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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 3박4일, 심지어 9박10일 불났다 …“홀라당 타뿌라서 더 탈 게 어딨능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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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호 12면

SPECIAL REPORT

지난해 3월 4일 경북 울진에서 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북쪽인 강원 삼척까지 번지는 가운데 삼척시 원덕읍 고적마을 일대 산림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4일 경북 울진에서 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북쪽인 강원 삼척까지 번지는 가운데 삼척시 원덕읍 고적마을 일대 산림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연합뉴스]

‘산불됴심.’

많이, 크게, 시도 때도 없이 났다 #공중진화대원·주민이 겪은 산불

청년은 이 표석을 곧 다시 볼 줄 알았을까.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을 잇는 조령(문경새재·632m)의 ‘산불됴심표석(경북도문화재자료)’은 영·정조대에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시대에 만든 한글비석 5기(우리나라 4기, 일본 1기) 중 하나다.

친구와 더불어 문경새재를 찾은 얼마 뒤, 이은학(31) 산림항공본부 산불공중진화대원은 지난해 2월 26일 이 표석 근처에서 난 큰불을 껐다. 572명이 동원됐고, 진화헬기 15대가 떴다.

2022년 5월 31일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를 위해 헬기에서 내려오는 공중진화대원. 사진 산림항공본부

2022년 5월 31일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를 위해 헬기에서 내려오는 공중진화대원. 사진 산림항공본부

비석이 만들어진 20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산불은 짧은 시간에 사람과 산림·주거지를 할퀴어 몹쓸 거죽으로 남긴다. 표어처럼 ‘가꾸는데 30년 사라지는데 3초’다. 그 산불이 무시무시해지고 있다.

지난 1일부터는 봄철 산불조심 강조기간이다. 한 주 뒤인 3월 4일은 역대 최악으로 꼽히는 울진·삼척 산불이 발생한 지 1년이다. 중앙SUNDAY는 산림청 산불피해대장을 바탕으로 지난해 산불 현황을 분석했다. 산림청의 최종 발표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불에 기꺼이 뛰어들어 진화에 나선 이들과 불 앞에서 망연자실했던 이들의 기억도 함께 실었다.

문경새재 도립공원의 '산불됴심' 비석. 영·정조 때 세워진 곳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한글 창제 이후 구한말까지의 한글 비석 중 현재 남아 있는 5개 중 하나다. 김홍준 기자

문경새재 도립공원의 '산불됴심' 비석. 영·정조 때 세워진 곳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한글 창제 이후 구한말까지의 한글 비석 중 현재 남아 있는 5개 중 하나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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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은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2022년 5월 31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 춘화리에서 발생해 661ha를 태운 산불은 초여름 발생한 이례적인 대형산불이다. 9개월이 지난 2023년 2월 15일에도 매캐한 냄새가 마을에 번졌다. 김홍준 기자

2022년 5월 31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 춘화리에서 발생해 661ha를 태운 산불은 초여름 발생한 이례적인 대형산불이다. 9개월이 지난 2023년 2월 15일에도 매캐한 냄새가 마을에 번졌다. 김홍준 기자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이은학 산불공중진화대원은 "산불은 잠을 자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영재 기자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이은학 산불공중진화대원은 "산불은 잠을 자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영재 기자

“불을 끄고 저녁 한 숟갈 뜨려는데, 또 났어요.” 이 대원은 2019년 4월 4일을 떠올렸다. 이날 하루에만 열아홉 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그해 기록으로 남은 대형산불(100㏊ 이상 피해) 3건(고성 1267㏊, 강릉 1260㏊, 인제 345㏊)이 모두 일어난 날이기도 하다.

당시 산불진화 일지에는 급박함이 묻어 있다. 이 대원이 1.3㏊를 태운 충남 아산 산불을 진화하자마자 긴급 무전이 날아왔다. 오후 9시였다. 최악 산불 중 하나로 꼽히는 강원도 고성 산불이 났다. 이튿날(5일) 오전 8시 30분 다시 강릉 옥계로 이동했다. 이 대원은 2박 3일 산불과의 사투를 벌이고 6일 오전 9시에야 ‘퇴근’했다.

하지만 그는 몇 시간 뒤 다시 등짐펌프(15㎏)와 불갈퀴·야전삽 등 30㎏에 달하는 각종 장비를 지고 헬기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와야 했다. 2박 3일 진화는 예사다. 나흘 뒤에야 산불도 숨을 골랐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은학 공중진화대원이 2박 3일간 진화 작업을 벌인 지난해 4월 10일 강원도 양구 산불. 이날 하루에만 21건의 산불이 전국에서 발생했다. [사진 산림청]

이은학 공중진화대원이 2박 3일간 진화 작업을 벌인 지난해 4월 10일 강원도 양구 산불. 이날 하루에만 21건의 산불이 전국에서 발생했다. [사진 산림청]

4월에 전국적으로 산불이 한 건도 없는 날은 드물다. 그만큼 4월의 산불은 악명이 높다. 지난해 4월 10일 하루에는 무려 21건의 산불이 일어났다.

