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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태양 에너지 표현, 젊고 역동적 LA 색깔 빛났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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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호 19면

프리즈 LA 아트페어 참관기

하우저 앤 워스 갤러리 부스. 왼쪽 벽에 걸린 마크 브래드포드의 작품은 ‘프리즈 LA 2023’ 개막 첫날 350만 달러(약 46억원)에 판매됐다.

하우저 앤 워스 갤러리 부스. 왼쪽 벽에 걸린 마크 브래드포드의 작품은 ‘프리즈 LA 2023’ 개막 첫날 350만 달러(약 46억원)에 판매됐다.

2003년 런던에서 시작된 프리즈(Frieze)는 2012년 뉴욕, 2019년 LA, 2022년 서울로 진출하며 ‘아트바젤’과 함께 아트페어 양대 산맥으로 자리잡았다. 1년 동안 도시를 옮겨 다니며 열리는 프리즈 아트페어의 한 해는 LA에서 시작되는데, 지난 2월 16일부터 19일까지 ‘프리즈 LA 2023’이 열렸다. 산타모니카 공항을 무대로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메인 섹션, 12년 이하 젊은 갤러리들을 소개하는 포커스 섹션, 그리고 20세기 초 모던 작품들을 소개하는 섹션 등으로 나뉘어 페어장이 구성됐다.

올해 참가 갤러리는 총 22개국 120여개.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숫자다. 지난해 10월 열렸던 ‘프리즈 런던/프리즈 마스터스 2022’의 규모(42개국 164개 갤러리)보다 작지만, 프리즈 LA를 찾은 미술 관계자들과 관람객들은 “LA에는 이곳만의 색깔이 있다”며 “작지만 개성이 빛나는 아트페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LA 아트 씬의 특징이자 개성이라고 꼽는 핵심은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특유의 작열하는 태양이다.

LG 전자와 협업해 NFT 작품을 전시한 조각가 배리 엑스 볼. [사진 LG전자]

LG 전자와 협업해 NFT 작품을 전시한 조각가 배리 엑스 볼. [사진 LG전자]

2003년 개관 후 LA를 대표하는 갤러리로 자리 잡은 데이비드 코단스키 갤러리의 세일즈 담당 이정헌씨는 “최근 몇 년간 LA는 세계 미술 씬에서 주목하는 도시로 부상하고 있다”며 “도시 내 라크마(LACMA)·더브로드·모카(MOCA) 등 유수한 미술관과 전통 깊은 미술 대학이 있고, 또한 이를 토양으로 삼아 발전해온 캘리포니아 남부만의 뿌리 깊은 아트가 있다. 여기에 전 세계가 주목하면서 뉴욕·유럽의 대형 갤러리들이 속속 LA에 분점을 내고 있다”고 했다.

도시마다 어울리는 색 따로 있어

데이비드 츠위너 갤러리가 판매한 다나 슈츠의 작품. 약 16억원. [사진 프리즈 LA]

데이비드 츠위너 갤러리가 판매한 다나 슈츠의 작품. 약 16억원. [사진 프리즈 LA]

프리즈가 다른 나라들과 달리 미국을 동서로 나누어 두 개의 아트페어를 각각 열게 된 이유도 비슷하다. 현대 미술이 강한 뉴욕과 달리 영화산업 외에는 소극적이었던 LA가 최근들어 런던·베를린을 잇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도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리즈는 아트페어를 통해 LA 출신 작가들을 적극 소개하고 있다. 이번에 데이비드 코단스키 갤러리가 개인전을 마련한 작가 체이스 홀의 작품은 아트페어가 오픈하자마자 완판됐는데 서핑·수상스키·낚시 등 어린 시절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자란 작가의 기억과 사적인 장면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술 관계자들은 “인종과 정체성을 중요한 테마로 탐구하며 LA의 역사와 사회사를 잘 보여줬다”고 평했다.

LA에 거주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거나 다른 도시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LA 태생의 다른 작가들 역시 캘리포니아 남부 특유의 강한 햇살과 색감에 영감을 얻어 작업하는 경향이 강했다. 타 지역에서 온 갤러리들도 LA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밝고 화사한 컬러를 많이 쓰고, 젊고 역동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작품들을 주로 소개했다.

개막 첫날 완판된 작가 체이스 홀의 작품 중 하나. [사진 프리즈 LA]

개막 첫날 완판된 작가 체이스 홀의 작품 중 하나. [사진 프리즈 LA]

오는 9월에 열릴 ‘프리즈/키아프 서울’ 회의를 위해 들른 김동현 한국화랑협회 전시사업팀장은 “전체적인 작품들에서 태양이 센 지역 특유의 컬러풀하고 채도·명도가 높은 경향이 느껴진다”며 “프리즈가 행사를 치를 때마다 내세우는 도시의 고유 컬러가 런던은 녹색, 뉴욕은 블랙, 서울은 보라, LA는 핑크인 데는 이유가 다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선 국제갤러리, 조현화랑, 학고재갤러리, 갤러리현대가 참가했다. 국제갤러리는 한국의 대표 단색화 대가 박서보, 전통 짚 직조기법을 익혀 인공 짚으로 벽걸이를 만든 작가 양혜규 등의 작품을 소개했다. 갤러리현대는 중견작가 도윤희의 개인전으로 부스를 꾸몄는데 지난해 프리즈 런던 때 차렸던 이강소 화백의 전시장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갤러리현대의 LA 디렉터 이성희씨는 “어둡고 밝고, 빛나고 어둡고, 무겁고 가벼운 분위기가 중첩된 도 작가의 새 작업들은 꽃다발·선셋·폭죽 등이 떠오를 만큼 화사하고 강해서 LA와 잘 어울릴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LG전자, NFT 미디어아트 선뵈

