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7회 우승, 두 번 강등…뉴스메이커 된 ‘도깨비 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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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호 25면

[스포츠 오디세이] 영욕의 시민축구단 성남FC 

2014년 FA컵 우승을 차지한 성남FC. 이재명 시장(가운데)과 김학범 감독, 신문선 대표. [중앙포토]

2014년 FA컵 우승을 차지한 성남FC. 이재명 시장(가운데)과 김학범 감독, 신문선 대표. [중앙포토]

“요즘은 TV만 틀어도 성남FC, 신문을 봐도 성남FC 얘기만 나옵니다. 축구단 광고 효과가 1000억원은 넘는 것 같네요. 허허.”

프로축구 성남FC의 관계자가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구속 영장을 신청한 이후 ‘성남FC’는 이슈와 뉴스의 중심이 됐다. 기업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순수하게 스포츠 구단을 후원했는지, 아니면 후원금의 대가로 부정한 청탁을 했고, 청탁과 후원이 연결되는 과정에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지시가 있었는지가 추후 재판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졸지에 뉴스메이커가 된 성남FC는 어떤 팀일까. 그 역사의 테이프를 돌려 보면 한국 프로축구의 영욕과 민낯을 만나게 된다.

“보도 많아 축구단 광고 효과 1000억 넘어”

성남은 말 그대로 도깨비 팀이다. K리그 최초로 3연속 우승(1993~95년)을 달성했고, 2001~03년 또다시 3연패를 이뤘다. K리그 통산 7회 우승으로 전북 현대(9회)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2회, FA컵 3회 등 총 21개 우승 트로피를 갖고 있다. 2015년 이후 K리그 하위권을 맴돌았고 두 차례나 하부리그 강등을 경험한 팀이기도 하다.

성남FC의 모태는 1989년 창단한 통일교 산하 일화 천마 축구단이다. 축구광이었던 고(故) 문선명 통일교 총재가 큰 관심을 갖고 지원했다. 93~95년 우승 때는 ‘독사’ 박종환 감독의 지휘 아래 고정운·신태용·안익수 등 국가대표급 라인업을 구성했다. 특히 러시아 출신 골키퍼 사리체프(‘신의손’이라는 이름으로 귀화)의 기량이 워낙 뛰어났다. 골을 너무 안 먹어 경기가 재미없어지는 것을 우려한 프로축구연맹이 ‘외국인 용병 골키퍼 출전 불가’ 규정을 만들었고, 이 규정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다.

프로축구 초창기에는 유공·LG·일화가 동대문운동장을 함께 쓰는 ‘서울 3형제’였다. 프로축구연맹이 지역 연고지 정착을 위해 서울을 비우기로 했고, 유공은 부천, LG는 안양, 일화는 충남 천안으로 내려갔다. 일화는 꾸준히 수도권 진입을 시도했고 2000년 마침내 성남 일화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성남시는 88 서울올림픽의 영광이 서린 하키전용경기장의 인조잔디를 걷어내고 축구장(성남종합운동장)을 만들었다. 하키인들은 눈물을 흘렸다.

성남 일화는 2001~03년 또다시 3연패를 이뤘다. 고인이 된 차경복 감독이 팀 분위기를 잡았고, ‘K리그 최고 지략가’ 김학범 수석코치가 실질적인 감독 역할을 했다. 샤샤·김도훈·윤정환·김대의 등 호화멤버가 그라운드를 누볐다. 백전노장 신태용이 팀의 구심점이었다.

차 감독은 프로선수들의 가장 약한 고리인 ‘돈’을 통해 개성 강한 선수들을 다잡았다. 외박·음주 등에 대해 ‘초범 100만원, 재범 500만원’ 벌금을 매겼고 액수를 점점 올렸다. 실제로 2000만원을 선고(?)받고 500만원을 감해 1500만원을 낸 선수도 있었다. 당시 선수들 사이 유행어가 “걸리면 그랜저 한 대”였다.

성남의 레전드 신태용(왼쪽)과 박종환 감독. [중앙포토]

성남의 레전드 신태용(왼쪽)과 박종환 감독. [중앙포토]

성남 일화는 성적과 평판이 정반대로 가는 구단이었다. 최고 선수들을 모아 뛰어난 성적을 내면서도 팬 서비스나 홍보, 인프라 구축, 유소년 육성 등은 낙제점이었다. 홈 승률은 K리그 구단 중 1위지만 홈 관중 수는 꼴찌에 가까웠다.

성남 선수단 숙소는 용인 중심가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허름한 러브모텔 바로 뒤에 있었다. (주)일화 여직원 숙소로 쓰던 곳으로 워낙 오래된 데다 햇볕도 잘 안 들고 퀴퀴한 냄새마저 났다. 유니폼은 브라질 대표팀의 디자인을 염치없이 베꼈고, ‘맥콜’ ‘삼정톤’ 등 일화 제품명을 큼지막하게 새겼다. 10년간 선수단 주무를 했던 직원이 ‘선수 매수와 승부조작설’을 폭로하고, 구단이 그를 공금 횡령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한 코칭스태프는 “구단 운영이 구멍가게만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2006년 K리그 7번째 우승을 마지막으로 성남 일화의 시대가 저물기 시작했다. 축구단 지원을 줄여나가던 통일교 측은 2012년 문선명 총재가 별세하면서 아예 축구단 매각에 나선다. 연고지를 안산으로 옮기려는 계획이 막판에 틀어지면서 성남시가 시민구단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2014년 1월, 축구해설가 출신 신문선 명지대 교수가 초대 성남FC 대표로 취임했다. 성남은 그해 프로·아마를 통틀어 한국축구 왕중왕을 뽑는 FA컵에서 우승했다. 성남FC 구단주 이재명 시장은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신문선 대표는 이 시장의 만류에도 그해 말 사임한다.

