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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면적에 제약기업만 700곳…'고밀도 산업 생태계'가 스위스의 경쟁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스위스 바젤에 있는 보트뉴로는 알츠하이머 치료기기를 개발 중이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환자 맞춤형 전기자극 헤드셋을 만들어 미세전류로 알츠하이머 진행을 늦추는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로부터 갤럭시탭을 이용해 치료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을 받고 있다. 바젤대는 물론 인접한 취리히연방공대(ETH)에서 출발한 스타트업과도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보트뉴로는 바젤이 내세우는 '작은 도심'에 집중된 '고밀도 산업 생태계'의 산물이다. 스위스 바젤슈타트주의 면적은 36.95㎢. 서울 강남구(39.54㎢) 만한 면적에 노바티스·로슈·론자 등 글로벌 제약 기업의 본사가 몰려있다. 1시간 이내 거리에는 700여개 생명과학 분야 회사와 1000개 이상의 연구조직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바젤투자청에 따르면 바젤 지역에 근무 중인 생명과학 분야 전문가만 3만2500명이다. 파리(2만650명)와 뮌헨(1만7250명) 등 유럽 주요 도시보다 많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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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뉴로의 공동설립자인 알로이스 호프 최고전략책임자(CSO)는 “ETH와 바젤대 등에서 우수한 기술자와 연구자들이 배출되는 데다 바젤 내에 생명과학 기업 많기 때문에 1시간 이내의 거리에서 모든 기술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바젤의 '고밀도 산업 생태계'는 혁신 강국 스위스의 경쟁력의 한 부분이다.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집계하는 글로벌혁신지수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스위스 수교 60주년을 맞아 스위스의 혁신 현장을 둘러봤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 14일 바젤 혁신 파크(Innvation park) 메인 캠퍼스에서는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을 위한 각종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5만㎡ 부지에 조성 중인 바젤 혁신 파크는 지난해 7월 메인 캠퍼스부터 문을 열었다. 메인 캠퍼스는 스위스 출신의 듀오 건축가인 헤르조그 앤 드뫼롱(HdM)이 설계했다.

이날 현장서 만난 바젤 투자청의앙케홀나겔 아시아 담당 국장은 “글로벌 제약사와 대학 등으로 이뤄진 풍부한 생태계가 장점”이라며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 스타트업은 각종 금융지원과 글로벌 제약사와의 네트워크 형성 등을 포괄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바젤시청에서 만난 베아트 얀스 바젤 시장은 “바이오 관련 기업과 대학 등이 모여 있어 시너지 효과가 큰 데다 관련 분야에 대한 지원도 집중돼 있다”고 강조했다.

바젤 혁신파크 내에 마련된 연구공간. 연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유 연구공간이 마련됐다. 입주하는 스타트업의 규모에 따라 7mX7m의 모듈형 공간을 배분해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됐다. 안효성 기자

바젤 혁신파크 내에 마련된 연구공간. 연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유 연구공간이 마련됐다. 입주하는 스타트업의 규모에 따라 7mX7m의 모듈형 공간을 배분해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됐다. 안효성 기자

스위스 내에는 바젤 혁신 파크와 같은 6곳의 혁신 단지가 있다. 모두 주변에 연구에 특화된 대학을 중심으로 스타트업과 기업이 밀집해 있다. 지난 16일 찾은 스위스 로잔의 로잔연방공대(EPFL) 내 혁신 파크에는 150개 스타트업과 350개 이상의 연구 조직, 로지텍과 머크, 네슬레, 쉰들러 등 50개의 기업이 협업 중이다. 공동 연구는 물론이고 가능성 높은 스타트업 발굴을 진행하는 게 목표다.

2009년 EPFL에서 창업한 알마텍은 인공위성 등에 부품을 제조하는 우주·항공 분야에서 스위스 선두권 기업이다. 최근에는 수소를 이용해 시속 50㎞까지 달릴 수 있는 친환경 페리를 개발하는 데 역량을 쏟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내뿜지 않고 100명 이상의 승객을 태우는 게 목표다. EPFL 내의 연구진과 학생들이 창업한 스타트업에서 개발한 각종 소재와 부품을 활용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선체에 수중날개를 달아 고속항행을 할 때 선체가 떠오르는 수중익선으로 설계됐는데, 수중익선이 주행 중 물의 흐름을 측정하는 센서도 EPFL의 학생이 개발했다. 루크블레차알마텍 최고기술책임자는 “학내에서 협업이 이뤄지다 보니 추가 연구나 제작 과정에서 필요한 각종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스위스의 협업은 산학으로만 제한되지 않는다. 국경도 넘고 있다. 스위스 로잔에 본사를 둔 제약사로 신약 후보물질 등을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에 판매하는 연구 특화 제약사 디바이오팜의 성공 요인은 글로벌 협업이다. 2021년에도 독일의 글로벌 제약사인 머크사에 두경부암 치료물질을 총 1조4000억원에 판매했다. 이 회사는 영업조직이 없어 스위스 내에만 400여명가량만 근무한다. 그런데도 직원들의 국적은 40여개국으로 다양하다.

프레드릭 레비 디바이오팜 후보물질 발굴 총괄은 “스위스는 작은 국가인 만큼 개방성을 갖고 다양한 기업과 국가와 협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과도 협업을 강화하고 있는데 기업들의 연구역량과 의료 체계 등 바이오 분야 연구에서 빠르게 발전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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