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관리 측면에서 보면 지금의 삼성은 ‘육상 트랙 앞에 선 씨름 선수’라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경쟁의 무대가 씨름장에서 100m 트랙으로 바뀌었는데, 그동안 성장하면서 얻게 된 무게감과 안정성 때문에 빠르고 유연한 움직임(체계 변화)에 방해가 되고 있습니다.
육상 트랙 앞에선 선 씨름 선수, 무슨 뜻
이찬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 전공 교수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의 성과보상 시스템을 이렇게 진단했다. 국내 어느 기업보다 뛰어난 관리 능력을 자랑해 왔지만 뉴노멀 시대에 또 한 번 변화의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집단성과급 딜레마 ②
회사 안팎에서는 회사 전체(그룹 계열사)나 사업부서(삼성전자) 단위로 소속 임직원에게 일률적인 보상을 하는 삼성에 대해 ‘거대한 복지 조직 같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전 직원이 평균 1억3000만~1억4000만원대 고연봉을 받지만, 성과 기여에 대한 차등이 부족한 데다 기준도 불명확하다며 불만이 나오는 것이다. 성과를 높이면서 전체적인 직원 관리까지 챙겨야 하니 회사로서도 부담이 커진다.

뉴노멀의 시대, 삼성의 성과보상시스템은 시험대에 올랐다. 중앙포토
기업 성과평가 전문가이자 『공정한 보상』의 저자인 신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삼성전자) 직원들은 매년 7월과 12월 각각 최대 월 기본급의 100%까지 나오는 목표달성장려금(TAI)을 이제 고정급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반도체(DS)부문은 최근 3년 연속으로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최대치인 연봉의 50%로 받고 있어 이런 제도가 동기 부여에 얼마나 유용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본급 적게 주려는 회사의 꼼수” 반응도
내부 분위기는 어떨까. 현직 삼성전자 직원 A씨(40대 초반)는 “성과급 제도는 기본급을 많이 주지 않으려는 회사의 꼼수라고 보는 인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에서 퇴사하고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한 B씨(30대 중반)는 “연초 성과 계획을 세우고, 연말에 몇 퍼센트 달성했다고 업적 평가를 하는데 영업 부서처럼 정량 평가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객관적인 증명이 어렵다”며 “평가받는 입장에선 부서장이 ‘얘 열심히 한 것 같다’ 식의 주관적 판단으로 등급을 매기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러니 회사가 아닌 부서장에게 충성하는 사람이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