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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시위로 번진 간호법 갈등…야당 일방 강행 멈추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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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장인호 대한임상병리사협회장과 강용수 대한응급구조사협회장, 최운창 전라남도의사회장, 조영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전지부 회장이(왼쪽부터) 26일 서울 여의도공원 앞에서 열린 간호법-의료인면허법 강행처리 규탄 총궐기대회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장인호 대한임상병리사협회장과 강용수 대한응급구조사협회장, 최운창 전라남도의사회장, 조영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전지부 회장이(왼쪽부터) 26일 서울 여의도공원 앞에서 열린 간호법-의료인면허법 강행처리 규탄 총궐기대회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논란거리 많은 법안, 상임위 논의 없이 본회의 직행

민주당, 정략적 ‘입법 폭주’ 멈추고 필요성 설명부터

의사·간호조무사·임상병리사 등이 어제 서울 여의도에서 거리 시위를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로 넘겨진 간호법 제정안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외쳤다. 지난해 가을부터 점차 고조된 간호법 갈등이 급기야 가두 투쟁과 세 대결 양상으로 번졌다.

간호법 제정안 논란의 핵심은 이 법이 생기면 간호사들이 의사의 지시·지휘 밖의 범위에서 독자적으로 의료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2년 전 간호사 출신 국회의원 등의 발의로 법안이 제출됐을 때 간호사 업무 규정이 의료법에 들어 있는 ‘진료의 보조’ 대신에 ‘진료에 필요한 업무’가 됐기 때문이었다. 의사협회 등은 간호사가 독자적 방문 처치 등으로 업역을 넓히며 의료 체계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사위를 건너뛰고 본회의로 직행하게 된 법안에서는 이 대목이 사라지고 현행 의료법 문구와 거의 유사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바뀌었다. 큰 갈등 요소는 해결된 셈이다. 하지만 의사협회 등은 법안의 총칙에 있는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이라는 표현이 ‘위험한 뒷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를 근거로 지방자치단체가 간호사의 독자적 의료 행위를 허용하는 제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 단체가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근거가 전혀 없는 우려라고 보기도 어렵다.

간호조무사는 법안에 규정된 간호사의 업무 영역에 ‘간호사가 수행하는 업무 보조에 대한 지도’가 들어간 것에 반발하고 있다. 간호사가 간호조무사를 지휘하는 체계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임상병리사들은 간호법이 제정되면 자신들의 영역을 간호사들이 침범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이처럼 법안 곳곳이 논란거리다. 많은 의료 전문가는 의료를 총괄하는 의료법이 있는데 별도의 간호법이 왜 필요하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런데도 국회 상임위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진행된 적이 없다. 민주당이 그냥 ‘패스트트랙’에 태워버렸다. 이 법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남는 것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뿐이다. 대통령이 법 시행을 막지 않으면 민주당은 자신들의 성과라고 선전할 것이고, 거부권이 행사되면 입법권을 무시한 독재라고 우길 것이다. 간호사들의 집단 반발도 명약관화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른바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과 마찬가지로 꽃놀이패라고 여길 만하다. 하지만 이런 정략적 입법 폭주를 국민이 고스란히 지켜보고 있다. 다수당의 횡포는 결국 민심의 심판을 받게 된다. 간호법 제정안 표결 강행을 멈추고, 이 법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명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