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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의 민감(敏感) 중국어] 탁구공과 풍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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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호 31면

민감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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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쏘아 올린 정찰풍선 파문으로 미·중 관계가 악화일로다. 중국은 당초 “기상 등 과학 연구용 무인비행정이 불가항력으로 미국에 잘못 진입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그걸로 사태가 수습될 것이라던 중국의 기대와 달리 미국이 최신예 F-22 전투기로 풍선을 격추하자 재빨리 공세로 전환했다. 관련 기업 제재와 맞불 제재까지 주고받았다.

풍선은 한자로 바람 풍(風)과 배 선(船)을 쓰는 데 정작 중국에선 잘 쓰지 않는 표현이다.  중국어로는  ‘기체를 넣은 공’이라는 의미의 ‘치추(氣球·기구)’로 부른다.  커다란 기구와 작은 풍선에 구분이 없다. 정찰풍선이 격추되자 중국에서는 미·중 관계가 “탁구공(乒乓球)으로 시작해 기구(氣球)로 끝났다”는 촌평이 나왔다. 1971년 미국 대표단의 탁구 외교로 열린 미·중 관계의 문을 중국 풍선이 닫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풍선이 과연 중국의 주장처럼 민간용일까. 중국은 10여 년 전부터 ‘칼과 쟁기의 합창(劍犁協奏·검려협주)’이라 불리는 군민융합 정책을 국방 정책의 큰 축으로 추진 중이다. 민간과 군대의 역량을 결합시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민간용과 군수용의 구별은 무의미하다.  미국은 중국이 전 세계에서 정찰풍선을 운용한다고 주장한다.

대만에서 정찰풍선은 전쟁의 시작으로 간주하는 ‘제일격(第一擊)’ 논란으로 번졌다.  지난해 10월 중국 무인 드론이 대만 진먼다오(金門島)를 침범하자 무인 항공기라 할지라도 제일격으로 간주하겠다고 선포했다. 자위권을 발동하겠다는 경고다. 그랬던 대만이 정찰풍선은 제일격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14일 대만 국방부는 “풍선의 기능은 정찰이다. 무력을 동반한 행위와 뒤섞어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제일격은 ‘후발제인(後發制人)’ 독트린을 운용하는 국가에게 결정적인 문제다. 정당한 자위 반격권을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으려면 반격의 요건 등 규정이 단단해야 한다. 『순자』는 “뒤에 출발해서 앞서 도달하는 것이 용병의 중요한 술책(後之發 先之至 此用兵之要術也)”이라고 했다. 얼마 전 북한 드론이 서울 영공을 유린했어도 한국에서 ‘제일격’ 논의는 없었다. 심리적 무장해제를 노리는 회색지대 공세는 갈수록 잦아진다.  발사 준비단계에서부터 선제타격을 한다는 ‘발사의 왼편’ 전략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제일격에 대한 정의, 즉 무엇을 타격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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