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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폭드론·탄약 지원설에…미·G7 "러 도우면 심각한 대가" 경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9월 15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 협력기구(SCO) 정상회의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AFP=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9월 15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 협력기구(SCO) 정상회의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AFP=뉴스1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아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러시아에 대해 군사적 지원 등으로 제재에 균열을 내는 이들에게 “심각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살상 무기 지원을 검토하는 걸 알고 있다”고 지적한 중국을 사실상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캐나다·이탈리아 등 G7 정상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화상으로 회의를 개최하고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제재 조치를 회피하거나 약화시키려 제3국 또는 기타 국제 행위자들이 러시아 전쟁에 대한 물질적 지원을 하는 것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그들은 심각한 대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G7은 공동 성명을 통해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교·재정·군사적 지원을 강화하고, 러시아와 그를 지원하는 사람들의 비용을 늘릴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군수품과 전차뿐 아니라 방공 체제 능력(지원)에 초점을 두겠다”고도 했다. G7은 공동 성명에서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메시지는 중국을 조준한 것으로 읽힌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짚었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이해 서방의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화상 회의를 가졌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실무 세션에 참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이해 서방의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화상 회의를 가졌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실무 세션에 참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같은 날 미 백악관은 “유럽, 아시아, 중동 전역에서 러시아의 전쟁 노력을 지원하는 러시아·제3국 활동가와 200개 이상의 개인·단체”를 추가 제재한다고 발표하면서 중국의 헤드항공우주그룹 등 업체 5곳을 ‘기업 블랙리스트’에 포함시켰다. 기업 블랙리스트에 포함되면 미국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금지된다. 영국·유럽연합(EU)도 러시아의 무기 제조와 관련된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중국은 러시아를 지원하면 안 된다”며 중국을 콕 찍었다. 그는 24일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가진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은 국제법과 유엔(UN) 헌장을 위반한 불법 침략 전쟁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매우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서방의 이 같은 움직임은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최근 뮌헨 안보회의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위원에게 “중국의 살상 무기 지원 검토를 알고 있다”며 경고한 뒤 나온 것이다. 이후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과 미국 CNN 방송은 “중국이 러시아에 드론과 탄약을 제공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외신은 “중국의 방산 업체 시안빙고 보안항공기술이 이르면 4월 러시아에 인도될 수 있는 자폭 드론 100대를 구입하는 것을 협의 중”이라며 “이미 작년부터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기업들이 러시아의 SU-27 전투기 교체 부품을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하는 등 구체적인 무기 종류와 규모도 언급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개최된 동유럽 9개국 정상 모임인 '부쿠레슈티 나인'(B9) 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개최된 동유럽 9개국 정상 모임인 '부쿠레슈티 나인'(B9) 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오후 공개된 ABC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의 러시아 지원을 예상하진 않는다”며 수위 조절을 하면서도 “(중국이 실제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할 경우) 우리는 대응할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개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지 않을 거라 믿고 싶다”며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중국의 평화안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젤렌스키는 러시아의 강력한 우방국인 중국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회의 및 우크라이나 연락그룹 회의와 관련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회의 및 우크라이나 연락그룹 회의와 관련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처럼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적 밀월 관계를 선제 차단하고 국제 사회엔 ‘반러 단일 대오’를 촉구하고 있지만, 러시아를 은근히 지원하는 것은 중국만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남반구 중견국을 지칭하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이 러시아를 공개 비판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25일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는 이런 균열상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미국의소리에 따르면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서방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내자고 강하게 주장했으나, 주최국인 인도가 난색을 표하면서 공동 성명 채택이 무산됐다. 중국·러시아 측 이견도 함께 담는 의장 성명으로 수위를 낮췄다. 남아공은 이달 17일부터 열흘 간 러시아·중국과 4년 만에 합동 연합 해상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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