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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부회장 “이화영에 법카줬다”…이재명, 아태협 신청 하루만에 15억 지원 결정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가 신생 대북사업자인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에 15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하루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 심리로 진행된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은 아태협과 경기도가 주고받은 대북지원사업 관련 공문을 공개했다.

경기도가 하루 만에 아태평화교류협회의 대북지원사업 계획을 승인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계획 중에는 묘목 사업도 포함됐다. 북한으로 보낼 묘목장을 찾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사진 아태협

경기도가 하루 만에 아태평화교류협회의 대북지원사업 계획을 승인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계획 중에는 묘목 사업도 포함됐다. 북한으로 보낼 묘목장을 찾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사진 아태협

검찰에 따르면 강제징용 피해자 유공 봉환 사업을 해던 아태협은 2019년 3월 8일 통일부 대북지원 사업자로 지정됐다. 같은 해 3월28일 아태협은 첫 대북지원사업으로 ‘북한 어린이 영양식 및 묘목 지원’을 선정하고 경기도에 관련 계획서를 제출했다. 북한 어린이 건강 증진과 식량난 해소를 위해 밀가루를, 북한 산림복원을 위해 종자와 묘목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으로 관련 예산으로 15억원을 신청한 것이다.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아태협이 계획서를 제출한 지 하루 만인 2019년 3월 29일 이 계획안을 전자결재했다.

검찰은 이같은 속전속결의 배경을 파고들었다. 검찰은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묘목 사업 담당자 경기도 공무원 A씨에게 “통일부 승인받고 20여일 만에 (지자체로부터) 15억원을 지원받는 곳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A씨는 “사업 제안서 접수 이후 승인하는 데까지 통상적으로 1개월 남짓 소요된다”며 “이례적인 일”이라고 답했다.

2018년 7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집무실에서 이화영 전 당시 평화부지사에게 임용장을 수여하고 있다.

2018년 7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집무실에서 이화영 전 당시 평화부지사에게 임용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즉각 반박했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은 “대북지원사업은 정무적인 사항”이라며 “안부수 아태협 회장과 당시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사이에 사전 조율이 있었다. 이상할 게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경기도지사도 사전 협의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것이냐”고 따져 묻자 변호인 측이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하면서 검찰과 변호인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경기도가 아태협 대북지원사업 계획을 승인한 2019년 3월은 검찰이 쌍방울그룹이 경기도가 북에 지원하기로 한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했다고 파악한 시점으로부터 2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2018년 11월 이 전 부지사로부터 “쌍방울이 경기도를 대신하여 스마트팜 비용을 북한에 지원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받는다.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에서 김 전 회장, 이 전 부지사, 안 회장은 조선아태위 부실장 등 북측 인사를 만나 남북 경협합의서 작성한 뒤,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 23, 24일 쌍방울 임직원과 안 회장을 통해 스마트팜 대납 비용 중 200만 달러를 선납했다. 이후 쌍방울은 안 회장을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현 SBW생명과학)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쌍방울 본사 빌딩 사무실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남은 스마트팜 대납 비용 300만 달러는 2019년 4월경 조선아태위 관계자에게 전달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쌍방울 부회장 입장 변경…“이화영에 준 법인카드는 뇌물”

한편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은 지난 22일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변경한다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방 부회장 측은 그동안 “이 전 부지사에게 건넨 법인카드 등에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방 부회장의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사외이사를 사임한 이후에도 이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계속 법인카드를 제공했고, 지인에 대한 급여와 차량 지급을 요청해 지원했다”며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이어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사실을 인정한다”며 “이 전 부지사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것이 회사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피고인이 불법적으로 이익을 보거나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방 부회장의 변호인은 “사실대로 재판과 수사에 임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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