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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13) '잠시' 서주목이 된 유비와 연주를 되찾은 조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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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서주의 포위를 풀고 급히 연주로 달려왔습니다. 여포가 복양에 있는 것을 알고는 조인에게 연주성을 포위하라고 하고 조조 자신은 복양성 앞에 영채를 세웠습니다. 조조는 여포를 우습게 봤지만, 참모인 진궁의 계책에 크게 패하여 목숨까지 위태롭게 됐습니다. 이때 전위가 나서서 짧은 화살로 적병을 무찌르며 조조를 구해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여포가 화극을 들고 조조를 향해 달려왔습니다. 이번에는 하후돈이 조조를 구해주었습니다.

단극으로 적병을 무찌르는 전위. [출처=예슝(葉雄) 화백]

단극으로 적병을 무찌르는 전위. [출처=예슝(葉雄) 화백]

여포의 참모인 진궁은 조조가 다시 복양성을 공격할 것이라고 믿고 복양의 거부(巨富)인 전씨를 설득해 ‘성안에서 내응해 항복하겠다’는 내용의 밀서를 조조에게 보내게 합니다. 조조는 이를 믿고 복양성으로 쳐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조조는 함정에 빠지고 죽음의 위기가 닥칩니다. 그 와중에 여포가 조조의 투구를 창날로 치면서 조조가 어디로 갔는지 묻습니다. 일촉즉발의 위기. 조조는 얼굴을 가리고 반대쪽을 가리킵니다.

저 앞에 누런 말을 타고 가는 자가 조조입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조조는 숨 돌릴 틈 없이 전위와 하후연의 호위를 받아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우리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주인공이 잡히거나 죽기 일보 직전이면 조마조마합니다. 그러다가 위기를 벗어나면 환호성을 지릅니다. 주인공이 역경을 헤쳐 나가는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소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포와 조조는 이미 낙양에서 수차례 만났습니다. 그런 여포가 아무리 밤중이라고 해도 조조의 목소리를 모를까요. 아! 조조가 목소리를 변조해서 말했을지도 모릅니다. 설령 여포가 조조를 정면에서 봤어도 모르고 지나칠 수 있습니다. 여포는 이따금 상대방을 못 알아보는 ‘안면인식장애’가 있다고 하면 되니까요. 어디까지나 소설이고 이러한 소설적 장치를 통해 독자들에게 극적인 재미를 배가시키면 그 자체로 충분하겠지요.

조조는 곧바로 진궁의 계략을 알고 이를 역이용하는 ‘장계취계(將計就計)’를 시행합니다. 즉 ‘조조가 화상을 입고 그 독이 퍼져 영채에서 죽었다’는 소문을 퍼뜨립니다. 여포는 곧장 조조의 영채로 달려와 마무리 공격을 하려 할 즈음, 조조에게 역공을 받고 도망칩니다. 이번엔 여포가 호되게 당했습니다. 이후 여포는 복양성을 굳게 지키기만 했습니다. 조조도 군량이 바닥났습니다. 대기근까지 겹쳤습니다. 양군은 싸움을 중지하고 잠정적으로 휴전합니다.

서주목 도겸은 유비가 서주를 사양하자 걱정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병세까지 깊어지며 위독해졌습니다. 급히 유비를 불렀습니다. 도겸은 서주를 받아줘야 눈을 감고 죽을 수 있다고 재차 사정했습니다. 하지만 유비는 받지 않았습니다. 결국 도겸은 유비를 원망하며 죽었습니다. 서주의 백성들도 모두 절하며 애원했습니다. 관우와 장비도 권했습니다. 그러자 유비는 마지못해 서주목의 인수(印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단서를 달았습니다.

그대들이 이토록 간곡하게 권하니, 그럼 ‘잠시만’ 서주의 일을 맡겠소.

유비는 서주목이 되면서 세 가지를 얻었습니다. 첫째는 사양하고 사양하면서 인의(仁義)를 확고히 알렸습니다. 둘째는 민심을 얻었습니다. 셋째는 서주성을 지키지 못하고 빼앗겨도 명분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도 유비는 서주의 민심이 자신에게로 향하고 있는 것이 제일 기뻤습니다. 아무런 기반이 없는 유비로서는 ‘민심이 곧 천심’임을 굳건하게 믿었기 때문입니다.

조조는 유비가 서주를 차지한 것을 알고는 대로했습니다. 유비가 화살 반 개도 쓰지 않고 서주를 차지하자 유비를 죽이고 서주를 도륙 내겠다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그러자 순욱이 점잖게 간언했습니다.

명공께서 연주를 버리고 서주를 뺏으려 하시면 이것은 큰 것을 버리고 작은 것을 택하는 것이고, 근본을 버리고 끝을 가지려는 것이며, 편안한 것을 위태로운 것과 바꾸는 것입니다.

조조의 '자방'인 순욱. [출처=예슝(葉雄) 화백]

조조의 '자방'인 순욱. [출처=예슝(葉雄) 화백]

조조는 순욱의 건의를 받아들여 서주 공격을 접고 황건적의 잔당인 하의와 황소를 토벌하기로 결정합니다. 전위와 조홍의 활약으로 황건적은 무너졌습니다. 이 와중에 전위는 한 명의 장수와 혈전을 벌이게 됐습니다. 조조가 꾀를 내어 이 장수를 생포하고 진심으로 대하자 그는 조조에게 충성을 다하기로 맹세합니다. 바로 조조를 평생 옆에서 호위한 허저입니다.

조조는 황건적을 평정한 후, 군사를 이끌고 연주로 갔습니다. 연주는 여포의 부하인 설란과 이봉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허저가 조조에게 신고식을 하겠다고 자청하자 조조는 크게 기뻐하며 허저를 내보냈습니다. 이봉이 달려 나왔습니다. 어찌 허저의 상대가 될 수 있겠습니까. 단 두 합. 허저는 이봉의 목을 베어버렸습니다. 이를 본 설란은 겁을 먹고 성안으로 달아나려다가 여건이 쏜 화살에 고꾸라졌습니다. 허저는 멋진 신고식을 했고, 조조는 흐뭇하게 연주를 수복했습니다.

큰 칼을 들고 전위와 싸우는 허저. [출처=예슝(葉雄) 화백]

큰 칼을 들고 전위와 싸우는 허저. [출처=예슝(葉雄) 화백]

조조는 기세를 몰아 복양성으로 향했습니다. 여포는 이번에도 자신만만했습니다. 진궁의 간언도 듣지 않고 달려나갔습니다. 허저가 나섰으나 승부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조조가 외쳤습니다.

여포는 한 사람이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전위가 나섰습니다. 뒤이어 하후돈, 하후연이 나섰습니다. 이전과 악진까지 여포를 에워쌌습니다. 1대 6의 벌 떼 작전.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하지만 전쟁에서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이기는 것이 우선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여포라지만 벌 떼처럼 달려드니 막아내기에 급급했습니다. 이럴 땐 삼십육계 줄행랑이 제일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여포가 말머리를 돌려 성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전씨가 해자(垓字)를 연결하는 조교(弔橋)를 올려버렸습니다. 여포가 고함을 치자 전씨는 천연덕스럽게 말했습니다.

나는 이미 조장군에게 항복하였소이다. 

진궁이 조조를 잡기 위해 낸 계책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으니 전쟁터에서의 셈법은 변화무쌍 그 자체입니다. 조조는 여포를 무찌르고 산동 일대를 모두 장악했습니다. 천하 통일의 야망에 불타오르는 조조. 그의 다음 목표는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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