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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자가 만든 음료 회사, 기업 가치 18조원 된 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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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중국 식음료 업계에 화두가 된 키워드가 있다. '건강'이다.

그 흐름에 맞춰 건강 관리에 기여할 수 있는 제품들의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중국 음료 제조 업체 위안치썬린(元气森林·Genki Forest)도 그중 하나다.

‘0糖·0脂·0 卡(무설탕·무지방·저칼로리)’ 컨셉의 탄산수. 사진 위안치썬린 공식홈페이지

‘0糖·0脂·0 卡(무설탕·무지방·저칼로리)’ 컨셉의 탄산수. 사진 위안치썬린 공식홈페이지

위안치썬린은 ‘0糖·0脂·0卡(무설탕·무지방·저칼로리)’ 컨셉으로 탄산수와 무설탕 허브티, 우롱차, 밀크티 등의 다양한 제품을 론칭했다. 출시된 제품은 1년 365일 다이어트로 속 편히 음료를 마시지 못하거나 건강을 위해 ‘당’을 줄이려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정확히 겨냥했다.

위안치썬린의 '제로' 전략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1일 중국 텅쉰망의 보도에 따르면 "위안치썬린이 새로운 전략으로 과일 음료에 들어가는 방부제 포타슘 솔베이트(山梨酸钾)와 벤조산나트륨(苯甲酸钠)도 첨가하지 않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 콘셉트는 해를 거듭하며 진화해나가고 있다.

트렌드도 놓치지 않는다. 위안치썬린은 평균 3개월마다 신제품을 출시하며 음료의 맛과 종류에 있어 폭넓은 선택지를 제시했다. 이 전략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개성을 중시하는 중국의 MZ세대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위안치썬린은 전해질 보충을 돕는 음료인 '외계인전해질물(外星人电解质水·ALIENERGY)'을 출시해 2022년에만 12억 7000만 원(약 2397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또 프리미엄 광천수인 유쾅(有矿)을 출시해 무설탕 음료 트랙 외에도 경쟁력이 있음을 증명했다.

전해질 보충을 돕는 음료인 '외계인전해질물(ALIENERGY)'(왼) 프리미엄 광천수인 유쾅(오). 사진 위안치썬린 공식홈페이지

전해질 보충을 돕는 음료인 '외계인전해질물(ALIENERGY)'(왼) 프리미엄 광천수인 유쾅(오). 사진 위안치썬린 공식홈페이지

지난해 8월, 중국의 산업컨설팅 기관인 후룬(胡潤)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글로벌 유니콘 리스트에서 위안치썬린은 26위에 올랐다. 후룬은 위안치썬린의 기업 가치를 1000억 위안(약 18조 8700억 원)으로 평가했다.

영국의 브랜드 컨설팅 업체 잇빅피시(Eatbigfish)가 발표한 '2023 글로벌 챌린저 브랜드' 리스트에서는 내로라하는 글로벌 혁신 스타트업을 제치고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위안치썬린이 시류에 맞춰 반짝 뜨고 지는 일회성 브랜드가 아닌 지속해서 변화하고 성과를 내는 브랜드라는 뜻이다.

영국의 브랜드 컨설팅 업체 잇빅피시(Eatbigfish)가 발표한 '2023 글로벌 챌린저 브랜드' 리스트. 출처 위안치썬린 공식홈페이지

영국의 브랜드 컨설팅 업체 잇빅피시(Eatbigfish)가 발표한 '2023 글로벌 챌린저 브랜드' 리스트. 출처 위안치썬린 공식홈페이지

이 브랜드는 누가 만들었을까?

🧃위안치썬린을 성공으로 이끈 창업주는 게임회사 ‘개발자’

위안치썬린을 유니콘 기업으로 키워낸 이는 창업주 탕빈선(唐彬森·41)이다.

위안치썬린 창업주 탕빈선(唐彬森). 사진 바이두바이커

위안치썬린 창업주 탕빈선(唐彬森). 사진 바이두바이커

탕 회장은 그야말로 요즘 세대가 선망하는 인재다. 능력과 운이 모두 따라준 케이스다. 그는 스물두 살에 국제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그는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프로젝트 개발에 몰두하며 창업의 꿈을 키웠다.

탕 회장은 2008년 졸업과 동시에 일렉스 테크놀로지(Elex Technology, 중국명: 智明星通)라는 게임 회사를 세웠다. 자사 개발 게임인 해피팜(happy farm)은 러시아에서 뜻밖의 흥행을 거뒀다. 출시 1년 만에 러시아 내 일일 활성 사용자 수가 수백만 명에 이르렀고 50만 달러(약 6억 원)의 수익을 거뒀다. 뒤이어 내놓은 '제국전쟁: Age of Warring Empire' 또한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일렉스(즈밍싱퉁)이 초기에 내놓은 게임 '해피팜(Happy Farm)' 사진. 일렉스 테크놀로지

일렉스(즈밍싱퉁)이 초기에 내놓은 게임 '해피팜(Happy Farm)' 사진. 일렉스 테크놀로지

그러나 탕빈선의 야심은 게임에 그치지 않았다. 회사를 중원미디어(中文传媒)에 26억 6000만 위안(약 5019억 원)에 매각하고, 2014년 벤처캐피털 업계에 진출했다. 그는 챌린저스캐피털(挑战者资本)을 설립해 소매 및 IT분야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기회를 모색했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시장이 바로 '음료 시장'이었다. 중국 음료 시장 규모는 약 170조 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

