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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생명 구하는 의료데이터 제대로 쓰이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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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종엽 건양대 의대 정보의학교실 교수

김종엽 건양대 의대 정보의학교실 교수

디지털 헬스케어는 의료기술과 첨단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제공하는 혁신적이고 효과적인 헬스케어 서비스를 말한다. 미국을 선두로 핀란드와 포르투갈,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가 이미 디지털 헬스케어를 중요 과제로 다루고 있으며, 해당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저변을 확대하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여느 국가 못지않게 해당 산업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해 왔다. 데이터 3법 개정으로 가명 정보의 활용 여건을 마련했고, 가명처리를 통해 과학적 연구에 의료데이터를 활용하려는 노력 역시 게을리하지 않았다. 2020년부터 추진된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원사업은 디지털 헬스 산업을 선도하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병원들이 용어 및 서식 표준화를 확대하고, 양질의 의료데이터를 대규모로 구축하는 등 임상데이터 활용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의 노력이 국가대표를 육성하기 위한 연습경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생명윤리법, 개인정보보호법, 전자정부법, 의료법 등 의료데이터 활용 관련 법령 간의 충돌과 혼란으로 본 경기를 시작도 못 했기 때문이다. 또한, 의료마이데이터는 일부 병원들이 참여하는 시범사업에 머무르고 있는데, 의료기관의 참여 유인 확보와 함께 의료데이터 전송요구권 도입 등 법적 기반 마련은 숙제로 남아있다. 대조적으로 금융마이데이터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개인 신용정보 전송요구권을 도입함으로써 사업을 성공적으로 런칭하고, 우수사례를 계속 발굴하고 있다.

다행히 얼마 전 의료분야 전송요구권, 의료데이터의 가명처리 근거와 절차 등을 규정한 디지털 헬스케어 진흥 및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촉진에 관한 법이 발의된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여기서 멈칫거릴 여유가 없다. 의료데이터를 의료 현장의 다양한 연구에 폭넓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법을 이른 시일 내에 제정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헬스케어 특성상 기술 개발부터 활용까지 다부처에 걸쳐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거버넌스를 정비해 국민건강과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거버넌스 확립과 이를 통한 연속성 있고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그 안에서 산·학·연·병의 연구자가 활발하게 소통하며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성과를 도출하고, 이를 현장으로 환류시키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김종엽 건양대 의대 정보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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