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차이나] 美·中 군사력 균형 뒤흔들 히든카드, 中 076형 강습상륙함이 온다(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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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형 항모에도 함재기로 탑재될 예정인 FC-31은 길이 17.3m, 폭 11.5m로 F-35보다 약간 더 크지만, 최대 이륙중량은 28톤으로 F-35보다 약간 더 가볍다. MIG-29나 JF-17에 탑재되는 러시아제 RD-93 엔진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WS-19 엔진이 2기 탑재되는데, 중국은 이 엔진을 탑재한 FC-31이 마하 1.8 이상의 속도 성능과 1,250km의 전투행동반경을 가져 전반적인 기동성이 F-35보다 우수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속도 성능과 전투행동반경은 미국의 라이트닝 캐리어가 탑재하는 F-35B보다 확실히 우위에 있고, 체급과 이함 방식을 고려했을 때 무장 탑재 능력 역시 F-35B보다 나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항모 함재기 FC-31 스텔스 전투기. [위키피디아]

중국 항모 함재기 FC-31 스텔스 전투기. [위키피디아]

정규항모와 경항모의 함재기가 동일하다는 것은 작전 운용 면에서 대단히 큰 이점을 가져다준다. 항모 간 크로스덱(Cross-deck), 즉 함재기 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003형 항모와 076형 강습상륙함은 동일한 사출기와 강제착함장치, 함재기를 갖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함재기 이동 배치 운용이 가능하다.

미국은 니미츠급 항모에서 F/A-18E/F와 F-35C를, 와스프급과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에서 F-35B를 운용하는데 이들은 함재기 이·착함 방식이 다르고 각 기종 간 항모 운용 인증(Aircraft carrier certification)을 받은 바 없기 때문에 크로스덱이 불가능하다.

니미츠급 항모와 라이트닝 캐리어인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이 함께 작전하는 상황에서 니미츠급 항모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니미츠급 항모의 F/A-18E/F나 F-35C는 아메리카급으로 대피해 임무를 지속할 수 없고 아메리카급 상륙함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아메리카급의 F-35B들이 니미츠급으로 옮겨갈 수 없다는 이야기다. 반면 003형과 076형은 함재기가 동일하고 지원 시스템도 같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피격당하거나 이·착함 기능을 상실했을 때 상호 보완이 가능하다.

076형의 MUM-T 능력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076형은 중국이 이미 운용 실험을 마친 중형 스텔스 무인 전투기 GJ-11을 탑재할 예정이다. GJ-11은 길이 12.2m, 폭 14.4m에 달하는 상당한 덩치의 무인기로 미국의 X-47B 무인기보다 대형인 무인기다. GJ-11의 최대 이륙중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유사 기종인 X-47B가 20톤급이라는 점, 076형의 엘리베이터 탑재 중량이 30톤급으로 설정됐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20~30톤급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투기는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무인 전투기로 1대의 FC-31에 여러 대를 편조(編造)해 MUM-T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

중국은 이 무인 전투기가 최대 4,000km까지 비행할 수 있고, 내부 무장창에 최소 2톤 이상의 무장을 탑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일반적인 유도폭탄부터 공대지·공대함·공대공 미사일 모두 탑재할 수 있고, 임무에 따라서는 전자전 시스템이나 미국의 MALD(Miniature Air-Launched Decoy)와 같은 공중 발사 미끼를 대량 투발할 수도 있다.

2019년 중국이 국경절을 맞아 공개한 GJ-11 ‘Sharp Sword’ 초음속 스텔스 무인기. [china-arms]

2019년 중국이 국경절을 맞아 공개한 GJ-11 ‘Sharp Sword’ 초음속 스텔스 무인기. [china-arms]

GJ-11은 수직미익이 없는 전익기 형상의 스텔스 기체로 레이더 반사 면적이 매우 작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이러한 스텔스 성능을 살려 FC-31 전방에 GJ-11을 배치하고, 대량의 미사일을 투발하는 교리를 만들어 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해군 항공단이 장기 과제로 추구하고 있는 교리가 미군보다 몇 년 앞서 중국에서 구현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이 여기서 조금만 더 욕심을 부린다면 003형 항모에 탑재되는 KJ-600 조기경보기도 탑재할 수 있다. 미국의 E-2D를 모방해 개발한 조기경보기인 KJ-600은 최근 개발이 거의 완료돼 육상 시설에서 이·착륙과 레이더 성능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기체는 최대이륙중량이 30톤인데, 연료를 갑판 위에서 주유할 경우 엘리베이터 이용이 가능해 076형에서도 충분히 운용이 가능하다. KJ-600이 개발에 참고한 미 해군 E-2D의 경우 TTNT(Tactical Targeting Network Terminal) 시스템을 이용해 다양한 아군 자산과 협동교전이 가능한데, KJ-600도 이와 유사한 협동교전시스템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076형에 KJ-600이 탑재될 경우 이 항공기는 공중에 떠 있는 레이더 기지이자 드론 작전 통제소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유인 전투기를 띄우지 않고도 대량의 GJ-11 무인 전투기를 통제해 항모 전방 1000~2000km 밖 표적에 대한 드론 물량 공세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같은 체급의 라이트닝 캐리어인 아메리카급과는 차원이 다른 작전 능력이다.

