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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술' 소주가 6000원이라니…깜짝 놀란 정부, 진화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른바 ‘서민의 술’인 소주와 맥주 가격의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가 내부적으로 주류업계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주류업계와 직접 만나 소줏값 인상 자제를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서울의 한 식당 주류 냉장고에 소주와 맥주 등이 채워져 있다.  지난해 일제히 상승한 소주와 맥주 가격이 올해 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주세가 큰 폭으로 오르는 데다 원·부자잿 가격 및 물류비 역시 상승한 영향이다. 뉴스1

지난 20일 서울의 한 식당 주류 냉장고에 소주와 맥주 등이 채워져 있다. 지난해 일제히 상승한 소주와 맥주 가격이 올해 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주세가 큰 폭으로 오르는 데다 원·부자잿 가격 및 물류비 역시 상승한 영향이다. 뉴스1

26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주류업계의 소주 가격 인상 움직임과 관련해 실태조사에 나섰다. 최근 주류업계는 소주의 원재료 격인 타피오카 가격, 주정 제조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 병 가격 상승 등 여파로 소주 출고가 인상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1000원 단위로 주류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감안할 때 이번에 또 한 번 소줏값이 오르면 ‘소주 6000원 시대’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주 등 국민이 정말 가까이 즐기는 그런 품목(의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대응방안을 지시했다.

기재부는 소줏값 인상 요인뿐 아니라 주류업체 수익 상황도 모니터링하고 있다. 실제 원재료와 에너지, 병 가격 상승 등이 소줏값 인상으로 이어질 만큼 정당성이 있는지 확인하겠단 것이다. 아울러 주류업체가 시중 은행들처럼 영업 상황이 어렵다면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보겠단 입장도 전해졌다.

정부는 여기에 독과점 등 주류업계의 경쟁구조도 살펴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추종 인상이라도 각자 결정한 게 아니라 따라 올리기로 합의한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올해 국민 부담으로 직결되는 민생 분야 담합 행위를 중점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주류업계를 직접 담당하는 국세청은 주류업체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소줏값 인상에 대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20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주류 배송 중인 관계자의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20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주류 배송 중인 관계자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의 진화작업에 업계는 당황하는 분위기다. 소주는 주세가 오른 것은 아니지만 원가 부담이 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소주에 들어가는 주정(에탄올)의 경우 10개 주정 회사에 주정을 독점 유통하는 대한주정판매가 지난해 값을 7.8% 올렸다. 여기에 병을 만드는 제병 업체가 지난달 말 공용병인 녹색 병을 병당 180원에서 220원으로 20% 넘게 올린다고 통보했다.

소주와 달리 맥주는 주세 자체가 올라 가격 조정이 불가피한 상태다. 오는 5월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은 지난해보다 리터(L)당 30.5원 오른 885.7원이 된다. 주류업체들은 대개 정부의 주세 인상 직후 가격을 올리는데 주류 출고가가 인상되면 소비자들의 식당·마트 구매가는 더 큰 폭으로 오른다.

정부 관계자는 “시장경제를 채택한 상황에서 정부가 물건의 가격을 올려라 마라 개입을 할 수는 없지만, 시장이 가격 인상에 취약한 구조라면 경쟁을 촉진하는 등 여지는 있는 것”이라면서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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