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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멘 넣고 김민재 막고…나폴리, 이탈리아가 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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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나폴리 김민재(오른쪽)가 26일 엠폴리 원정에서 상대 골문을 향해 헤더를 시도하고 있다. 나폴리는 이날 2-0으로 이겼다. [AP=연합뉴스]

나폴리 김민재(오른쪽)가 26일 엠폴리 원정에서 상대 골문을 향해 헤더를 시도하고 있다. 나폴리는 이날 2-0으로 이겼다. [AP=연합뉴스]

빅터 오시멘(25)이 넣고, 김민재(27)가 막는다. 단순하면서도 위력적인 승리 공식을 앞세운 이탈리아 프로축구 명문 나폴리가 거침없는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세리에A(이탈리아 1부리그)를 넘어 유럽 제패를 꿈꿀 만한 상승세다.

나폴리는 26일 이탈리아 엠폴리의 스타디오 카를로 카스텔라니에서 열린 세리에A 원정경기에서 홈팀 엠폴리를 2-0으로 제압했다. 전반 16분 상대 자책골과 전반 28분 오시멘의 추가골을 묶어 승리를 거뒀다.

8연승을 거둔 나폴리는 정규리그 21승2무1패(승점 65점)를 기록했다. 통계 전문 업체 파이브서티에잇은 “나폴리의 우승 확률은 98%에 이른다”고 밝혔다. 디에고 마라도나가 활약한 지난 1990년 이후 33년 만에 스쿠데토(방패 모양의 세리에A 우승 트로피)를 다시 품을 절호의 기회다.

오시멘(左), 김민재(右)

오시멘(左), 김민재(右)

유럽 제패도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나폴리는 지난 22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원정 1차전에서 프랑크푸르트(독일)에 2-0으로 이겨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창단 후 첫 8강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팬들의 시선은 더 높은 곳을 향한다.

올 시즌 나폴리의 진격을 이끄는 두 주인공은 오시멘과 김민재다. 포지션을 빼면 두 선수는 공통점이 많다. 특히 시련을 딛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점, 동료들에게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점이 닮았다.

오시멘은 아프리카 빈민촌에서 발굴한 보석이다. 나이지리아 최대 도시 라고스의 쓰레기 처리장 인근 마을에서 성장했다. 지난 2020년 나이지리아 어브로드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가난한 집의 6남매 중 막내였다. 어린 시절 나는 생수를, 형들은 신문을, 누나들은 오렌지를 팔아 생계를 꾸렸다”면서 “축구가 하고 싶어 쓰레기장을 뒤져 찾은 축구화를 고쳐 신고 뛰었다. 오른쪽은 나이키, 왼쪽은 리복 제품이었다”고 밝혔다.

▲‘괴물 공격수’ 오시멘은…

출생 : 1998년 12월29일 나이지리아 라고스
체격 : 키 1m85㎝, 몸무게 78㎏
포지션 : 스트라이커
전 소속팀 : 볼프스부르크(독일)-샤를루아(벨기에)-릴(프랑스)
A매치 기록 : 23경기 15골
별명 : 짐승, 마스크맨
연봉 : 380만 유로(52억8000만원)
바이아웃 : 1억700만 파운드(1680억원)

운도 따랐다. 오시멘은 “2015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대표팀 선발을 위한 평가전에 참가하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경기 장소가 너무 멀었다”면서 “비행기를 탈 돈이 없어 5명이 탄 자동차에 합승했다. 10시간을 달려 경기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경기가 진행 중이었다. 대충 몸을 푼 뒤 후반 30분쯤 교체 투입됐다. 막판 15분간 2골을 넣어 대표팀에 뽑혔다”고 했다.

오시멘은 그해 U-17 월드컵 본선에서 10골을 넣고 나이지리아의 우승을 이끌었다. 골든슈(득점상)와 실버볼(MVP 2위)을 받으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선수가 됐다. 이후 볼프스부르크(독일), 샤를루아(벨기에), 릴(프랑스)을 거쳐 지난 2020년 나폴리에 합류했다.

▲‘괴물 수비수’ 김민재는…

출생: 1996년 (‘한국의 나폴리’ 경남 통영)
체격: 키 1m90㎝, 몸무게 88㎏
포지션: 중앙수비수
전 소속팀 : 전북현대-베이징 궈안(중국)-페네르바체(튀르키예)
A매치 기록: 42경기(3골)
별명 : 철기둥, 코리안 몬스터, 벽민재
연봉: 250만 유로(34억8000만원)
바이아웃 : 5000만 유로(690억원) *오는 7월 한시 적용

김민재도 어린 시절 부모님이 운영하는 작은 횟집의 골방에서 온 가족이 함께 살았다. 돈을 벌기 위해 대학(연세대) 2학년 때 자퇴하고, 내셔널리그(현재 3부리그의 전신) 경주 한국수력원자력에 입단했다. 이후 잠재력을 눈여겨본 K리그 강호 전북 현대와 계약하며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베이징 궈안(중국), 페네르바체(튀르키예)를 거쳐 올 시즌 나폴리 수비진을 이끌고 있다.

두 선수는 올 시즌 절정의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오시멘은 8경기 연속골을 기록 중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가브리엘 바티스투타, 파비오 콸리아렐라가 공동 보유한 리그 기록(11경기 연속골)에 근접했다. 오시멘은 올 시즌 19골을 기록하면서 리그 득점 선두에도 올라 있다. 김민재도 각종 통계 사이트가 집계하는 수비수 평점과 순위에서 부동의 1위다.

오시멘과 김민재가 나란히 공수에서 맹활약하면서 이들이 조만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이탈리아 스포츠 전문지 코리엘레 델로 스포르트를 비롯해 유럽 매체들은 26일 “프리미어리그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김민재와 오시멘에 나란히 바이아웃(소속팀 동의 없이 선수와 협상이 가능한 이적료)을 지불하고 한꺼번에 영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나폴리는...

창단 : 1926년(97년 역사)
홈구장 :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 스타디움
감독 : 루치아노 스팔레티(이탈리아)
회장 : 아우렐리오 데라우렌티스(이탈리아 유명 영화 제작자)
우승 : 세리에A 2회(1987·90), UFEA유로파리그(1989), 코파이탈리아 6회(1962·76·87·2012·14·20)
별칭 : 파르테노페이(나폴리 시민들), 이 아주리(하늘색)
주요선수 : 빅터 오시멘, 이르빙 로사노, 김민재
주요 라이벌 : AS로마(태양의 더비), 팔레르모(시칠리아 더비), 유벤투스(우승 경쟁팀)
올 시즌 성적 : 세리에A 1위,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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