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종전선언 내막…"軍기밀 뺐다"더니 부승찬 저서에 고스란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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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방첩사령부는 지난 23일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자택과 국방부 재직 당시 사용한 PC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국군방첩사령부는 지난 23일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자택과 국방부 재직 당시 사용한 PC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국군방첩사령부가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저서 『권력과 안보』에 담긴 일부 내용에 대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23일 부 전 대변인의 자택과 국방부 재직 당시 사용한 PC 등을 압수수색한 상태다.

부 전 대변인은 저서에 “군사기밀을 제외하고 빠짐없이 기록하고자 했다”고 설명했지만, 군은 한·미안보협의회의(SCM) 등 고위급 회담에서 오간 내용을 공개한 것 자체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보고 있다.

2021년 SCM 비공개 회담 주요 발언 소개

군 당국이 주목하는 부분은 2021년 12월 2일 서울 국방부에서 열린 제53차 SCM 당시 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발언 내용이다.

저서엔 ▶전시작전권 전환 ▶한·미 국방부문 협력 강화 워킹그룹 ▶종전선언 등 주요 의제에 대해 서 전 장관과 오스틴 장관의 입장과 발언이 소개됐다. 군은 양측이 상호 합의·조율해 발표한 공동선언과 기자회견 내용을 제외한 회담 내용 자체를 공개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일 뿐 아니라 사안에 따라 기밀 유출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19일 제주시 김만덕기념관에서 '권력과 안보' 북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는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연합뉴스

지난 19일 제주시 김만덕기념관에서 '권력과 안보' 북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는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연합뉴스

실제 부 전 대변인의 저서에는 SCM 당시 미국 측이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고수했던 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작권 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으로 임기 말 주요 과제로 설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부 전 대변인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SCM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들이 완전히 충족되지 않았고, 마무리를 위한 작업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또 당시 전작권 전환을 위한 주요 과제로 여겨졌던 미래연합사령부(전작권 전환 후 한·미연합사령부 역할)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에 대해서도 “미래연합사 능력 평가는 (전작권 전환 조건의) 일부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부 전 대변인은 전시지휘소 운영에 대해 한·미 간 입장차가 드러난 내용도 가감 없이 저서에 담았다. 폴 라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이 “군사적으로 B1보다 CP탱고가 전시지휘소로 적합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서욱 장관은 “전시지휘소 운영은 정부 차원의 결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승인을 유보했다는 내용 등이다. B1은 수도방위사령부의 지하벙커를, CP탱고는 경기 성남 한미연합군사령부 전시지휘소를 의미한다.

美 "승인", 韓 "유보적" 입장차 

2021년 12월 한미안보협의회(SCM)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 나선 서울 당시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공동취재단

2021년 12월 한미안보협의회(SCM)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 나선 서울 당시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공동취재단

저서에는 한·미 국방 워킹그룹 문제와 관련해서도 SCM에서 적극적으로 임했던 미국과 다소 신중했던 한국의 입장차가 드러나 있다. 워킹그룹은 대외적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 간 접점을 찾아 군사협력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실무 기구다. 하지만 그 이면엔 한·미가 인태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실제 오스틴 장관은 SCM에서 “중국은 미 국방부의 가장 큰 도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워킹그룹 구성을 제안했다고 부 전 대변인은 주장했다. 부 전 대변인은 또 “오스틴은 한·미 워킹그룹 구성을 승인한 반면, 서욱 장관은 이와 관련해 로우 키로 유지하고 시간을 두고 신중히 검토하자는 유보적 태도를 내비쳤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SCM에선 종전선언을 둘러싼 온도 차도 드러났다. 저서엔 오스틴 장관이 종전선언에 대해 일부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오스틴 장관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한·미의 통합적 전선을 강조하면서 종전선언을 언급했는데, 북한의 약속 이행이 포함되면 의미가 있지만 도발이 지속된다면 종전선언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뉘앙스의 발언도 있었다”면서다.

文 종전선언에 오스틴 "무슨 의미 있는지"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 9월 뉴욕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이뤄내면 비핵화 진전과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며 종전선언 필요성을 강조했다. [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 9월 뉴욕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이뤄내면 비핵화 진전과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며 종전선언 필요성을 강조했다. [뉴스1]

SCM이 개최될 당시 종전선언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말 ‘올인’했던 핵심 대북정책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2021년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 추진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지만,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계속되는 등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전쟁 종료를 선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국내외 비판에 직면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21년 10월 26일 브리핑에서 종전선언과 관련 “우리(한·미)는 조치를 위한 정확한 순서, 시기, 조건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사실상 이견을 공식화했다.

결국 오스틴 장관의 입장은 미사일 도발이 지속되는 현 상황에선 정치적 메시지로 종전을 선언하는 것이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미국의 속내가 담긴 발언으로 해석된다. 특히 부 전 대변인의 저서 내용에 따르면 “(종전선언에 대해) 한·미 간에 그 중요성에 공감을 하고 있고, 문안도 이미 사실상 합의가 돼 있는 상태”(2021년 12월 29일, 당시 정의용 외교부 장관 기자회견)라고 했던 문재인 정부의 당시 발표 역시 신빙성에 대한 의심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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