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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본 수장도 검사 출신, 경찰 내부 술렁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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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호 01면

정순신

정순신

경찰청은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검찰 출신 정순신(57·사진) 변호사를 임명했다고 24일 밝혔다. 2년 임기의 국수본부장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으로 수사 사무에 관해서는 시·도경찰청장을 통해 3만여명의 전국 수사경찰을 지휘·감독한다. 정 본부장은 25일 퇴임하는 남구준 초대 국가수사본부장(56)의 뒤를 이어 2025년 2월 25일까지 국수본을 이끌게 된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로 몸살을 겪었던 경찰 조직이 이번 인사로 또다시 혼란에 빠지게 됐다. 2021년 검찰의 경찰 수사 지휘권을 폐지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출범한 국수본은 경찰 수사권 독립의 상징적인 기관으로 여겨진다.

정 본부장은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1년 부산지검 동부지청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2017년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에서 활동했다. 정 본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2과장이던 2011년 대검찰청 부대변인을 역임했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8년 중앙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일했다. 2020년 변호사로 돌아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17년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동급생에게 “제주도에서 온 돼지”, “좌파 빨갱이” 등의 폭언을 하며 지속해서 괴롭히다 이듬해 3월 전학 처분을 받자 법정대리인으로 재심 청구, 행정소송, 집행정지 신청까지 모든 법적 대응에 나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전학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은 1심과 2심, 대법원까지 모두 기각됐다. 정 본부장의 아들은 결국 명문대에 진학했지만, 피해자는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며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인사검증 과정에서 이런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검사 출신이 경찰 수사의 총책임자로 임명되자 경찰 내부는 술렁이고 있다. 수사파트의 한 경찰 간부는 “경찰 체계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검사 출신이 조직을 잘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찰 내부 게시판에도 ‘검찰 출신’ 수장에 대한 우려 섞인 반응이 여럿 올라왔다. 한 경찰관은 “신임 국수본부장도 검찰 출신이다. 경검 수사권 조정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 같다”고 적었다. 이 글엔 “경찰에도 수사 잘하는 분이 많을 텐데. 정말 검찰 공화국이 맞는가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경찰국 등 경찰 권한을 두고 벌어진 싸움에도 계속 지고 있는 흐름이 그대로 드러난 것. 경찰 권력이 무슨 비대화냐. 축소화다. 이게 경찰의 현실”(수도권의 한 경정)이라는 한탄도 나왔다. 검사 출신국수본부장 임명을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 취소 등이 추진되는 상황과 같은 맥락으로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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