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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울산 땅 수사의뢰 승부수…安, 이재오·서병수 앞세워 총력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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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땅 의혹' 수사의뢰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땅 의혹' 수사의뢰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 나선 김기현 후보의 울산 땅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까지 나서 특별검사(특검) 수사를 주장하자 김 후보는 스스로 수사를 의뢰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김 후보는 2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경쟁 후보들이) 문제 삼고 있는 울산 땅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의뢰하고자 한다”며 “만약 내 소유 울산 땅과 관련해 불법으로 도로 계획을 바꾸도록 직권을 남용했거나, 불법으로 1800배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면 그 즉시 정계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반면 근거 없는 비방과 흑색선전으로 우리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무책임한 일부 정치인들에게는 수사 결과를 토대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정치적·법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강조했다. ‘2007년 울산 KTX 역세권 연결 도로 노선이 당초 계획과 달리 김 후보 소유 임야를 지나도록 변경되는 과정에서 김 후보가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수사를 통해 혐의가 없다고 결론날 경우 민주당뿐 아니라 경선 과정에서 의혹을 제기한 황교안·안철수 후보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회견에 경쟁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경선에서 의혹을 처음 제기한 황교안 후보는 페이스북에 “김 후보 땅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땅의 주인은 이미 2016년에 그 땅을 70개로 쪼개 평당 44만1000원에 매도를 했다”며 “김 후보는 그 땅이 마치 쓸모없는 땅이고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처럼 말하는데 그런 땅에 왜 사람들이 몰려와서 땅을 쪼개서라도 사려고 했을까”라고 반문했다. 황 후보 캠프의 박윤성 대변인은 ‘IMF 당시 어려워진 교회 교우로부터 땅을 샀다’는 김 후보의 해명과 관련해 “임야를 매각한 사람이 A씨가 맞는지, A씨 직업이 부동산업자(경매업자)가 맞는지, A씨가 김 후보가 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김 후보의 법률사무소 소속 경매팀장이었다는 풍문이 사실인지, 김 후보가 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부동산 경매를 통해 재산을 증식했다는 풍문이 사실인지 여부를 밝히라”며 더 강한 의혹 제기를 했다.

안철수 후보 캠프의 이종철 수석대변인은 “김 후보는 이미 수많은 고소 남발로 의혹을 제기한 힘 없는 지역 언론(MBC) PD를 지옥까지 쫓아갈 듯 괴롭힌 전력이 있다”며 “정말 당당하다면 (국수본이 아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수사를 의뢰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천하람 후보도 “(해당 의혹을 보도했던) MBC를 상대로는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해놓고 왜 우리 당 동지를 상대로 내부총질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김 후보의 회견 한 시간 전에 ‘특검 카드’를 꺼냈다. 울산경찰청장 출신인 황운하 의원 등 민주당 ‘김기현 의원 땅 투기 진상조사단’은 기자회견에서 “김 후보는 1996년부터 1998년 8월까지 울산광역시 고문변호사로, 내부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며 “특검을 시행해 지역 토착·토건 비리를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사단은 또한 “(교회 지인이) (1998년) 1월 31일에 토지주로부터 땅을 매입하고, 2월 10일에 소유권을 이전한 뒤 하루 만인 11일에 김 후보에게 판다”며 “부도 위기에 몰린 이가 왜 땅을 매입하고 소유권 이전 이튿날 땅을 파느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이러한 당내 경쟁자와 민주당의 움직임에 김 의원은 “민주당 이중대”라거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불법 비리를 감추기 위해 엉뚱하게 나를 끌어들이는 물귀신 작전”이라고 반박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열린 국민의힘 수도권 총선필승을 위한 전략 토크쇼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미경 교수, 안 후보, 서병수 의원, 이재오 상임고문.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열린 국민의힘 수도권 총선필승을 위한 전략 토크쇼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미경 교수, 안 후보, 서병수 의원, 이재오 상임고문. 뉴시스

안철수 후보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개최한 ‘국민의힘 수도권 총선 필승을 위한 전략 토크쇼’에는 안 후보의 숨어 있던 우군이 등장했다. 옛 친박계와 친이계 핵심이었던 서병수 의원과 이재오 상임고문이 축사를 한 것이다.

서 의원은 축사에서 “안 후보는 자라온 배경이나 지금까지 정치를 해온 모습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국민의힘 이념과 꼭 들어맞는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후보가 안 후보에게 “민주당 DNA”라며 정체성 공세를 편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상임고문은 “안 후보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고 (대표를) 관두겠다고 했는데, 선거를 뛰고 (자신의 자리를) 내놓는 것은 쉽지 않다”며 “이것이 (올바른) 지도자상”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 캠프 관계자는 “물밑에서 돕는 당내 중진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엔 안 후보의 아내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도 모습을 드러냈다. 김 교수가 이번 전당대회 국면에서 안 후보의 정치 행사에 참석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김 교수는 지난해 12월 국민의힘에 입당해 생애 처음으로 당적을 보유하기도 했다. 또 이날 행사엔 국민의당 시절부터 안 후보와 함께하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대선 후보 단일화 협상을 이끌었던 이태규 의원도 참석했다. 정치권에선 최근 “두 사람이 멀어졌다”는 말이 돌았지만 이날 행사에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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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천하람 당 대표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총선 공천권 개혁 방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천하람 당 대표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총선 공천권 개혁 방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하람 후보는 이날 “실질적으로 당을 운영한 최고위, 원내지도부 및 그에 준하는 비대위와 당무집행기구 핵심 당직자에게 그 권한에 비례한 책임을 부여하겠다”는 총선 공천 개혁안을 발표했다. 당 지도부와 장제원 의원 등 친윤계 현역 의원을 호남 및 수도권 험지에 공천한 게 핵심이다. 천 후보는 “마음 같아선 (장제원 의원을) 컷오프시키고 싶다”며 “장 의원이 나경원 전 의원을 집단으로 린치하고 핍박하는 데 최선봉에 섰던 사람이니 (나 전 의원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 유권자에게 심판을 받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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