동 장치를 이용해 속도를 낮춰 정해진 정차 위치에 전동차를 세우면 임무 완수.

자동차가 도로 위 신호등을 보고 운행하듯, 전동차도 다른 전동차와 충돌을 막고 구간별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여러 열차제어시스템을 사용한다. 사진은 신호기 장치.

자동차가 도로 위 신호등을 보고 운행하듯, 전동차도 다른 전동차와 충돌을 막고 구간별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여러 열차제어시스템을 사용한다. 사진은 신호기 장치.

여기서 주의사항이 있어요. 구간별 정해진 운전 속도와 신호도 준수해야 한다는 겁니다. 구간별 속도와 신호는 내가 운전하는 전동차 앞에서 운행 중인 다른 전동차와 간격을 조절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해요. 이때 필요한 장치가 바로 열차제어시스템이죠.

열차제어시스템은 열차가 운행 중인 선로에서 다른 선로로 진로를 변경해주는 선로전환 장치, 열차를 운전하는 기관사에게 녹색등(진행)·황색등(주의)·적색등(정지)으로 표시하여 기관사가 열차를 안전하게 운행하도록 돕는 신호기 장치, 선로의 일정 구간마다 설치해 열차의 실시간 위치와 해당 구간에 적합한 운행허용속도를 열차에 송신하는 궤도회로 장치 등을 말해요. 모두 전동차와 전동차 간의 충돌 사고를 막고, 전동차 간격을 조밀하게 배치해 최대한 많은 승객을 안전하게 태우기 위한 장치들이죠.

서울교통공사 시민안전체험·홍보관에서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심폐소생술(CPR)을 직접 배워본 소중 학생기자단.

서울교통공사 시민안전체험·홍보관에서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심폐소생술(CPR)을 직접 배워본 소중 학생기자단.

여기까지 지하철 운행에 얽힌 뒷이야기를 살펴봤는데요. 지하철을 타는 승객의 입장인 소중 독자 여러분이 알아두면 좋은 사실들도 있답니다.

지하에 있는 제한된 공간이라는 특성상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요. 그래서 지하철역 곳곳에는 사고를 막기 위한 장치들이 설치돼 있죠. 승객의 선로 추락을 막기 위해 전동차가 도착하면 출입문과 함께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스크린 도어, 화재에 대비한 소화기·소화전, 탈출할 때 쓰는 화재용 마스크, 심정지 환자에게 쓰는 자동 심장충격기 등이죠. 서울교통공사 시민안전체험·홍보관에서는 이들의 사용법도 배울 수 있어요.

지하철에는 응급 상황을 대비해 여러 안전장치가 구비돼 있다. 자동 심장충격기(AED)도 그중 하나다.

지하철에는 응급 상황을 대비해 여러 안전장치가 구비돼 있다. 자동 심장충격기(AED)도 그중 하나다.

또한 지하철 승강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VR체험도 할 수 있죠. 화재를 인지하면 소화전의 비상벨을 눌러 승무원·시민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하는 거죠. 청소년은 어른에게 상황을 알린 뒤 화재용 마스크를 쓰고 직원의 안내나 비상유도등을 따라 먼저 탈출하는 게 좋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 지하철의 역사부터 전동차의 종류, 운행을 마친 전동차가 머무는 차량 사업소, 전동차를 운행하는 방법, 비상시 역사 내 대피 요령까지 다양한 사실을 알아봤습니다. 시민의 발로 활약 중인 지하철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었네요. 앞으로 지하철을 탈 때마다 그 뒤에 숨은 여러 사람의 노고와 흥미로운 사실들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지하철 승강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화재용 마스크. 역마다 승강장에서 찾기 쉬운 위치에 있다.

지하철 승강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화재용 마스크. 역마다 승강장에서 찾기 쉬운 위치에 있다.

숫자로 보는 지하철

지하철의 정원은 몇 명일까. 서울 지하철 노선 중 가장 긴 호선은 어디일까. 지하철에 대한 여러 흥미로운 사실들을 숫자를 키워드로 모았어요.

