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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 '구원투수' 일본은행 총재 후보 첫마디…"금융 완화 계속"

중앙일보

입력

‘일본의 버냉키’로 불리는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71) 일본은행(BOJ) 총재 후보자가 일본의 저성장 탈출을 위해 ‘돈 풀기’인 금융 완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24일 처음으로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와 발을 맞춰 지난 10년간 최장 일본은행을 이끌어온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79) 총재가 해온 마이너스 금리 등 돈 풀기를 통한 경기부양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일본은행 총재 교체와 맞물려 시장에선 일본이 미국과 유럽처럼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지만, 앞으로 5년간 일본은행을 이끌 우에다 후보자는 다른 설명을 내놓은 셈이다.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왼쪽)와 후임자로 내정된 우에다 전 심의위원(오른쪽). 교도=연합뉴스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왼쪽)와 후임자로 내정된 우에다 전 심의위원(오른쪽). 교도=연합뉴스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열린 일본 중의원 청문회에선 우에다 후보자는 “현재 일본은행의 금융정책은 적절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완화를 계속해 경제를 확실히 지지해 기업이 임금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에다 후보자가 이렇게 말한 배경엔 일본은행이 정한 물가 2% 달성이란 목표가 있다. 물가가 적당히 올라야 경기가 순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에다 후보자는 물가 목표와 관련해 “내년 중반까지 물가상승률이 2%를 하회한다”고 전망했다. 이날 발표된 지난 1월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4.2% 상승해 41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우에다 후보자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로 목표인 2%보다 높지만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으로, 물가 강세에 따른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은행이 지난 10년간 해온 금융정책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대규모 금융완화는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키지만 2% 물가 목표 실현에 필요한 적절한 수단”이라면서다.

일본 언제 금리 올릴까…우에다의 난제

우에다 가즈오 전 일본은행 심의위원. 연합뉴스

우에다 가즈오 전 일본은행 심의위원. 연합뉴스

그는 일본의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 ‘2% 물가 목표 실현이 예상되는 경우에 금융정책 정상화에 착수할 수 있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상당 기간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않을 거란 얘기기도 하다. 아베 전 총리 시절 물가 목표를 포함해 일본은행이 지난 2013년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을 개정할 필요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엔 “표현을 당분간 개정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구로다 총재가 해온 지난 10년간의 금융정책에 대한 검증에 대해선 “필요에 따라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10년간 장기 국채(10년물) 금리 상한선을 두고 금리가 올라갈 조짐이 보이면 대거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금리 상한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일본 경제는 저성장의 늪을 탈출하지 못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10년간(2013~2022년) 연평균 성장률이 0.5%에 그쳤다.

우에다는 국채 매입에 대해서도 “최대 목적은 지속적, 안정적 2% 물가 목표 달성”이라며 “2% 목표가 달성되는 경우 대량 국채 매입은 그만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적, 안정적으로 (물가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며 “여러 해 과제였던 물가 안정 달성이라는 미션을 5년간 총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우에다는 도쿄대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비슷한 시기 MIT에서 공부했다. 우에다의 일본은행 후보 지명 소식에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이 우에다를 지칭해 “일본의 버냉키”라며 “온화한 학문적 발언을 잘하지만 결단력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우에다는 오는 27일부터 이틀간 참의원 의원운영위원회에 참석해 또 한 번의 청문회를 하게 된다. 중의원과 참의원의 동의를 얻게 되면 전후 최초로 경제학자 출신의 일본은행 총재가 된다. 임기는 5년으로 오는 4월 9일 취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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