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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신경진의 차이나는 차이나

시진핑이 공들인 섬…인천공항 넘보는 '세계 1위 면세점' 키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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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1145만 명.
포스트 코로나 원년을 맞은 지난 1월 중국의 대표적 휴양지 하이난(海南)을 찾은 관광객 숫자다. 지난해 1월 대비 72.1% 늘었다. 펑페이(馮飛) 하이난 성장(省長)은 올해 정부 업무보고에서 관광객과 관광수입 목표로 각각 20%와 25% 증대를 제시했다. 올 한 해 7200만 명의 관광객, 24조8000억 원의 관광수입을 올리겠다는 계산이다.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9.5%다.

지난 23일 중국 하이난 싼야 동부 해안에 자리한 싼야 국제 면세시티 3층 화장품·향수 매장에서 중국 여행객들이 구매한 물건을 결제하고 있다. 지난 1월 음력설 연휴 1주일간 하이난 내 12개 국내 면세점은 총 486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싼야=신경진 특파원

지난 23일 중국 하이난 싼야 동부 해안에 자리한 싼야 국제 면세시티 3층 화장품·향수 매장에서 중국 여행객들이 구매한 물건을 결제하고 있다. 지난 1월 음력설 연휴 1주일간 하이난 내 12개 국내 면세점은 총 486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싼야=신경진 특파원

중국 하이난 싼야 동부 해안에 자리한 싼야 국제 면세시티 전경. 축구장 17개 면적의 초대형 면세점을 운영하는 차이나듀티프리그룹이 오는 28일 인천공한 면세점의 10년 운영권 입찰에 참여한다. 싼야=신경진 특파원

중국 하이난 싼야 동부 해안에 자리한 싼야 국제 면세시티 전경. 축구장 17개 면적의 초대형 면세점을 운영하는 차이나듀티프리그룹이 오는 28일 인천공한 면세점의 10년 운영권 입찰에 참여한다. 싼야=신경진 특파원

지난 23일 싼야(三亞) 해변의 국제 면세시티. 축구장 17개(12만㎡) 넓이로, 국영 차이나 듀티프리그룹(中國免稅·CDFG)이 운영하는 내국인 전용 면세점이다. 자오징(趙晶) 마케팅 담당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면세 한도를 연 3만 위안(546만 원)에서 10만 위안(1820만 원)으로 늘렸다”며 “면세 종류도 38종에서 45종으로 늘려 성장을 견인했다”고 자랑했다.

하이난 자유무역항 제2 홍콩 꿈꿔
1월 관광객 1145만명, 72.1% 증가
코로나 속 면세한도 늘려 폭풍 성장
시진핑 “소비가 경제 발전의 기초”
한국 기업도 수출 기회 노릴 무대

최근 중국의 보복성 소비는 숫자가 잘 보여준다. 지난 춘제(음력설) 기간(1월 21~27일) 하이난 내 12개 국내 면세점 총 매출은 25억7200만 위안(4863억 원)을 기록했다고 하이난 상무청이 발표했다. 하루 평균 681억원 규모다. 2019년과 비교해 세 배 이상 증가했다.

현장에서 만난 내륙 관광객들은 대부분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상하이에서 왔다는 20대 장(張)모씨는 “해외 관광 비자는 아직 번거로워 싼야를 찾았다”며 “면세 쇼핑으로 해외여행 기분까지 만끽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하이난을 기반으로 ‘굴기’(崛起·우뚝 섬)한 CDFG는 세계 면세점 업계의 판도를 바꿨다. 2019년까지 10위권 밖이던 CDFG는 2020년 세계 1위로 치고 올랐다. 2021년 매출은 약 13조 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 2위와 3위인 롯데 면세점과 신라 면세점의 매출액을 더한 것보다도 많았다. CDFG는 여세를 몰아 28일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한다. 향후 10년 운영권을 놓고 한국 업체와 경합한다. 사업제안서(60점)와 가격(40점)을 합산해 결정되는 낙찰 결과는 세계 면세점 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이난에서 만난 한 중국 면세점 관계자는 “한국 면세점의 주요 고객과 성장 가능성까지 고려한 진취적 판단을 기대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CDFG가 중국 관광객의 한국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중국은 한국이 2002년 도입했던 내국인 면세점 사업을 2011년 뒤늦게 도입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3년 사이에 내국인 면세 한도를 1820만원까지 늘리며 급성장했다. 이제 한국의 간판 면세점 운영권을 넘보는 수준까지 왔다.

