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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윳값 벌러 성매매 간 사이 아기 숨져…법원, 미혼모에 집유 “모성보호 국가 책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해 5월 21일 분윳값을 벌기 위해 엄마가 집을 비운 지 2시간여 만에 홀로 남겨진 생후 8개월 영아 A군이 숨졌다. 당시 젖병을 고정하기 위해 A군 가슴 위에 놓았던 쿠션이 얼굴로 옮겨지면서 호흡을 막은 것이다. 재판부는 엄마에게 이례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사회적 취약계층을 보호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책임도 있다”고 밝혔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친모 B(30대)씨는 미혼모로서 A군을 혼자 키워왔다. B씨는 임신중절 수술을 권유한 가족과 갈등을 빚은 후 관계가 단절된 채 기초생계급여와 한부모 아동양육비 등 매달 약 137만원으로 생활했다. 2인 가구 최저 생계비(97만8026원)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B씨는 아들의 양육비용은 물론이고 월세 27만원, 건강보험료를 비롯한 각종 공과금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B씨는 양육비를 벌기 위해 성매매에 뛰어들었다. 단시간에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이 숨진 것은 B씨가 성매매 일을 하러 나선 이후였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윤호)는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3년간의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수강 및 40시간의 성매매 방지 강의 수강 등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헌법에 따라 국가는 모성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하지만 기초생계급여 등 일부 재정적인 지원만으로 피해자(A군)를 안전하게 보호·양육할 수 있는 경제적 토대가 충분히 마련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애정을 가지고 피해자를 보호·양육해 왔다”며 “단지 범행의 결과로 피고인만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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