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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바퀴 달린 갤럭시’로 반도체 보릿고개 넘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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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반도체 시장에 불황이 엄습한 가운데 삼성이 이른바 ‘바퀴 달린 갤럭시’로 위기 타개에 나선다. 차량용 반도체 등 전장사업을 확대해 미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전기는 26일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ADAS)에 적용할 수 있는 전장용 반도체 기판(FCBGA)을 개발하고, 전장용 제품 라인업 확대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한 기판은 고성능 자율주행 시스템용으로 기술 난도가 높은 전장 제품 중 하나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기존 기판보다 회로 선폭과 간격을 각각 20% 줄여 여권 사진(35×45㎜) 크기의 칩에 1만 개 이상의 범프(칩을 기판에 연결하기 위한 전도성 돌기)를 구현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앞서 삼성전자는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문기업 암바렐라의 ADAS용 시스템온칩(SoC)인 ‘CV3-AD685’를 첨단 5나노(㎚·10억 분의 1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으로 생산한다고 밝혔다. 자율주행차의 두뇌 격인 이 칩은 카메라·레이더 등으로 입력한 운전 상황을 차량의 AI 엔진이 스스로 판단하고 제어토록 하는 역할을 한다.

그간 차량용 반도체는 첨단 공정 경쟁을 해오던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레거시(성숙) 공정으로 제조하고, 다품종 소량생산 품목이기 때문이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에 불과했다. 반면 리스크는 컸다. 결함이 생기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높은 품질관리 수준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미국)·NXP(네덜란드)·인피니온(독일)·르네사스(일본)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8할을 차지해왔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하지만 전기차·자율주행차가 대세로 떠오르며 상황이 달라졌다. 자율주행 기능의 고도화를 위해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수요도 크게 늘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가솔린·디젤 등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평균 200~300개의 반도체가 탑재되지만, 전기차·자율주행차에는 1000~2000개 이상이 필요하다.

여기에다 AI 도입이 늘면서 삼성뿐 아니라 애플·퀄컴·엔비디아·테슬라 등도 앞다퉈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매출 시장은 올해 760억2700만 달러(약 100조2000억원)에서 2028년 1298억3500만 달러(약 171조12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한 전장 분야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공들이는 미래사업 분야이기도 하다. 그동안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지난해 11월)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2월 7일), 삼성전자 천안·온양캠퍼스(2월 17일) 등을 찾아 전장용 기판·디스플레이, 전장에 적용되는 반도체 패키지 기술 등을 살피기도 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하만·삼성전기·삼성SDI 등이 이미 팔을 걷어붙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데이 2022’에서 “2025년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기는 주요 사업부에 전장 전담조직을 만들어 반도체 기판, 카메라 모듈,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분야에서 전장용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김응수 삼성전기 패키지솔루션사업부장(부사장)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장용 FCBGA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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