중국 면세 산업의 폭풍 성장 배경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있다. 2013년과 2018년에 이어 지난해 4월에도 하이난을 방문한 시 주석은 싼야 국제 면세시티를 직접 찾아 내국인 면세정책을 점검했다. 그는 “소비가 경제발전에서 기초 역할을 더 잘하려면 초(超)대규모 시장의 이점을 기반으로 삼아 더 나은 시장 환경과 법치 환경을 만들고, 신뢰의 경영과 양질의 서비스로 소비자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규제를 풀 테니 기업은 양질의 서비스로 내수를 견인하라는 지시인 셈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이난은 시진핑 시대의 개혁개방을 대표하는 브랜드다. 2020년 중국 정부는 대만 면적(3만5960㎢)에 버금가는 하이난 전역(3만3900㎢)을 무관세 자유무역항으로 만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청사진에는 “시 주석이 직접 계획하고, 직접 배치하고, 직접 추진한 개혁개방의 중대 조치”라고 명기했다. 개혁개방의 시범구, 생태 문명 시범구, 국제 여행소비 센터, 국가급 중대 전략 서비스 보장구로 위상을 세웠다.

지난해 4월 11일 시진핑(왼쪽 세번째) 중국 국가주석이 하이난의 열대우림 지역인 우즈산 국립공원을 방문해 생태 관광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가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을 진두지휘하는 선샤오밍 성 당서기다. 신화=연합뉴스

지난해 4월 11일 시진핑(왼쪽 세번째) 중국 국가주석이 하이난의 열대우림 지역인 우즈산 국립공원을 방문해 생태 관광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가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을 진두지휘하는 선샤오밍 성 당서기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에서 시 주석 방문은 관광객 행렬로 이어진다. 이른바 ‘시진핑 효과’다. 지난 21일 하이난의 한라산 격인 해발 1867m 우즈산(五指山)에서 만난 주훙링(朱宏凌·45) 시 당서기는 “코로나 기저 효과로 춘절 기간 우즈산 관광객이 300% 늘었고 관광 수입은 400% 늘었다”며 “지난해 4월 시 주석이 우즈산을 방문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대기 오염으로 악명 높은 중국에서 초미세먼지(PM2.5)와 미세먼지(PM10)가 모두 제로(0)인 열대우림 산악 기후를 활용한 로하스(LOHAS, 건강과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생활방식) 관광이 이 지역의 무기다.

제2의 홍콩으로 변신하려는 하이난을 한국의 중견 기업들도 주목하고 있다. 내국인 면세점을 활용해 중국 내수를 공략할 수 있는 교두보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이난을 관할하는 한재혁 광저우 총영사는 “지난해 하이난성 하이커우(海口)에서 열린 중국 국제 소비재 박람회에 이미 19개 한국 기업이 참가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는 면세 품목까지 다양해지면서 고가의 명품 브랜드가 아닌 한국 기업이라도 수출 기회를 노려볼 만하다고 했다.

하이난은 관광 이외에도 육·해·공 3대 미래 산업 육성에 나섰다. 조타수는 선샤오밍(沈曉明·60) 하이난 당서기다. 의학박사 출신으로 상하이 부시장, 교육부 부부장(차관)을 역임한 다채로운 이력의 선 서기는 2017년 하이난에 투입됐다. 지난해 4월 성급 당 대회에서 선 서기는 ‘사상 해방’을 앞세우며 “국가적으로 수요가 절박하고 하이난에 유리한 남번(南繁, 여름 작물인 벼·옥수수·목화 등을 가을에 수확한 뒤 겨울 동안 하이난에서 추가 번식하는 바이오산업), 심해, 우주 산업을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3대 미래산업 가운데 주력은 원창(文昌) 우주 위성 발사 기지다. 세계적으로도 숫자가 적은 저위도 위성 발사장으로, 차세대 운반로켓으로 불리는 창정(長征) 5호가 2016년 11월 이곳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싼야의 심해과학공정연구소는 심해 탐사선 ‘펀더우저(奮鬪者)’로 지난해 뉴질랜드 인근 해저 1만1000m 탐사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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