0.5%: 일회용 승차권을 이용하는 승객의 비율. 요즘은 선·후불 카드를 이용하는 승객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회용 승차권을 이용하는 고객은 2022년 기준 전체 승객의 0.5%가량이에요.

8개: 전동차 1량의 차륜(자동차의 바퀴에 해당하는 부분) 개수. 전동차 1량은 객실 1칸을 말하는데, 전동차 객실 하나에는 보통 8개의 차륜이 달려있어요.

25년: 전동차의 평균 수명. 전동차도 기계이기 때문에 오래 사용하면 닳아요. 전동차의 사용 연도가 임박하면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운행을 지속하기 힘들다고 판단 시 폐차 절차를 밟게 됩니다.

1970년대 지하철역 내부 전경. 전동차 1세대인 저항제어 열차가 지하철역을 나서고 있다. 국가기록원

1970년대 지하철역 내부 전경. 전동차 1세대인 저항제어 열차가 지하철역을 나서고 있다. 국가기록원

30배: 부정승차 시 지불해야 하는 부가운임. 승차권 없이 무단으로 운임지역에 진입하거나 열차를 이용하는 행위를 부정승차라 해요. 적발되면 어른 1회권 가격과 그 30배의 부가운임을 내게 됩니다(어린이는 어린이 1회권 운임 적용).

60.2Km: 서울 지하철 노선 중 가장 긴 영업거리를 가진 2호선의 길이. 참고로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호선별 영업거리는 1호선 7.8Km(서울역~청량리), 2호선 60.2Km(전 구간), 3호선 38.2Km(지축~오금), 4호선 31.1Km(당고개~남태령), 5호선 59.8Km(전 구간), 6호선 36.3Km(전 구간), 7호선 46.9Km(장암~온수), 8호선 17.7Km(전 구간), 9호선 2·3단계 13.6km(언주~중앙보훈병원).

160명: 전동차 1칸당 승객의 정원. 전동차 객실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60명 정도가 1량당 정원이에요.

6억4480만 명: 2022년 한 해 동안 2호선의 누적 수송인원. 이는 서울 지하철 노선 중 1위에 해당하죠.

지하철역 출구 번호의 비밀

지하철 5호선 개화산역과 주변. 서울연구데이터 서비스

지하철 5호선 개화산역과 주변. 서울연구데이터 서비스

역사 출입구 선정은 먼저 1번 출구 위치 정하기에서 시작돼요. 단일 노선 기준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1번 출구를 기준으로 시계 방향으로 하나씩 출구 번호를 부여하는 겁니다. 이럴 때 보통 1번 출구는 상행선을 기준으로 가장 앞지점인 승장장 1-1지점에 설치되죠. 5호선 답십리역을 예로 들면, 1번 출구는 상행선인 방화역 방면 승강장 1-1지점에 있으며, 1번 출구를 기점으로 시계방향으로 2~8번 출구가 설치돼 있어요.

고속터미널역이나 교대역 등 2개 이상의 호선이 교차하는 환승역도 기본 원리는 같아요. 겹치는 호선 중 가장 빠른 호선을 기준으로 1번 출구를 설정합니다. 만약 2호선과 4호선이 겹쳐서 지나가는 지하철역이라면 2호선 상행선 쪽에 1번 출구를 놓고 시계 방향으로 출구를 설치하죠.