이 대원은 이날도 강원도 양구에서 2박 3일간 진화 작업을 벌였다. 이렇게 지난해 4월 한 달간 발생한 산불은 177건. 지난해 산불 740건 중 23.9%다. 2021년 4월도 96건으로 한해 산불 27.8%가 집중됐다.

하지만 이시영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4월은 산불이 가장 많은 달이지만 최근 5~6년간은 장마철을 빼고는 연중 발생하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140건(18.9%, 2012년~2021년 평균 12%), 5월 114건(15.4%, 10%)이 발생했다. 특히 5월 산불 비중이 늘면서 산불조심강조기간을 6월 15일까지 한 달 늘리자는 말도 나온다.  지난해 5월 31일 난 ‘밀양 산불’은 이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2022년 5월 31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 춘화리에서 발생해 661ha를 태운 산불은 초여름 발생한 이례적인 대형산불이다.김홍준 기자

2022년 5월 31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 춘화리에서 발생해 661ha를 태운 산불은 초여름 발생한 이례적인 대형산불이다.김홍준 기자

“어이구, 그러게 왜 올라갔능교.”

지난 15일 경남 밀양 부북면 화산마을의 김할머니(72)는 한숨을 토했다. 현장을 찾았던 기자는 ‘정말’ 토했다. 부북면은 지난해 5월 31일 대형산불이 난 곳이다. 3박 4일에 걸쳐 번졌다. 초속 11m의 강한 바람은 방향을 바꿨다. 남동풍이었다가 북서풍으로 돌변했다. 불길은 북쪽으로 올라갔고 남쪽으로도 내려왔다. 밀양구치소 재소자 384명을 대구교도소로 옮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밀양시청도 덮칠 기세였다. 밀양 시내에서 커피점을 운영하는 김모(30)씨는 “연무로 시내가 온통 갈색이었다. 세상의 종말이 온 줄 알았다”며 “물안경을 찾아 쓰고 마스크를 두세겹으로 해도 안 되더라”고 말했다. 산불은 661㏊를 초토화했다.

2022년 5월 31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 춘화리에서 발생한 산불은 661ha를 태웠다. 김홍준 기자

2022년 5월 31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 춘화리에서 발생한 산불은 661ha를 태웠다. 김홍준 기자

9개월이 흘렀지만, 발화 장소로 추정되는 화산마을 뒷산에는 매캐한 냄새가 흘렀다. 새 지저귐은 없었고, 계곡물은 열기에 증발한 듯 말라 있었다. 키 낮은 수목들이 잿더미로 변하면서 이전의 산길은 무의미해졌다. 거칠 것이 없어지자, 잘못 밟은 돌은 30m나 굴러떨어졌다. 생명을 겨우 이어가는 소나무는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송진을 내뿜고 있었다. 산불을 낸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이 동네 남성은 극단 선택을 했다. 아들과 단둘이 살다가 홀로 남게 된 어머니는 “우리 애가 안 그랬다”고 한단다. ‘죽음의 땅’이었다.

산에 들어선 지 10분도 안돼 구토가 치밀었다. 숨돌릴 틈이 없었다. 이 마을 다른 할머니는 “홀라당 다 타버려서 더 탈 게 뭐 있겠소”라며 한숨을 쉬었다.

#산불은 눈물을 만든다

2021년 2월 21일 오후 경북 안동시 임동면 망천리의 한 야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중평리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 오른쪽으로 경북소방학교 건물이 보인다. [산림청]

2021년 2월 21일 오후 경북 안동시 임동면 망천리의 한 야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중평리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 오른쪽으로 경북소방학교 건물이 보인다. [산림청]

2021년 2월 21일 오후 경북 안동시 임동면 망천리의 한 야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강풍을 타고 중평리 방향으로 번졌다. 산불 발생 2년 뒤, 산은 벌거벗은 모습으로 남아 있다. 김홍준 기자

2021년 2월 21일 오후 경북 안동시 임동면 망천리의 한 야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강풍을 타고 중평리 방향으로 번졌다. 산불 발생 2년 뒤, 산은 벌거벗은 모습으로 남아 있다. 김홍준 기자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펑펑 나더라.” 경북 안동시 임동면 중평리의 김옥자(85)씨는 “능선을 넘어 집을 덮치려는 불길이 괴물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2021년 2월 21일 인근 망천리에서 발생한 산불은 307㏊를 집어삼켰다. 김씨와 마을회관에 함께 있던 노인들은 “70년 전 6·25 피난민처럼 급히 집을 떠나야 했다”고 말했다. 근처 주유소 관계자는 “소방차가 대기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대비했는데, 다행히 불길이 능선을 넘어오지 않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안동(인금리)에는 2020년 4월 무려 1944㏊를 태운 산불이 나기도 했다. 이 안동 산불 두 건은 100㏊를 태운 대형산불로 기록됐다.

