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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는 분윳값 벌러 성매매…홀로 남겨진 생후 8개월 숨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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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윳값을 벌기 위해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홀로 남겨진 생후 8개월 영아가 숨졌다. 재판부는 엄마에게 이례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사회적 취약계층을 적절하게 보호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책임도 있다”고 밝혔다.

아기 이미지. 셔터스톡

아기 이미지. 셔터스톡

26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5월 21일 엄마가 돈을 벌러 나간 사이 혼자 남겨졌던 생후 8개월 영아 A군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A군의 가슴에 놓인 롱 쿠션이 얼굴 위로 옮겨지면서 호흡을 막았다. 엄마는 A군의 젖병을 고정하기 위해 가슴 위에 쿠션을 올려놓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엄마가 집을 비운 지 2시간여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A군의 친모 B(30대)씨는 2021년 10월 A군을 출산한 뒤 줄곧 혼자 키웠다. 미혼모인 그는 과거 임신 과정에서 임신중절 수술을 권유한 가족들과 갈등을 빚었고 이후 관계가 사실상 단절된 채 홀로 지냈다고 한다.

소득활동이 없었던 B씨는 기초생계급여와 한부모 아동양육비 등 매달 약 137만원으로 생활했다.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2022년도 기준 2인 가구 최저 생계비(97만8026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B씨는 매달 발생하는 월세 27만원을 비롯해 A군의 분유·기저귀 등 양육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료를 비롯한 각종 공과금도 제때 납부하지 못했다.

결국 B씨는 A군의 양육비용을 벌기 위해 성매매에 뛰어들었다. 홀로 어린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단시간에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A군이 숨진 2022년 5월 21일에도 성매매에 나섰던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을 맡은 대구지법 김천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윤호)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3년간의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수강 및 40시간의 성매매 방지 강의 수강 등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중한 결과(A군의 사망)의 발생에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적절하게 보호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책임도 있다”고 판시하며 “대한민국 헌법 제36조 제2항은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B씨)에 대해 실제로 이루어진 기초생계급여 등 일부 재정적인 지원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A군)를 안전하게 보호·양육할 수 있는 경제적 토대 내지 자활의 수단이 충분하게 마련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출생 당시 1.87㎏의 미숙아로 태어나 숨질 당시 보통의 발육도를 보이는 등 A군의 건강 상태도 참고한 재판부는 “피고인이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애정을 가지고 피해자를 보호·양육해 왔다”며 “단지 범행의 결과를 놓고서 전적으로 피고인만을 사회적으로 강도 높게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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