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메타도 참전, 격해지는 초거대 AI 경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메타가 초거대 언어 모델(LLM)인 ‘라마(LLaMA)’를 출시했다. 빅테크가 이끄는 초거대 인공지능(AI) 경쟁 대열에 메타도 합류한 모양새다. 불붙는 경쟁 뒤에는 “비용 부담”이라는 그림자도 드리워지고 있다.

메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자사 AI 블로그를 통해 라마를 공개했다. ‘똑똑한 AI’보다는 ‘적은 에너지로 빠르게 구동되는 효율적인 AI’를 지향한다. 우선 인간 뇌의 시냅스처럼 정보매개 역할을 하는 AI 파라미터(매개변수)의 개수가 경쟁사 AI 모델들보다 적다. 라마는 70억개·130억개·330억개·650억개 총 4종류로 구성돼 있으며, 필요에 따라 규모를 골라 쓸 수 있다. 파라미터 최대치가 챗GPT 개발사인 오픈 AI의 1750억개(GPT-3 기준)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파라미터 개수를 줄인 대신 학습량(데이터)을 늘려 성능을 올리는 전략을 썼다. 메타는 위키피디아의 텍스트나 AI 연구용 데이터셋 C4를 활용해 라마를 훈련시켰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날 메타가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라마는 GPT-3보다 성능이 우수했다. 이에 대해 메타는 “용량을 줄인 덕분에 PC나 스마트폰 같은 개별 기기에서도 챗GPT 같은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라마 기반의 생성 AI 서비스 출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라마는 오픈소스로 연구자에게 제공된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라마는 AI 연구자의 업무를 돕기 위해 설계됐다”며 AI 연구개발 생태계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냈다. 전 세계 46억명(페이스북 25억 9800만명, 인스타그램 20억명)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운영사인 만큼 메타가 생성 AI로 바로 수익화에 나설 경우 맞을 역풍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메타는 비상업적인 목적임을 밝힌 신청자에 한해 라마를 제공할 계획이다.

초거대 AI와 이를 활용한 생성 AI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앞서나가면서 위기감을 느낀 메타가 뒤늦게야 뒤쫓는 모양새다. 메타는 그동안 AI 챗봇인 ‘블렌더봇’, 대규모 언어모델 ‘OPT’ 등을 공개하며 AI 연구와 개발을 꾸준히 진행했지만,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오픈 AI와 같은 스타트업에 비해 메타와 같은 소셜 미디어 빅테크는 AI 윤리 등 논란 없이 AI를 만드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해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메타의 수석 AI 과학자인 얀 르쿤은 한 포럼에서 “블렌더봇은 지루할 수밖에 없었다”며 “철저히 안전하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고 토로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메타 내에서 최신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AI 승인 절차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직원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메타의 라마 공개로, 메타의 연구개발(R&D) 무게 중심에 변화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메타는 그동안 메타버스를 다음 먹거리로 보고, 매년 수십억 달러를 가상·증강현실(VR·AR) 플랫폼 및 기기 개발에 투자해왔다.

구글·MS·메타 등이 모두 참전한 빅테크의 AI 전쟁은 더욱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쟁의 관건은 천문학적인 컴퓨팅 비용. 초거대 AI를 운용하기 위해선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고성능 AI 반도체와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가 필요하다. 존 헤네시 알파벳 회장은 지난 22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AI 검색 방식의 비용이 기존의 키워드 검색보다 10배 이상 더 든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애널리스트들은 AI 검색 기술에 드는 수십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알파벳의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AI가 내놓는 답변의 품질을 보장하면서도 비용을 줄이는 것이 빅테크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