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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보험료율 15% 올라도, 낸 돈보다 1.73배 더 받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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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호 15면

당신의 연금 설계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진통을 겪은 끝에 국민연금 모수(parameter)개혁에서 구조개혁으로 선회했다. 모수개혁은 국민연금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연금개시연령 등의 모수 변경을 통한 재정수지 개선을 의미한다. 반면, 구조개혁은 국민연금 외에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의 부담·급여구조 변경, 직역연금과의 통합 등을 뜻하며, 모수개혁에 비해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하다. 과연 연금개혁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연금의 재정상태부터 살펴보자. 지난 1월말 발표된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지금부터 18년 후인 2041년부터 수지가 적자로 전환되고, 32년 후인 2055년에는 기금이 소진된다. 이는 5년 전인 2018년 재정추계에 비해 적자와 기금 소진 시점이 각각 1년, 2년 앞당겨진 것이다.

연금재정이 악화되는 이유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가입자는 줄어들어 보험료 수입은 감소하는 반면 연금수급 기간이 길어져 급여 지출은 증가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의 2018년 추계와 비교하면 합계출산율은 2023년 1.27명에서 0.73명으로, 2040년 1.38명에서 1.19명으로 하락하고, 기대수명은 2023년 83.9세에서 84.3세로, 2040년 86.9세에서 87.4세로 올라갈 전망이다. 저출산이 심각한 수준이다.

물론 성장률, 임금상승률, 기금투자수익률 등의 경제변수도 연금재정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해외 연기금에 비해 저조한 투자수익률을 높여 재정수지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올해 재정추계의 투자수익률 예상치는 향후 70년간 연 평균 4.5%인데, 이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산배분을 획기적으로 변경하기 어렵고 수익률과 함께 위험도 높아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더욱이 수익률은 인구에 비해 부차적 변수이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저출산 고령화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감소와 수급자의 증가를 의미한다. 재정추계에 따르면, 올해의 경우 가입자 2199만명, 수급자 527만명이지만, 향후 70년간 가입자는 861만명으로 줄어들고 수급자는 1030만명으로 늘어난다. 수급자 수를 가입자 수로 나눈 값이 제도부양비인데, 이 수치는 2078년 143.8%로 최고점에 달할 전망이다. 가입자 두 명이 수급자 세 명을 부양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개혁도 없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32년 후인 2055년에는 기금이 고갈되므로 급여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 하지만 중단은 있을 수 없으므로 현재의 군인연금이나 공무원연금과 같이 세금으로 충당하거나 완전부과방식으로 전환하여 매년 지급분을 가입자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급여총액을 부과대상 소득총액으로 나눈 값이 부과방식비용률인데, 2080년에는 34.9%까지 올라간다.

국민연금법 제3조의2는 “국가는 이 법에 따른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국가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제4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이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수지를 계산하고 연금보험료, 급여액, 급여의 수급 요건 등을 조정하는 계획을 수립하여 국무회의 심의와 9월말까지 대통령 승인을 거쳐 10월말까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보고하고 공시해야 한다.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은 ‘제5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으로 불리는데, 여기에는 국회 연금개혁특위에서 논의된 모수개혁 방안들이 담길 것이다. 가입연령과 보험료율은 높이고, 수급개시연령은 늦추며, 소득대체율은 유지하거나 높이는 방안들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대체로 보험료 인상, 소득대체율 인하, 수령시점 지연 등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을 했지만, 일부 국가는 ‘더 내고 더 받는’ 개혁을 하기도 했다.

국민연금 수급자와 가입자는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까? 수급자의 경우 개시시점에 이미 연금수령액이 결정되어 매년 물가상승률에 연동되므로 아무런 영향이 없다. 가입자의 경우 국민연금제도가 존재하는 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지만, 할 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본인의 국민연금 가입 현황을 파악하고 수급 이전에 국민연금 수령액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가입기간을 늘리기 위한 임의계속가입, 반환일시금 반납, 추후납부, 출산·실업·군복무 크레딧제도 등이 그 사례이다. 반납이나 추후납부의 경우 해당기간의 소득대체율이 높다면 그 동안의 가산이자를 부담하더라도 수령액 증가가 더 크기 때문에 가급적 하는 게 좋다. 참고로 소득대체율은 1988~1998년 70%, 1999~2007년 60%, 2008~2028년 50~40%(매년 0.5%포인트 인하)이다.

MZ세대의 경우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노후를 준비하겠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런 옵션이 가능하다고 해도 운용의 신(神)아니라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 본인 소득이 전체 가입자의 평균에 해당하고 40년간 인상된 보험료율 15%를 납부하며 65세부터 90세까지 26년간 평균소득의 40%를 수령한다고 가정해보자. 내는 금액은 600%(15%×40년)이고 받는 금액은 1040%(40%×26년)이다. 내는 것보다 받는 게 1.73배 많다.

기업부담분 7.5%를 제외할 경우 내는 금액은 300%로 줄어든다. 이 경우 납입액 대비 수급액 비율은 3.47배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국민연금은 받을 금액이 정해진 확정급여형(DB)으로 수급액은 가입자 전체 소득과 본인 소득, 가입기간에 비례할 뿐 기금운용 수익률과는 무관하다. 또한, 물가상승률을 모두 반영하므로 실질소득이 보장된다. 부담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개혁된다 해도 시장에 국민연금과 같은 사적연금은 없다.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서울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장기신용은행 연구원을 거쳐 기획예산처 등에 서 근무했다. 하나금융지주에서 전략 실무를 총괄했으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을 역임했 다. 지금은 모바일 연금자문회사 웰스가이드를 설립해 ‘좋은 사회를 위한 금융’이라는 미션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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