탕빈선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16년 위안치썬린을 설립했다. 그는 방대한 음료 카테고리 가운데 무설탕 탄산수에 초점을 맞췄다. 그의 판단은 시의적절했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강화됐고, 국가적 차원에서도 해당 생산업자들에게 자당 대신 천연감미료를 사용하도록 독려(건강중국행동, 2019-2030)하며 무설탕 음료 산업이 성장 동력을 얻게 된 것이다. 제품 패키지 역시 젊은 세대의 취향을 꿰뚫었다. 일본풍 디자인으로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미 포화상태였던 음료 업계에 IT 개발자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더해지며 브랜드 정체성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IT 업계에서의 경험도 헛되지 않았다. 탕빈선은 소셜미디어(SNS)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는 여성 사용자 비율이 높은 소셜 미디어 채널인 틱톡, 샤오훙슈(小红书)를 눈여겨봤다. 여성들이 샤오훙슈에서 다이어트, 체중 감량, 칼로리, 열량과 같은 키워드를 자주 검색한다는 것을 알고는 해당 키워드와 함께 제품을 바이럴하며 주요 홍보 채널로 삼았다. 또 당대 가장 인기 있는 유명 예능프로그램에 제품을 협찬하거나 제작 지원을 통해 대중 인지도를 높였다.

2022년 베이징올림픽은 위안치썬린 성장의 기폭제가 됐다. 위안치썬린의 공식 모델인 구아이링(谷愛凌·미국명 에일린 구), 쑤이밍(蘇翼鳴), 쉬멍타오(徐夢桃)가 금메달리스트가 되며 브랜드 파워가 커지고 시장 경쟁력이 상승한 것. 또 위안치썬린 성장의 1등 공신인 천연 감미료 선도 기업 싼위안바이오(三元生物, 301206.SZ)도 동계올림픽 기간 중 선전(深圳)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위안치썬린의 브랜드 파워를 더욱 높였다.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며 위안치썬린은 단숨에 거대한 음료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과학원 빅데이터 발굴 및 지식 관리 핵심연구소가 발표한 ‘중국 무가당 음료 시장 동향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무가당 음료 시장은 2020년 117억8000만 위안(약 2조 2691억 원)에서 2025년 227억4000만 위안(약 4조 3804억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쑥쑥 크고 있는 시장이다. 무엇보다 무가당 탄산수 제품 가운데 ‘위안치썬린’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비율이 82.1%(2021년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치열한 시장 경쟁 돌파구로 '공급망 강화' 선택

시장이 커지자 무설탕 음료 업계에 수많은 경쟁자가 뛰어들었다. 코카콜라, 와하하(娃哈哈), 농푸산취안(农夫山泉)과 같은 거물 기업에, 시차(HEYTEA)와 나이쉐더차(奈雪の茶, Nayuki)와 같은 쟁쟁한 신규 브랜드도 업계에 진입했다.

이에 맞서 위안치썬린은 지속적인 혁신, 다양한 레이아웃 및 자체 공장을 건설하며 위안치썬린의 해자를 구축하고 있다. 동시에 더 대담하고 변화 지향적이며 혁신적인 디지털 수단을 사용해 지속해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전체 산업의 전반적인 효율성을 향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많은 음료 공장은 위탁생산(파운드리) 모델을 채택하는데, 공급 업체가 공급량을 맞추지 못할 경우 운영에 타격을 받기 쉽다. 위안치썬린은 이 문제로 판매에 차질을 겪은 적이 있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자체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건설하는 것이다.

위안치썬린의 자체 공장 5곳은 각각 안후이성 추저우시(安徽滁州), 광둥성 자오칭시(广东肇庆), 톈진 시칭구(天津西青), 후베이성 셴닝시(湖北咸宁), 쓰촨성 두장옌시(四川都江堰)에 위치한다. 사진 위안치썬린 공식홈페이지

위안치썬린의 자체 공장 5곳은 각각 안후이성 추저우시(安徽滁州), 광둥성 자오칭시(广东肇庆), 톈진 시칭구(天津西青), 후베이성 셴닝시(湖北咸宁), 쓰촨성 두장옌시(四川都江堰)에 위치한다. 사진 위안치썬린 공식홈페이지

위안치썬린은 2019년부터 ‘5대 슈퍼 시티 클러스터’을 갖추며 안정적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클러스터 구축에 총 55억 위안(약 1조 594억 원)을 투자했다. 위안치썬린의 자체 공장 5곳을 모두 가동했을 시, 총생산 능력은 50억 병을 초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3월에는 장쑤성 공장에 전자동 무균 탄산 생산 라인을 도입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자체 공장의 안정적 운영으로 공급 업체도 370여 곳으로 늘었다.

위안치썬린은 향후 지속적인 R&D 투자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 브랜드 활력을 유지할 계획이다. 위안치썬린은 이미 업계의 강자다. 그러나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혁신으로 더욱 튼튼하고 견고한 성을 구축하고 있다.

임서영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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