이재명 시장은 2016년 3월 ‘깃발 더비’로 화제를 모았다. 성남FC와 수원FC의 맞대결에서 이긴 팀의 시 깃발을 진 팀 시 청사에 걸자고 도발한 것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시기(市旗)보다는 구단 기를 진 팀 경기장에 걸자’고 수정 제안함으로써 ‘깃발 더비’가 성사됐는데, ‘K리그 주목도를 높일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호평과 ‘정치인 출신 두 시장의 홍보 효과를 노린 억지 이벤트’라는 비판이 공존했다. 이 시장은 ‘축구단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한다’는 기사를 쓴 기자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성남FC는 그해 처음으로 K리그1에서 K리그2로 떨어졌다.

성남은 2018년 K리그1로 복귀했으나 지난해 또다시 최하위(12위)를 기록하며 두 번째 강등당했다. 올 시즌은 K리그2에서 시작한다.

김영하 새 대표 “세련된 구단으로 거듭날 것”

성남FC 연혁

성남FC 연혁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성남FC 구단주가 된 신상진 성남시장은 취임 초 구단을 매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호된 후폭풍을 맞았다. 최근에는 적극 지원으로 돌아섰다고 한다. 선거 공신이나 측근을 낙하산으로 내려 보낼 것으로 예상한 축구단 대표를 전문가를 위해 비워놓았다.

성남FC는 최근 공모를 통해 새 대표를 뽑았다. 하나금융그룹에서 스포츠마케팅을 총괄했던 김영하 대표는 “축구단을 후원했던 기업들이 다수 빠져나갔고, 실망한 팬들도 많다는 걸 인정한다.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으니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말끔히 지우고 젊고 패기 있는 선수단, 지역에 밀착하는 세련된 구단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성남 구단은 지난해 자체 클럽하우스를 준공해 입주했다. 분당구 정자동 한국잡월드와 현대중공업 신사옥 사이의 금싸라기 땅이다. 3층 건물과 잔디구장 2면을 갖췄다. 평당 5000만원을 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구 연습장’을 보유한 성남FC가 또 어떤 역사를 써내려갈까.

정치 중립·재정 자립 힘든 시도민구단, 폭탄 안고 가는 셈

신문선

신문선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로 인해 불거진 성남FC 후원금 사건은 우리나라 프로스포츠 시도민구단의 현실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재정이 절대 취약한 시도민구단은 예산을 지원하는 지자체의 영향권에 구속될 수밖에 없고, 선거로 선출되는 지자체장에게 정치적으로 휘둘릴 개연성이 크다.

프로 스포츠단의 수익구조는 입장수입, 광고-마케팅 수입, 중계권료 수입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K리그 구단들은 이 모든 영역에서 지출대비 매출이 현저히 열악하다 보니 기업형 구단은 모기업, 시도민구단은 지자체의 지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가는 셈이다.

나는 2014년 시민구단 성남FC의 초대 대표이사에 공모, 선임돼 1년 동안 일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성남 일화는 통일교에서 약 300억원에 이르는 예산(추정)을 지원받아 선수단 인건비를 가장 많이 쓰던 구단이었다. 성남FC로 전환하면서 구단 운영비는 성남시에서 70억원을 책정했고, 구단 자체 마케팅·광고 수입 50억원 등을 포함해 총 130억원으로 출발했다. 내가 취임 전 설정한 이 예산은 한마디로 ‘난센스’였다. 프로 선수 연봉계약은 다년제라서 인건비를 갑자기 줄일 수도 없었다. 나는 시의회에 참석해 ▶축구단의 정치 중립 ▶투명경영 ▶낙하산 근절을 약속하며 몇 차례 추경을 받았지만, 예산이 바닥나 개인 명의로 수억원의 차입금을 마련한 적도 있었다.

시도민구단은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홍역을 앓는다. 축구단은 선거에서 승리한 시장의 전리품처럼 여겨진다. 시장이 바뀌면 시장, 도지사의 정당에 따라 축구단 대표가 바뀌고, 사무국장-팀장 순으로 물갈이가 이뤄진다. 감독과 코칭스태프 및 선수 청탁,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고, 구단 운영의 일관성도 유지하기 어렵다.

국내 프로축구단 25개 중 14개가 시도민구단이다. 이들이 ‘제2의 성남FC 사태’를 겪지 않으려면 구단의 정치적 독립, 재정 자립이 필수다. 성남FC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시도민 축구단의 안정적 운용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프로축구연맹과 시도민구단 관계자들이 고민하고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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