중국 첫 항모용 조기경보기 KJ-600. [중국 웨이보 캡처]

중국 첫 항모용 조기경보기 KJ-600. [중국 웨이보 캡처]

중국은 앞서 전력화한 3척의 075형을 순수 강습상륙함 용도로 사용하고, 최소 3척, 많으면 6척까지 건조될 예정인 076형을 강습상륙함 겸 경항모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말이 경(輕)항모지 배수량과 덩치는 프랑스 해군 중형 항모인 샤를 드골급보다 크기 때문에 중형(中型) 정규 항모로 분류하는 것이 맞다. 덩치는 대형 항모보다 작지만, 다량의 무인 전투기를 탑재해 MUM-T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이 항모의 작전 능력은 대형 정규 항모와 비교했을 때 지속 투사 능력이 떨어질 뿐, 순간 화력 집중 능력은 거의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오는 2035년까지 6척의 대형 정규 항공모함을 보유할 예정이다. 여기에 최소 3척, 최대 6척의 076형 강습상륙함까지 합류하게 되면, 서태평양 지역에서 미·중 양 진영의 해군력은 역전될 수도 있다. 미국의 제럴드 R. 포드급 신형 항공모함 취역 일정, 니미츠급 후기형들의 RCOH(Refueling and overhaul) 일정과 예산이 어떻게 편성되느냐에 따라 변수가 많지만, 미국은 2030년대 중반 12척의 항모와 10척의 강습상륙함을 보유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⅓은 정비, ⅓은 훈련 또는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즉각 투입 가능한 항모와 상륙함 전력은 많아야 각각 4척 안팎이다. 이 가운데 1~2척은 유럽과 중동 지역을 담당하기 때문에 서태평양 상시 배치 가능한 전력은 항모 2척과 상륙함 2척 정도인데, 이 전력만으로는 일본의 이즈모급 경항모 2척이 가세하더라도 중국과의 전력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

항모와 상륙함을 모두 합쳐 가용 전력을 탈탈 털어도 기껏해야 6척 정도인데, 12척 규모에 MUM-T까지 구사하는 중국항모전단이 작심하고 덤벼들면 제아무리 세계 1·3위의 해군력을 가진 미국과 일본이라도 당해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076형 강습상륙함은 서태평양 지역에서의 해군 군비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최근 국방비를 폭발적으로 증액하고 군비 증강 브레이크 해제를 선언한 일본에서는 벌써 이즈모급과 별개로 7만 톤 이상의 대형 항공모함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자유 진영의 일원으로 역할을 하라는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올해부터 중형 항모 추진 이야기가 군 안팎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 076형 강습상륙함. [liteye]

중국 076형 강습상륙함. [liteye]

일본은 이미 그 능력과 재원(財源), 의지가 충만하지만,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이 해군력을 대대적으로 확장하고 자유민주주의 동맹 진영 내에서 역할을 맡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미국은 다른 국가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지난 5년간 그랬던 것처럼 그 자리는 일본이 채울 것이며, 일본은 이 과정에서 정치적·외교적·군사적 영향력을 키우며 점점 더 강대해질 것이다.

전범국이라는 죄의식과 내부 반발로 군비 확충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일본이 ‘안미경중(安美經中)’을 외치며 반미·반일에 열을 올렸던 한국의 지난 정권 5년 동안 한국이 빠져나간 자리를 대신 채우며 군사적으로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라. 폭발적으로 군사력을 확장하며 우리나라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중국의 위협을 견제하고, 군사 대국화하며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넘볼 정도로 커진 일본에 큰소리치려면 망가진 한미동맹부터 수습하고 자유민주 진영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떠안아야 한다.

중국이 076형 강습상륙함을 선보이고 서태평양의 군사적 균형을 뒤흔들려는 지금, 미국의 군사적 부담을 덜어주고 진영 내에서 한국의 위상을 제고하려면 해군력 강화와 항모 보유는 한시가 시급한 과제다. 이제 막 조립을 시작한 076형이 그 형태를 온전히 갖추기 전에 국가 차원의 결단과 계획 수립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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