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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 죽인 AI '고담' 꺼냈다…걸레머리 CEO, 우크라 간 까닭 [후후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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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99일이 되던 지난해 6월 2일. 아인슈타인 박사가 연상되는 '대걸레 머리'의 미국인 사업가가 전쟁이 한창인 우크라이나 땅을 밟았다. 민간 기업 최고경영자(CEO) 신분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찾은 건 그가 처음이었다.

포화를 뚫고 방문한 주인공은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업 팔란티어의 알렉스 카프(55) CEO였다. 사명인 팔란티어는 소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한 '마법의 구슬'에서 따 왔다. 시공간을 초월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요술 무기'를 현대에 구현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미래는 인공지능(AI) 전쟁에서 승리하는 국가가 국제질서를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캡처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미래는 인공지능(AI) 전쟁에서 승리하는 국가가 국제질서를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캡처

반격에 고심하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카프 CEO가 제안한 것은 최신 AI 시스템 '고담'이었다. 만화 '배트맨'의 배경인 범죄 도시 고담에서 이름을 빌린 이 시스템은 원래 미국에서 테러·마약거래 등 범죄를 감시하는 데 쓰였다.

AI 시스템 '고담' 운용 모습. 사진 팔란티어

AI 시스템 '고담' 운용 모습. 사진 팔란티어

또 적의 위치 등을 파악하는 용도로도 활용됐다. 실제로 미군은 고담을 이용해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과 관련한 빅데이터를 정밀 분석했고, 2011년 사살 작전에도 성공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같은 고담으로 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면서 인공위성 데이터 등을 분석해 러시아에 대한 포격 정밀도를 높였다. 카프 CEO는 우크라이나 방문을 계기로 현지에 지사까지 세우면서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진 후 민간 기업 최고경영자로는 최초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오른쪽)가 지난해 6월 2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우크라이나 정부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진 후 민간 기업 최고경영자로는 최초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오른쪽)가 지난해 6월 2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우크라이나 정부

8개월이 지난 현재, 팔란티어는 사명 그대로 우크라이나에 '마법 구슬'이 됐다. 이와 관련, 최근 이코노미스트는 "다윗(우크라이나)과 골리앗(러시아)의 싸움에서 다윗의 '돌팔매' 역할을 한 것이 팔란티어 AI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카프 CEO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 공격의 대부분을 팔란티어의 AI 시스템이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카프 CEO(가운데)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왼쪽)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 우크라이나 정부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카프 CEO(가운데)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왼쪽)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 우크라이나 정부

원래 팔란티어는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설립된 '애국주의' 기업이다. 미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 정부 기관과 주로 일하다 보니 '미국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기업'이란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AI 수요가 증가한 데다 최근 AI 챗봇인 챗 GPT까지 급부상하면서 팔란티어의 실적은 크게 호전됐다. 지난 13일에는 사상 처음 분기 흑자를 냈다.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3088만 달러(약 399억원)였다. 기업 평가 가치는 191억 달러(약 25조원)에 이른다.

카프 CEO의 개인 자산은 올해 기준 14억 달러(약 1조 8100억원)다. 조부에게 유산으로 물려받은 돈을 주식 투자 등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는 1989년 하버포드대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 로스쿨에 다니던 중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을 만났다. 2004년 틸과 의기투합해 세운 회사가 바로 팔란티어다. 둘은 회사를 같이 세울 만큼 가까운 '30년 지기'이지만, "정치 얘기만 나오면 성향이 정반대라 종종 부딪혔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드는 전했다.

카프 CEO(왼쪽)와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오른쪽). 트위터 캡처

카프 CEO(왼쪽)와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오른쪽). 트위터 캡처

공동 창업자인 틸은 공화당 선거캠프에 수년간 기부해온 '큰 손'인 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정권 인수위원회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반면 카프는 진보 성향이다. 과거 회의 중에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초대를 받았는데 거절했다"며 "나는 트럼프라는 사람에 대한 어떤 것도 존중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정도로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크다.

카프 CEO는 운동광으로 유명하다. 사진 팔란티어

카프 CEO는 운동광으로 유명하다. 사진 팔란티어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처럼 동양 불교의 선(禪) 사상에 심취한 '괴짜'이기도 하다. 그는 태극권과 명상을 즐기는 '수도자' 스타일로 생활한다고 한다. 회사 직원들의 명상 수업 강사로 나선 적도 있다.

1주일에 5시간 이상 크로스컨트리 스키 훈련을 하면서 체력을 다지는 카프 CEO. 유튜브 캡처

1주일에 5시간 이상 크로스컨트리 스키 훈련을 하면서 체력을 다지는 카프 CEO. 유튜브 캡처

운동광이기도 한 그는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가 베이징올림픽 출전 당시 수준인 체질량 지수(7~8%)를 자랑한다. 1주일에 5시간 이상 크로스컨트리 스키 훈련을 하며 체력을 다진 결과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딴 노르웨이의 선수들에게 훈련을 받기도 했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카프 CEO는 과거 초콜릿 과자에 설탕이 든 커피를 좋아했지만, 이제는 건강 챙기기에 열중하고 있어 정말 특별한 때만 설탕을 섭취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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