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달 빨리 핀 포항 매화...학계 "기후변화 탓"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6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서홍동 걸매생태공원에 매화가 활짝 펴 지나는 도민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뉴스1]

지난 16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서홍동 걸매생태공원에 매화가 활짝 펴 지나는 도민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뉴스1]

남부 지역에서 봄을 알리는 전령인 매화의 개화 시기가 평년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기상청에 따르면 남부 지역에서 매화가 이달 중순 개화했다. 기상청은 전국에 표준 '계절 관측목'을 두고, 이 나무에서 일정 기준 이상의 꽃이 피면 공식 개화로 집계한다.

매화는 제주 서귀포에서 2월 초, 울산과 창원은 2월 12일~14일 피었다. 서귀포의 평년 개화 시기는 2월 중순, 울산과 창원은 2월 말경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해 남부 지역 매화 개화 시기가 평년보다 대략 열흘 가량 빠르다"고 말했다.

특히 포항에서는 지난 1월 27일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면서 한 달 이상 빠른 개화 기록을 세웠다. 포항의 평년 매화 개화 시기는 2월 말~3월 초다.

지난 17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서홍동 걸매생태공원에서 동박새가 만개한 매화 사이에서 꿀을 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서홍동 걸매생태공원에서 동박새가 만개한 매화 사이에서 꿀을 따고 있다. [연합뉴스]

무등산·내장산·경주 등 남부 지역 국립공원에도 야생화가 일찍 꽃망울을 터뜨렸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경주국립공원 토함산 지구에서는 지난 16일 노루귀, 너도바람꽃, 변산바람꽃, 개복수초 등이 피었다. 경주사무소는 "경주 일대에 눈과 비가 내린 뒤 이달 중순 기온이 대폭 오르며 이른 봄꽃이 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무등산국립공원에서도 지난 5일 복수초가, 지난 18일 변산바람꽃이 개화하며 지난해 보다 일주일 빨리 개화했다. 내장산에서는 복수초와 변산바람꽃 외에도 노루귀, 붉은대극 등이 지난해 보다 10일 빨리 피었다.

英 연구진 "기후변화 탓 한 달 일찍 봄꽃 개화"

기상 당국은 "1월 중 평년보다 기온이 높은 날이 많아 나타난 현상으로 보고 있다"며 "기후변화 영향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기후변화 탓에 전 세계에서 봄꽃 개화시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무등산국립공원에 핀 복수초.[무등산 국립공원사무소 제공]

국립공원공단 무등산국립공원에 핀 복수초.[무등산 국립공원사무소 제공]

지난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는 기후변화로 영국의 봄꽃이 평균 한 달 더 일찍 개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406개 식물종의 개화 시기를 18세기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40만건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울프 뷘트겐 교수(지리학과)는 "꽃이 너무 빨리 피면 늦은 서리가 찾아왔을 때 지는데, 이는 '생태적 불일치'라는 큰 위험을 낳는다"고 밝혔다. 꽃이 빨리 피고 지면 곤충과 새 등 야생동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어떤 종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연구진도 기후변화에 의한 온도 상승과 봄철 강우량 감소가 온대림 지역 개화 시기를 앞당기고 개화 기간도 단축시킨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사범대학 김재근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20년 발표한 논문에서 온대림에서 봄철 개화하는 초본식물 4종(복수초, 노루귀, 서울제비꽃, 할미꽃)을 이용한 온실 실험 결과 이같이 발표했다. 경희대학교 생명공학대학 연구진은 2021년 발표한 논문에서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가 광합성 속도를 증가시켜 개화를 가속화한다고 밝혔다.

자난 15일 폭설이 내린 강원 강릉시 초당동 주택가에 꽃을 활짝 피운 홍매화가 하염없이 눈을 맞고 있다. [연합뉴스]

자난 15일 폭설이 내린 강원 강릉시 초당동 주택가에 꽃을 활짝 피운 홍매화가 하염없이 눈을 맞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국내 봄꽃 개화 시기 관측 결과 한반도의 기후변동 폭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1999년∼2015년 사이 봄꽃 개화 시기는 40년 전보다 평균 6일(최대 16일)가량 빨라졌고 2010년 이후 이상 한파와 이상 고온이 자주 나타나며 개화 시기를 비롯한 생태계 안전성이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고 있다고 발표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