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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스스로 움직인다?…교보문고의 스마트한 진화 [비크닉]

중앙일보

입력

안녕하세요. 박이담 기자입니다. 요즘 콘텐트를 즐기기 참 쉬워졌죠. 스마트폰만 켜면 영화, 만화부터 소설까지 터치 몇 번으로 즐길 수 있으니까요. 이런 기술의 발전 속에서 가장 오래된 매체인 책은 어떻게 살아남은 걸까요. 종이책이 우리 손에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하루. 하루만에 책이 배송되는 배경엔 우리가 몰랐던 기술 혁신이 숨어있답니다. 비크닉에선 교보문고 물류센터를 찾아가 자동화 물류 시스템을 탐구해봤습니다.

경기도 파주 부곡리에 위치한 교보문고 제1물류센터에서 책을 분류하는 모습. 홍성철 PD.

경기도 파주 부곡리에 위치한 교보문고 제1물류센터에서 책을 분류하는 모습. 홍성철 PD.

책이 스스로 움직이는 물류센터

하루 28만권. 지난해 증축을 마친 파주 부곡리의 교보문고 제1물류센터에서 최대로 분류할 수 있는 책의 양이에요. 보유한 책도 약 40만종 400만권까지 확대할 예정입니다. 이 어마어마한 물량을 관리할 수 있는 비결은 ‘물류 자동화 시스템’ 덕분입니다.

책이 우리 손에 오기까지 과정부터 알려드릴게요. 먼저 각 출판사에서 책을 서점 물류센터로 보냅니다. 물류센터에선 도착한 책을 검수한 후 전산 시스템에 등록하는데 이를 ‘입하’라고 해요. 입하를 마친 책은 크게 두 갈래 운명을 맞이합니다. 바로 독자에게 가거나, 서가에 보관되거나 말이죠. 책을 온라인 배송하거나, 전국 서점으로 보내는 걸 ‘출하’라고 합니다.

경기도 파주 부곡리에 위치한 교보문고 제1물류센터에서 책을 분류하는 모습.홍성철 PD.

경기도 파주 부곡리에 위치한 교보문고 제1물류센터에서 책을 분류하는 모습.홍성철 PD.

팔리지 않은 재고를 물류센터 내 서가로 들여오는 건 ‘입고’입니다. 입고됐던 책도 언젠가는 주문을 받게 됩니다. 물류센터 서가에 있는 책을 가져오는 걸 ‘집책’이라고 합니다. 집책된 책은 깔끔하게 포장된 후 트럭에 실려 전국 각 서점이나 독자에게 가게 됩니다.

과거에는 이런 공정을 사람이 직접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거랑 비슷했죠. 책을 들고 서가 곳곳을 누벼야 하는 겁니다. 한 출판사에서도 다양한 장르의 책을 만들잖아요. 이런 책을 일일이 분류해 각기 다른 서가에 꽂아놔야했고요. 반대로 주문이 들어온 책을 찾을 때도 서가를 누벼야 했죠.

지금은 사람이 아닌 책이 움직이는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책이 가진 데이터를 시스템에 입력하면 자동으로 분류됩니다. 출판사에서 들어온 책을 컨베이어에 올리면 단품별 분류 시스템(PAS·Piece Assorting System)으로 이동해 어느 매장으로 나갈지, 혹은 어느 서가로 갈지 나뉩니다.

경기도 파주 부곡리에 위치한 교보문고 제1물류센터에 자동화창고에서 책이 나오는 모습.홍성철 PD.

경기도 파주 부곡리에 위치한 교보문고 제1물류센터에 자동화창고에서 책이 나오는 모습.홍성철 PD.

이전엔 사람이 책을 찾아 누벼야했던 서가도 자동화서가(ACS·Auto Combination System)로 바뀌었습니다. 자동화서가 사이사이엔 서가에 꽂힌 책 박스를 나르는 거대한 기둥이 오갑니다. 기둥이 꺼내온 책 박스는 연결된 컨베이어벨트로 가게 되죠. 그리고 작업자 앞으로 이동합니다. 작업자는 책 박스에서 필요한 책을 꺼내기만 하면 됩니다. 용무를 마친 책 박스는 다시 컨베이어벨트와 기둥을 거쳐 원래 있던 서가 자리로 돌아갑니다.

서가에서 나온 책들은 목적지를 향한 마지막 단계인 자동 포장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에어캡(뽁뽁이)과 함께 박스에 몸을 싣고 주인을 찾아가게 됩니다.

경기도 파주 부곡리에 위치한 교보문고 제1물류센터에 책 포장 공정이 진행되는 모습. 홍성철 PD.

경기도 파주 부곡리에 위치한 교보문고 제1물류센터에 책 포장 공정이 진행되는 모습. 홍성철 PD.

자동화를 향한 20년의 도전

교보문고는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첫 시도는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당시 도서물류 선진국이었던 일본의 도서자동분류기를 벤치마킹합니다.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해요. 당시 자동화 물류 시스템 도입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던 김동섭 교보문고 유통지원팀 매니저는 “일본 책들은 규격이 통일된 반면, 우리나라 책들은 크기와 두께가 다양해 초창기 자동화 설비 운영이 상당히 어려웠다”고 회상했어요.

경기도 파주 부곡리에 위치한 교보문고 제1물류센터에서 책이 분류되는 모습. 홍성철 PD.

경기도 파주 부곡리에 위치한 교보문고 제1물류센터에서 책이 분류되는 모습. 홍성철 PD.

하지만 도전은 계속됐습니다. 도서자동분류기를 국내 사정에 맞게 개선해나갔고, 결국 2003년 개점한 교보문고 강남점에 들어갈 책들을 자동분류하는데 성공합니다. 이듬해엔 온라인 전용 도서자동분류기를 도입합니다.

그리고 도서자동분류기에 자동화 서가, 에어캡 포장기 등 다른 설비까지 덧붙이면서 책이 스스로 움직이는 거대한 시스템을 완성해나가죠. 김 매니저는 “교보문고 물류시스템은 불편한 것 하나하나 고치면서 진화해왔다"고 설명했어요. 불편하고 힘든 공정을 대부분 없앴고, 시간당 도서처리량도 100권 내외서 이제는 8000권까지 발전했습니다. 최근엔 배송준수율도 90%를 넘기면서 독자들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책을 받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

서점 이용 동선도 데이터로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위치한 전시공간인 '아트스페이스'. 교보문고.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위치한 전시공간인 '아트스페이스'. 교보문고.

책과 독자가 만나는 접점에서도 진화가 이뤄지고 있어요. 지난해부터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선 폐쇄회로TV(CCTV) 영상 속 이용자 동선을 데이터화하고 있어요.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수집되지 않도록 모자이크해서 분석이 이뤄진대요. 예를 들어 문학 코너에 머물던 사람이 다음엔 어떤 코너로 가는지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데이터를 반영해 올해 3월부터 소규모 매장부터 서가와 계산대 위치를 바꿀 계획이라고 합니다.

서점 공간도 독자에게 색다른 오프라인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어요. 서가 높이를 낮추고, 책 테이블은 넓혔고요. 광화문점에는 미술작품 전시공간인 ‘교보아트스페이스’를 꾸리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엔 스타벅스와 협업한 공간을 만들기도 했죠.

교보문고의 ‘문고’는 문화의 곳간이라는 뜻이래요.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담는 그릇을 의미하죠. 신용호 교보문고 창립자가 사명에 넣어야 한다고 고집한 단어라고 해요. 이런 이름처럼 디지털 시대를 맞이한  교보문고는 앞으로 어떤 문화를 만들어낼까요. 함께 지켜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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