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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돌고래가 구미시와 뭔 상관? 1억짜리 황당 해외연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17일 경북 구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제264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구미시의회

지난달 17일 경북 구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제264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구미시의회

경북 구미시의회가 1억2000만원을 들여 일본·호주 해외연수 일정을 계획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구미시 부채가 2000억원이 넘는 상황에서 시의원이 외유성 짙은 해외연수에 1억원 넘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24일 구미시의회 국외출장계획서에 따르면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시의원 11명은 지난 12일부터 닷새간 일본을 다녀왔고, 기획예산위원회 시의원 11명은 이날부터 일주일간 일정으로 호주 시드니로 떠났다. 해외연수 예산에는 의원당 351만원, 의회 사무국 직원까지 합해 총 1억2000여만원이 책정됐다.

“시정 발전에 접목하겠다”더니…돌고래 생태견학  

구미시의회는 계획서를 통해 “국외 연수를 통해 의원 역량을 강화하고 소관 업무 관련 기관을 방문·견학해 구미시 실정에 맞는 제도와 시책을 검토해 시정 발전에 접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연수 목적을 밝혔다.

하지만 연수 일정에 여러 관광지가 섞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미YMCA는 지난 23일 논평을 통해 “산업건설위원회 해외연수 방문지에 포함된 일본 노보리베츠(登別)·시라오이(白老)·삿포로(札幌)는 홋카이도(北海道) 지역 대표적인 겨울 온천관광지다. 그런데 일정표에는 ‘온천’이라는 단어조차 없다. 온천관광지에 가서 온천도 탐방하지 않고 관광객 유치를 위한 벤치마킹을 하겠다는 건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속담조차 민망할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구미YMCA 또 “기획행정위원회 호주행 연수도 외유성 출장이라고 짐작할 만한 장소로 가득 차 있다”며 “크루즈 출발지로 유명한 달링하버를 시작으로 탄광궤도열차·케이블카·스카이웨이가 있는 블루마운틴, 돌고래 크루즈, 사막의 모래언덕 썰매로 유명한 포트스테판이 포함돼 있다. 모래사막도, 돌고래도 없는 구미에 어떻게 벤치마킹할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3일 경북 구미시의회에서 구미시의회 의원들이 신년인사회를 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구미시의회

지난달 3일 경북 구미시의회에서 구미시의회 의원들이 신년인사회를 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구미시의회

의회 사무국 직원들도 대거 동행

이번 해외연수에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의회사무국 공무원이 동행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구미YMCA는 “(해외연수에 동행하는 공무원 13명 중) 12명은 의회 사무국장을 포함한 회계, 인사업무보조, 의회중계방송 담당자 등”이라며 “시민이 이를 과연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이와함께 퇴직 전 공로연수를 5개월여 앞둔 시의회 사무국장이 해외연수에 2회 연속 참가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따른 비용은 730여만원이다.

구미YMCA는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의 시대, 가계부채 증가와 물가상승으로 인한 서민 삶이 궁핍한 시기를 맞고 있는 시민에게 필요한 시의원은 당선만 되면 권리를 누리는 정치인이 아니라, 자신에게 쓰이는 세금 한푼 한푼이 땀 흘려 일한 피 같은 시민 재산임을 명심하며 일하는 의원”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해외연수 땐 다른 시의회 보고서 그대로 베껴

앞서 2019년 구미시의회는 해외연수를 다녀온 후 다른 지자체 의회 연수를 그대로 베껴 제출해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당시 구미시의회 시의원 13명과 사무국 직원 9명은 2018년 11월 4박 5일간 일본을 다녀온 뒤 전남 광양시의회 보고서와 똑같은 내용으로 연수보고서를 제출했다.

특히 현장을 방문한 구미시의원 질의와 도쿄소방청 답변마저 광양시의회 연구보고서와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연수 후 시의원 개인이 15일 이내 의장에게 제출하도록 규정돼 있는 개별보고서 역시 아무도 제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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