지난해 산불 740건 중 이런 대형산불이 11건 일어났다. 최근 10년간(2013~2022년) 대형산불 22건 중 절반이 한해에 일어난 것. 지난해 총 피해면적은 2만4782㏊(247.82㎢)인데, 대형산불 11건이 그중 96.9%인 2만4016ha를 삼켰다. 서울 면적(605㎢)의 40%가 탄 것이다.

이시영 교수는 “대부분의 산불은 인위적(입산자 실화, 쓰레기 소각 등)으로 발생하지만 이를 키우는 것은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부쩍 건조해진 대기와 토양, 잦아진 강한 바람”이라며 “게다가 한국의 산림은 60년 넘는 녹화사업을 통해 자랄 대로 자라 오히려 대형산불이 발생할 ‘세팅’이 된 상태”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불에 약한 소나무 같은 침엽수 대신 불에 상대적으로 강한 굴참나무·느티나무·은행나무·떡갈나무 등 활엽수를 심어 피해를 최소화하고 솎아베기·가지치기·산물수집 등을 통해 강한 바람에 불똥이 날아가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飛火)’ 현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동규(41) 산림항공본부 산불진화헬기 기장은 “안동 인금리 산불은 강풍을 타고 급격하게 번졌는데, 양간지풍(강원도 양양과 간성 사이의 험한 바람)이 점점 남하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 대형산불도 남하하는 추세다. 최근 10년간  발생 건수를 보면 2013~2019년 7년간 8건 모두가 강원에서 발생했는데, 2020~2022년 3년간은 14건 중 11건(79%)이 영남권에서 발생했다. 겨울철 북서 계절풍이 불면, 소백산맥의 서쪽 사면은 강수량이 많지만, 동쪽 사면은 겨울 평균 강수량이 연평균 강수량의 6% 내외에 그쳐 겨울 가뭄을 겪기 쉽다. 그래서 작은 불씨가 물 만난 것처럼 큰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19일 안동 임동면에서 다시 산불이 났다. 4시간 넘게 1ha를 태웠다.김옥자 할머니는 “산 너머 마을(사월리)에서 났지만,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산불은 희망을 태우고 절망을 키운다

지난해 3월 4일 오후 8시 30분경 경북 울진군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길이 약 2km의 산등성이를 불태우며 강원도 삼척시로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4일 오후 8시 30분경 경북 울진군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길이 약 2km의 산등성이를 불태우며 강원도 삼척시로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김강덕(51) 산림항공본부 기장도, 이동규 기장도, 이은학 대원도 지난해 3월 4일 시작된 울진·삼척 산불을 ‘최악’으로 꼽았다. 산불은 213시간 48분간 이어졌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6년 이후 단일지역 산불로 최장 기간을 기록했다. 산불이 휩쓴 면적은 2만523㏊, 서울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김 기장은 “당시 바람이 오히려 불지 않아서 연기가 흩어지지 않아 진화가 어려웠고, 소나무 송진이 폭탄처럼 터져서 핑핑 날아다녔다”고 말했다.

산불 진화의 최전선에 서는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대원들. 왼쪽부터 변명근 정비검사관, 이은학 산불공중진화대원, 이동규 산불진화헬기 기장, 김강덕 기장. 최영재 기자

산불 진화의 최전선에 서는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대원들. 왼쪽부터 변명근 정비검사관, 이은학 산불공중진화대원, 이동규 산불진화헬기 기장, 김강덕 기장. 최영재 기자

변명근(54) 산림항공본부 정비검사관은 울진·삼척 산불 9박 10일간 낮에는 산불 진화, 밤에는 헬기 정비를 했다. 그는 “그래서 정비검사관을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는’ 요원으로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대원은 “산불은 잠을 자지 않으니까요”라며 열흘간의 진화 작업을 짧게 설명했다.