‘프리즈 LA’에선 도시 특유의 날씨를 반영한 듯 화사한 컬러의 작품들이 많이 소개됐다. 서정민 기자

‘프리즈 LA’에선 도시 특유의 날씨를 반영한 듯 화사한 컬러의 작품들이 많이 소개됐다. 서정민 기자

학고재는 동양 철학을 근간으로 색채 추상을 이룬 하인두, 은은한 단색조 회화 작업을 보여준 이동엽 등 작고한 근현대 거장의 작품과 한지로 작업하는 중견작가 정영주 등의 작품을 소개했다. 학고재 우찬규 대표는 “페어가 열리는 도시의 성격과 그곳을 방문하는 컬렉터·미술관 관계자들의 생각을 읽어내는 게 중요하다”며 “LA는 현재 세계로 확산중인 K컬처의 주요 교두보로서, 이곳을 찾는 이들 또한 그것을 기대하기에 한국과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가진 작품들을 우선으로 가져왔다”고 했다.

조현화랑 역시 단색화 거장 윤형근·박서보의 작품과 함께 숯으로 독특한 질감과 에너지를 보여주는 작가 이배의 작품, 원색의 꽃그림으로 전통 민화를 재해석해 보여주는 작가 김종학, 달항아리의 대가 권대섭 등의 작품을 출품했다. 모두 여러 국제 아트페어에서 높은 호응을 선보였던 작품들로, 그 특징을 보면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현대적인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프리즈 LA에서의 판매 실적도 모두 좋았다. 김동현 팀장은 “지난해 ‘프리즈/키아프 서울’ 이후 한국 마켓에 대한 위상과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프리즈 LA’에선 도시 특유의 날씨를 반영한 듯 화사한 컬러의 작품들이 많이 소개됐다. 서정민 기자

‘프리즈 LA’에선 도시 특유의 날씨를 반영한 듯 화사한 컬러의 작품들이 많이 소개됐다. 서정민 기자

페어장에는 후원 업체들의 단독 부스들도 있었는데, 흰 벽에 액자만 잘 보이게 걸어놓은 갤러리들과는 달리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를 보여줘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 인기였다. 또한 이들은 단순히 기업과 브랜드를 홍보하는 차원이 아니라 예술과의 만남을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를 보여줘 더욱 눈길을 끌었다. 시계 브랜드 브레게는 아르헨티나 회화 작가 파블로 브론스타인과 함께 공간 벽을 독특하게 꾸몄고, 샴페인 브랜드 루이나는 캘리포니아 출신의 아티스트 스탄야 칸이 작업한 회화·조각 등으로 숲속에 온 듯 편안한 공간을 꾸몄다.

‘프리즈 LA’에선 도시 특유의 날씨를 반영한 듯 화사한 컬러의 작품들이 많이 소개됐다. 서정민 기자

‘프리즈 LA’에선 도시 특유의 날씨를 반영한 듯 화사한 컬러의 작품들이 많이 소개됐다. 서정민 기자

LG전자는 세계적인 조각가 배리 엑스 볼(Barry X Ball)과 협업한 NFT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였다. 2005년 서거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두상을 불꽃이 연상되는 수많은 곡선으로 표현한 것인데, 이미 서거한 교황의 두상 데이터는 살아생전 찍었던 사진 수만 장에서 수집했다고 한다. “우리 시대의 상징적인 인물로 요한 바오로 2세의 일생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가 평소 좋아했던 스키를 나의 시그니처인 엑스(X)자로 표현하고, 당시 교황이 싸웠던 인류 최대의 악인들 스탈린·히틀러·레닌의 얼굴을 목 뒤에 조그맣게 집어넣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상상한 이미지가 모두 구현될 수 있었던 데는 “NFT라는 새로운 형식과 LG전자 올레드TV 디스플레이의 완벽한 검정색 덕분”이라고 했다. LG 올레드 TV는 픽셀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며 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섬세한 화질이 특징이다. 픽셀이 완전히 닫힘으로써 완벽한 검정색이 발현되고 더불어 그 검정색 사이사이 픽셀에서 다른 색들이 온전히 제 컬러를 발색한다는 의미다. “3D 데이터를 이용해 조각을 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 기술이 아주 중요해서 여러 브랜드의 제품들을 리서치해봤다. LG의 기술력이 내가 원하는 수준의 검정을 보여줘서 내 돈으로 직접 두 대의 LG 올레드 TV를 사서 스튜디오에 들여놨는데, 마침(웃음) LG전자가 프리즈 아트 페어 협업을 제안하더라. 덕분에 결정을 내리기는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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