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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녀 가구 작년 월평균 557만원 썼다, 이자·학원비 부담 급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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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호 06면

물가 상승과 이자부담 증가 등 가계 살림이 팍팍해진 가운데 다자녀(미혼 자녀가 2명 이상) 가구가 더 심각한 ‘보릿고개’를 건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의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미혼 자녀가 2명 이상인 가구의 월평균 지출액은 557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511만1000원)와 비교해 46만2000원(9.1%) 늘어난 수치다. 반면 무자녀 가구를 포함한 전체가구의 지난해 월평균 지출은 359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21만6000원(6.4%)을 더 썼다. 다자녀 가구의 월평균 지출 증가 폭이 전체 가구 평균치보다 2배 이상 큰 셈이다.

지난해 가계 살림살이는 실질소득이 줄면서 전반적으로 어려움이 커졌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월평균 소득이 1년 전보다 4.1% 늘었지만,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전년 같은 분기보다 1.1% 줄었다. 지난해 3분기(-2.8%)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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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에서 미혼 자녀 유무 여부에 가계 지출 규모가 극명하게 대비됐다. 다자녀 가구 특성상 지출 자체가 많고, 자녀에 쓰는 돈은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혼 자녀가 없는 가구의 월평균 가계지출은 260만5000원으로, 2명 이상 가구(557만3000원)의 절반이 안 된다.

극적으로 지출 차이를 벌린 건 교육비다. 자녀 2명 이상 가구는 교육비로 월평균 64만5000원을 썼다. 전년(56만1000원)보다 8만4000원(14.9%) 늘었다. 무자녀 가구의 교육비 지출은 월평균 3만3000원에 불과했다. 서울 동작에 사는 민모(42)씨는 “외벌이는 아이가 하나면 본전, 둘이면 적자”라며 “지금이야 자녀들이 초등학생이지만 중·고등학교 진학하면 학원비가 더 늘어날 것 같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품목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초·중·고 학원비부터 음악·미술·운동 등 예체능 학원비까지 일제히 올랐다. 학원비 중 가격이 낮아진 건 성인을 주 대상으로 하는 취업학원비(-1.1%)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7년 18조7000억원이었던 국내 사교육비 총액은 2021년 23조4000억원에 달하는 등 증가하는 추세다. 학생 수가 줄어든 만큼 지난해 1인당 학원비는 더 가파르게 늘었을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이자비용 등을 포함한 비소비지출에서도 큰 차이가 났다. 지난해 2자녀 이상 가구의 경우 전년보다 월평균 14만6000원(11.3%) 늘어난 143만5000원이 비소비지출로 나갔고, 무자녀 가구는 같은 기간 비소비지출이 4만9000원(7.6%) 증가해 69만1000원이었다. 이렇게 가계 지출 부담이 커지자 다자녀 가구는 주류·담배 지출을 전년보다 4.1% 줄였다. 무자녀 가구의 주류·담배 지출이 2.4% 늘어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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