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GC인삼공사 아웃사이드 히터 고의정. 사진 한국배구연맹
KGC인삼공사 아웃사이드 히터 고의정은 4개월 만의 선발 출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남은 목표는 벚꽃과 함께 하는 포스트시즌이다.
KGC인삼공사는 2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5-17, 25-17. 20-25, 25-16)로 이겼다. 1105일만에 5연승을 질주한 KGC는 도로공사를 승점 1점 차로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경기를 앞둔 고희진 감독은 아웃사이드 히터 선발 출전 관련 질문에 답을 피했다. 그리고는 이소영의 대각선 자리에 고의정을 투입했다. 고의정이 선발로 나선 건 1라운드인 2022년 10월 19일 흥국생명전 이후 무려 4개월만이다.
고의정은 감독의 기대에 100% 응답했다. 1세트 8개의 공격 중 무려 7개를 성공시켰다. 페퍼저축은행은 리시브가 약한 고의정에게 목적타 서브를 집중했지만 범실 없이 버텼다. 고 감독은 고의정이 후위에 들어올 땐 수비가 강한 선수와 교체시켜주면서 독려했다. 고의정은 좋은 서브는 물론 강타와 연타를 섞으며 엘리자벳과 이소영의 부담을 덜어줬다. 4세트는 선발에서 빠졌지만, 1·2세트는 고의정이 없었던라면 쉽게 이길 수 없었다. 엘리자벳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4득점.

수훈선수 인터뷰를 한 고의정에게 물세례를 하며 축하하는 KGC인삼공사 선수들. 사진 한국배구연맹
경기 뒤 인삼공사 선수들은 고의정을 둘러싸고 어깨를 두들겼다. 방송 인터뷰 때는 축하의 물세례까지 했다. 인터뷰장에 들어선 고의정은 "동료들이 너무 고마웠다. 수훈선수도 2년만"이라며 웃었다. 고의정은 "오늘 이겨야 3위로 올라가고, 봄 배구에 가까워지니까 중요한 경기라 생각했다. 이길 수 있어서 기쁘다. 힘든 순간을 이겨내 기분좋다"고 했다.
사실 전날까지 고의정의 마음은 불안감으로 가득 했다. 선발 선수로 낙점돼 A코트에서 훈련했지만, 내용이 나빴다. 고의정은 "어제 연습경기 할 때 선발 출전이라고 말씀해주셔서 긴장이 됐다. A코트에 들어갔는데 마음처럼 잘 안 되서 속상했는데, 감독님이 그래도 준비 잘 하고 있으라고 격려했다. 동료들이 코트 안팎에서 많이 도와준 덕분에 잘 된 것 같다"고 했다.
고의정의 활약을 가장 반긴 사람은 고희진 감독이었다. 고 감독은 "(5라운드)광주 원정 경기를 치르면서 의정이가 좋은 모습을 보였다. 비시즌 동안 대표팀 선수들 빠졌을 때 제일 많이 훈련한 선수였는데 선발로 못 내보내서 미안했다. 사실 어제 연습 때는 좀 울었다. 잘 되지 않았다. 오늘 멋지게 이겨내서 내가 뭉클하고 기뻤다"고 말했다.

2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서브를 받는 KGC인삼공사 고의정. 사진 한국배구연맹
세터 염혜선은 오래간만에 출전한 고의정을 살려주기 위해 노력했다. 고의정은 "혜선 언니랑 대화를 많이 했다. '네가 더 기합 넣고 해야한다. 주눅들지 말라'고 했다. 사인 맞추면서 플레이하니까 잘 맞았다"며 고마워했다. 상대 서브는 당연히 고의정에게 집중됐지만 잘 버텼다. 고의정은 "완전한 미스(서브득점을 주는 것)면 랠리가 끝나니까, 그것만 하지 말자고 언니들이 했다. 옆에서 많이 도와줬다"고 했다.
고의정은 프로 3년차인 2020~21시즌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100득점 고지(170점)를 넘겼다. 파워풀한 공격력과 강한 서브로 준주전급 선수로 도약했다. 그러나 지난해엔 102득점에 머물렀고, 올해는 5라운드까지 62득점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소영과 박혜민이 영입되면서 팀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고, 기회가 줄었다.
고의정은 "우리 팀에 잘 하는 선수들이 많다 보니까(나갈 기회가 줄었다). 내가 더 잘 해서 믿음직스러운 모습 보여드려야 감독님이 기회를 주니까 이제부터라도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2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공격하는 KGC인삼공사 고의정. 사진 한국배구연맹
KGC인삼공사 체육관 주소는 대전광역시 대덕구 벚꽃길 71번지다. 주변은 죄다 벚나무로 가득하다. 하지만 정작 선수들은 벚꽃을 본 기억이 없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해 다른 팀보다 빨리 휴가를 받아 숙소를 나가서다. 아직까지 봄 배구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고의정의 소원은 활짝 핀 벚꽃을 보는 거다.
고의정은 "위기 상황일 때 헤쳐나가는 힘이 생겼다. 앞으로 경기가 중요한데, 이번 시즌은 약간 가까이 온 거 같다"며 "아직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지만, 상상해 본 적 있다. 올해는 꼭 벚꽃을 보고 싶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