또 총 16개의 출입구가 있는 종로3가역의 경우 2번 출구와 별개로 2-1번 출구가 있는데요. 2-1번 출구의 경우는 가짓수 번호 출구라고 하며, 통행량 증가 등을 이유로 신설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원래는 3번 출구가 돼야 하지만, 이미 3번 출구가 있기 때문에 승객의 혼선과 새로운 지도 제작 등 사회적 비용 증가를 막기 위해 가짓수 출구로 번호를 매긴 거죠.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평소 지하철을 많이 탔지만, 지하철이 어떻게 운행되고 관리되고 있는지는 생각해본 적 없어요. 그런데 군자 차량사업소에 방문해서 지하철과 차량기지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새 전동차를 타 본 거예요. 1열에 7석이었던 좌석이 6석으로 바뀌니 자리가 넓어져 편했죠. 전동차에서 비상하차설비를 통해 지상으로 내려가는 체험도 재미있었어요. 정비동에서 수리하기 위해 분리해 놓은 지하철을 봤는데, 정비하는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이렇게 큰 지하철을 수리하고 점검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서울교통공사 시민안전체험·홍보관에서 지하철 운행 체험을 할 때는 제가 기관사가 된 것 같았죠. 승강장 화재 발생 시 대처법과 심장제세동기 사용법, 심폐소생술 하는 법도 알게 됐죠. 이번 취재를 통해 우리가 편리하게 이용하는 지하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고, 우리가 이렇게 편리하고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게 애써 주시는 많은 분께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권도준(서울 구룡초 4) 학생기자

서울교통공사 시민안전체험·홍보관이 제가 종종 방문하는 반포역 역사 내에 있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평소 역에 가면 늘 서둘러 지하철을 타는 데만 신경 썼는데 익숙한 장소도 새롭게 돌아보는 기회였죠. VR 체험에서는 역사 내 화재 발생 시 대처 방법을 알았고, 심폐소생술 체험에서는 코와 입 사이에 손가락 두 개를 대서 의식을 확인하는 등 학교의 안전교육보다 실감 나게 배울 수 있었어요. 특히 지하철을 가상으로 운전할 때는 운전이 예상보다 어려워서 기관사님들의 대단함을 느꼈어요. 군자 차량사업소에서는 지하철 운행 체계, 운행에 필요한 장비, 지하철 정비 과정, 운행 후 차량기지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었어요. 늘 완벽히 관리되는 지하철이라 겉으로 보이지 않는 전문적인 세계가 궁금했는데 비밀스러운 세상을 발견한 것 같아 경이로웠어요.

박시오(서울 대치초 4) 학생기자

이번 취재 아이템이 우리에게 친숙한 지하철이기 때문에 어떤 내용을 알게 될지 매우 기대됐어요. 서울시 성동구에 있는 군자 차량 사업소에서는 지하철의 진동을 줄여주기 위한 장치부터 객실과 객실을 이어주는 문들이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다양하게 발전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시민들이 모르는 사이 다양한 사람들이 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지하철의 편의 향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어요. 서울교통공사 시민안전체험·홍보관에서는 지하철 승강장 내 화재에 대비한 VR 체험과 심폐소생술, 전동차 운전 체험 등을 하고 안전홍보관을 관람했어요. 안전홍보관에서는 그간 지하철에서 발생한 여러 유형의 사고 사례를 볼 수 있었는데 지하철 방화, 휴먼 에러에 의한 사고 등 안전할 줄만 알았던 지하철의 또 다른 모습을 알게 됐어요. 이번 취재를 통해 우리의 발이 되어주는 지하철에 대해 깊게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박주영(서울 동북초 5) 학생기자

3년 전 창동 차량사업소 체험을 신청했었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돼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이번 취재가 더 설렜죠. 군자 차량사업소에서는 지하철이 안전 운행하기 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설명을 들었어요. 지하철은 전기로 가기 때문에 전기가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과, 제가 잠든 밤에도 열차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고, 열차를 달리게 하기 위해 선로·전로를 확인하는 전문가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우리의 편리한 발이 되어주는 지하철이 움직이기 위해 많은 분이 밤에도 수고해 주신다는 것을 알고 감사했죠. 또 서울교통공사 시민안전체험·홍보관에서는 우리나라 지하철의 역사와 다양한 지식을 살펴보고 VR로 화재 발생 상황을 체험했으며, 심폐소생술 등도 배웠어요. 어른들이 하는 심폐소생술을 볼 때는 간단하고 쉬워 보였는데 막상 해 보니 정말 어렵더라고요. 비상 상황을 대비하여 잘 배워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전동차 운전 체험관에서는 기관사가 되어 운전도 해봤어요. 지하철을 탈 때마다 이번 취재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이 많이 떠오를 것 같아요.

최광재(경기도 행정초 4)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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