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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는 축복” 인구통계 전문가의 주장 맞을까

중앙일보

입력

[World View] 저출산 문제의 역발상

지난 1월 30일 뉴욕타임스(NYT)에 실린 왕펑 교수의 컬럼. [NYT 홈페이지 캡처]

지난 1월 30일 뉴욕타임스(NYT)에 실린 왕펑 교수의 컬럼. [NYT 홈페이지 캡처]

인구 감소가 재앙이 아니라 축복이라는 주장은 왕펑 교수만 한 게 아니다. 조엘 E 코헨 미 록펠러대 인구학 교수 등도 국제인구과학연맹(IUSSP) 기고에서 “인구 감소와 증가의 둔화는 인류에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주장했다. 많은 인구나 빠른 인구 증가가 번영에 필수 요건이 아니며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핀란드의 1인당 합계출산율(1.39명)은 미국(1.66명), 일본(1.3명), 중국(1.16명) 등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짚었다. 안정적인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이다. 행복한 나라는 출산율이 높을 것으로 여기면 오산이라는 얘기다.

그는 또 인구 증가 속도가 느려지면 국내총생산(GDP) 성장은 느려져도 1인당 GDP는 더욱 빠르게 성장한다고 설명했다. 룩셈부르크·스위스·노르웨이·싱가포르 등은 인구가 적지만 교육과 기술에 대한 투자로 1인당 GDP가 높은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이는 “인구가 줄면 유한한 생태 자원에 대한 경쟁자도 줄어든다”는 왕펑 교수의 논지와 맞닿아 있다. 자원과 재화가 유한한 상태에선 인구가 늘지 않거나 줄어야 개별 1인에게 투입되는 비용(양육·교육·보건 등)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왕펑 교수가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올린 칼럼 역시 “인구가 줄어야 사람이 귀해진다”는 게 주요 논지다. 예컨대 한국 사회의 경우 과거엔 초등학교 무상 교육만 제공했다면 이젠 중·고교까지 무상 교육을 해야 하는 만큼 출산율이 줄어드는 게 1인당 투입 비용을 확보하는 측면에선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아울러 왕펑 교수를 비롯한 일부 인구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는 경제 성장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으로 봤다. 디트리히 볼래스 미 휴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저서 『완전 성장』에서 “출산율 감소는 경제성장의 징후”라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주요국에서 1인당 GDP가 증가할수록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를 뒷받침했다.

이와 관련해 유엔(UN)은 전 세계 총인구가 2080년 정점인 104억 명에 도달한 뒤 2100년까지 비슷하게 유지된 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이 기간 인구 증가분의 상당수가 아프리카 국가에서 발생하며, 주요국에선 인구 감소가 예상된다고 봤다.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일본·이탈리아뿐 아니라 ‘인구 대국’ 중국에서도 이미 인구 감소가 시작됐다.

그렇다면 과연 인구 감소는 반드시 축복일까. 인구가 줄어 사람이 귀하게 대접받는다면 바람직하지만, 과연 지속 가능하게 대접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반론이 만만치 않아서다. 인구가 줄어도 누군가는 일해서 ‘대접받는 구조’를 유지해야 하는데 인구 감소의 즉각적인 여파는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노동력 부족 현상은 이미 주요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전 세계 총인구에서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 65.3%에서 지난해 64.9%로 줄었으며, 2070년 61.4%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같은 기간 73.4%에서 71%로 감소했으며, 2070년 46.1%로 급감한다는 관측이다. 이 기간 일본은 60.5%→58.5%→50.4%로, 중국은 72.6%→69%→53.5%로 감소한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중소기업의 약 70%, 한국은 60%가 구인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 겸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 원장은 서구보다 출산율이 현저히 낮고, 노인 인구 비율은 높은 한국의 현실을 짚었다. 그는 “인구수보다 중요한 건 전체 인구에서 노인과 생산연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라며 “한국은 저출산 문제 해결 없이는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걱정했다.

☞왕펑 교수=인구 통계학, 고령화, 불평등에 대한 선도적인 전문가로 꼽힌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사회학과 교수이자 상하이 푸단대의 초빙 교수다. 저서로는 『인류의 4분의 1』 등이 있다.

World View’는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의 연재 시리즈입니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발행됩니다. 'World View'의 이번 순서는 "인구 감소가 축복"이라는 주장의 허와 실을 따집니다. 더중앙플러스World View’에 가면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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