“대재앙이었죠. 또 닥칠 수 있다는 두려움에 과거형으로 말하기도 어렵고….” 경북 울진군 북면에 거주하는 최임덕(55)씨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는 이어 “대피하라는데, 집과 가축을 놔두고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울진에는 지난해 5월에도 대형산불(229㏊)이 났다. 지난해 울진 피해 면적은 1만6531㏊로 가장 넓다. 2위 강릉(4223㏊)의 4배에 가깝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울진·삼척 산불 이튿날 발생한 강릉 옥계 대형산불(4190ha)은 방화로 일어났다. 강릉 옥계, 동해시, 정선군 임계에 걸려있는 백봉령에서 휴게소를 운영하는 홍명숙(57)씨는 “강릉 옥계에서 올라온 산불이 아슬아슬하게 발밑까지 왔다가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미처 화마를 피하지 못한 옥계 방향의 다른 휴게소는 불길에 휩싸여 무너진 상태였다.

강원도 동해시와 정선군, 강릉시에 걸려있는 백봉령도 지난해 3월 강릉시 옥계에서 발생한 방화의 마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고갯마루에서 동해시 쪽의 한 휴게소가 불길에 휩싸여 전소됐다. 김홍준 기자

강원도 동해시와 정선군, 강릉시에 걸려있는 백봉령도 지난해 3월 강릉시 옥계에서 발생한 방화의 마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고갯마루에서 동해시 쪽의 한 휴게소가 불길에 휩싸여 전소됐다. 김홍준 기자

이 휴게소 건너편. 검게 타버린 금강송 사이의 평지에 묘가 있다. 이곳에 부모님을 모신 남성은 “묘가 다 타버려서 죄송해서 어쩌나”라며 절망하고 있었다. 강릉 옥계 산불을 낸 60세 남성은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도 기각됐다. 산불 방화는 7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실수로 내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지난해 11월 5일 북한산 수리봉 인근에서 산불이 발생해 진화헬기가 진화에 나서고 있다. 이날 진화헬기는 총 4대가 출동해 약 2시간 만에 진화 완료했다. 김홍준 기자

지난해 11월 5일 북한산 수리봉 인근에서 산불이 발생해 진화헬기가 진화에 나서고 있다. 이날 진화헬기는 총 4대가 출동해 약 2시간 만에 진화 완료했다. 김홍준 기자

대형산불이 언론의 주목을 받지만 지난해 산불이 가장 많이 난 곳은 경기도 양평과 울산 울주군이다. 20건씩 발생했다. 장마 기간을 끼고 습도가 높은 여름철을 제외하면 2주에 한 번꼴로 산불이 난 셈. 경기도 남양주가 18건으로 뒤를 따랐다. 최근 10년간 산불 건수도 양평이 117건으로 가장 많다.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인위적 원인과 기상 원인을 분석해 양평·울주·남양주·홍천·화성 등을 산불 발생빈도가 높은 곳으로 꼽았다. 지난해 산불 건수가 급격히 늘고 대형화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산림청은 현재 48대인 진화헬기를 2027년까지 58대로, 현재 435명인 산불재난특수진화대를 2223명으로 늘리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22일 현재 올해 산불 발생 건수는 91건. 지난해 같은 기간 174건보다 현저히 줄었다. 하지만 서재철 녹색연합 상근 전문위원은 “기후변화로 겨울·봄철에 건조한 날이 많아지면서, 단 한 건의 대형산불이 피해를 어떻게 키울지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21년 3월 23일 강원도 홍천군 화남면 산불 진화 중 보호수를 필사적으로 구한 산림항공본부 공주진화대원들. 사진 산림항공본부

2021년 3월 23일 강원도 홍천군 화남면 산불 진화 중 보호수를 필사적으로 구한 산림항공본부 공주진화대원들. 사진 산림항공본부

지난해 5월 31일 경남 밀양 부북면. 이은학 대원이 헬기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왔다. 30㎏ 장비 중 하나는 도시락. 김밥이 산불 열기에 녹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홍천에 두 시간 사투 끝에 우리가 살린 나무를 생각하면 힘이 난다”. 260㎞ 떨어진 강원도 홍천 화초면 성산리. 160년 수령 소나무가 산불로 거죽만 남은 야산에서 홀로 푸른 어깨를 쫙 펴고 있었다.

☞산불전문예방진화대=산림청 혹은 지자체 소속. 산불 예방과 감시, 초동 진화, 뒷불 감시 등의 업무를 맡는다.  산림청은 산불감시원과 분리됐던 직무를 합치고 이름도 이렇게 통일했다. 일부 지자체는 여전히 산불감시원을 따로 뽑는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산림청 소속. 산불전문예방진화대의 초동 진화 뒤 기계화 장비를 갖고 본격 투입되는 인력이다.

☞산불공중진화대=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헬기를 타고 험준한 지형에 하강해 진화한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육군, 산불공중진화대는 공군’이라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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