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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일부러 이재명 비판도 안 했는데…" TK신공항 난항 왜

중앙일보

입력

강기정(오른쪽) 광주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해 11월 25일 광주광역시청에서 열린 민선 8기 달빛 동맹 협약식에서 협약서에 서명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달빛 동맹은 대구의 옛 지명인 달구벌의 첫 글자와 광주를 나타내는 빛고을의 첫 글자에서 딴 것이다. 연합뉴스

강기정(오른쪽) 광주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해 11월 25일 광주광역시청에서 열린 민선 8기 달빛 동맹 협약식에서 협약서에 서명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달빛 동맹은 대구의 옛 지명인 달구벌의 첫 글자와 광주를 나타내는 빛고을의 첫 글자에서 딴 것이다. 연합뉴스

최근 대구·경북(TK) 지역 일간지엔 ‘대구경북통합신공항특별법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된 걸 비판하는 사설이 잇따라 실렸다. 지난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에서 TK신공항 법안이 논의됐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닷새 뒤인 지난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선 ‘광주군공항이전특별법안’이 논의됐지만 이 역시 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전날 강기정 광주시장이 나서 “특별법이 소위를 통과해 더불어민주당이 군 공항 이전이라는 당론 추진을 보여달라”고까지 요청했지만 소용 없었다.

TK 신공항 건설과 광주 군공항 이전은 TK와 호남의 숙원 사업이다. 여야 텃밭의 현안인 만큼 여야 지도부 모두 적극적이다. TK 신공항법은 대구 수성갑이 지역구인 주호영 원내대표가 직접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해 3·9 대선을 전후로 두 사업을 적극 밀어주겠다고 공약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강기정 광주시장이 광주시청에서 만나 각자의 최대 염원인 공항 건설과 이전에 서로 힘을 모으자며 ‘달빛 동맹 강화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평소 중앙 정치 무대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수시로 논평을 내는 홍준표 시장도 TK 신공항 문제만큼은 상당한 인내력과 절제력을 보여왔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연내 법안 처리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던 홍 시장은 주변에 “내가 일부러 이재명 비판은 일절 안 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계속해 커지고 있던 시점이었지만 대구시의 염원인 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위해 이 대표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계산이었다. 실제 홍 시장은 이준석 전 대표 사태 등 당내 문제에 적극 목소리를 내는 동안에도 지난해 연말까지는 이 대표를 향한 공격을 자제해왔다.

여야는 이러한 컨센서스를 바탕으로 두 법안을 각각 국토위와 국방위에서 통과시킨 뒤 법사위와 본회의에 올려 한꺼번에 패키지로 처리하는 ‘쌍둥이 법안’으로 묶어놨다. 정치적 타협에 의해 두 법안을 함께 처리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지난해 2월 6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 센터에서 부산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당시 이 후보는 “가덕 신공항을 2029년에 개항하겠다”고 했다. 뉴스1

지난해 2월 6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 센터에서 부산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당시 이 후보는 “가덕 신공항을 2029년에 개항하겠다”고 했다. 뉴스1

하지만 순조로울 것 같던 쌍둥이 법안 처리는 부산·경남(PK) 지역의 반발에 부딪혔다. 국토위 교통법안심사소위원장이 공교롭게도 부산 사하갑이 지역구인 민주당 최인호 의원이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지난 16일 소위 당시 법안 통과를 반대했다. TK 신공항법안에 담긴 ‘중남부권 중추 공항’이란 표현과 가덕도 신공항의 활주로 길이가 3.5km인데 반해 TK 신공항은 3.8km로 건설하겠다는 내용이 문제라는 이유였다. PK 지역 의원들은 “TK 신공항법안대로 공항이 만들어지면 가덕도 신공항의 위상을 흔들거나 경쟁 관계에 놓일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광주 군공항 이전이 국방위 소위에서 제동이 걸린 것은 기재부가 국고지원 규모에 동의를 해주지 않아서인데, TK 신공항이 발목잡힌 것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쌍둥이 법안이 각기 상임위를 통과하더라도 법사위 관문을 통과할 때 진통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김도읍(부산 북·강서을)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김 의원은 최근 부산 지역 언론에 “부산시도 TK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될 경우 가덕 신공항이 선점 효과를 빼앗길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며 TK 신공항법안에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교통학회 설문조사에서 “TK·광주공항 예타 면제 부적절” 66.6%

전문가들도 쌍둥이 법안 처리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대한교통학회가 박사 학위자와 기술사 자격증 소지 회원 153명을 대상으로 ‘대구·광주 공항 이전에 따른 민간공항 확장 및 특별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6.6%는 ‘TK 신공항과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 등을 통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추진하고, 민간 공항의 사업비 부족분을 정부가 지원토록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적절하다’는 응답은 28.8%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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