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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지율 하락은 與전대탓"…이 데이터 보면 틀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체포동의안 국회 보고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체포동의안 국회 보고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이탈 중인가. 아니면 여론조사 수치만 낮게 나온 걸까.

최근 실시된 전화면접 방식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일제히 빠진 것을 두고 정치권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ㆍ케이스탯리서치ㆍ코리아리서치ㆍ한국리서치 등 4개사의 전국지표조사(NBS, 13~15일)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6%로 국민의힘(39%)에 13%포인트 뒤처졌다. 한국갤럽(13~16일) 조사에서도 민주당은 30%, 국민의힘은 37%로 7%포인트 격차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문진석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국민의힘 전당대회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배포자료 등을 통해 보수층이 과다표집된 걸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꼽았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박시영 민주당 정치혁신위원도 지난 22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약간 착시 효과가 있다. 전당대회 효과로 추정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힘을 보탰다.

①컨벤션 효과 실체 있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체포동의안 국회 보고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체포동의안 국회 보고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지지율이 추세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중이어서 소위 컨벤션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문 위원장도 “무당층으로 빠졌던 2030 남성이 천하람 효과로 국민의힘 측으로 많이 돌아선 결과가 나온다”며 컨벤션 효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2030의 지지율 상승을 컨벤션 효과로 돌리는 건 논리 비약”이란 지적이 나온다. 전당대회가 열리기 전(12월 3주차)과 최근(2월 3주차) NBS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20대는 25%→24%, 30대는 33%→29%로 외려 떨어졌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갤럽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대에서 25%→21%, 30대에서 30%→25%로 떨어졌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응답률이 떨어지는 ARS와 달리 전화면접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조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응답자가 주변의 정치·사회 분위기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며 “설사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1~2%포인트 이내로 추정하기 때문에 민주당의 핑계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②보수층 응답률 증가가 착시?

이 대표는 23일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의힘) 열성 지지자들이 전화를 많이 받지 않나”라고 말했다. 문 위원장도 지난 21일 “최근 조사 흐름 자체가 보수 과표집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 조사는 저희가 많이 진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실제 2월 3주차 NBS조사에서 본인의 정치성향이 보수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327명으로 진보 응답자(247명)보다 많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반론도 제기된다. 민주당 지지율이 앞설 때는 진보층 응답이 많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33%로 국민의힘(30%)을 3%포인트 앞섰던 지난해 11월 3주차 NBS 조사의 경우, 진보 응답자는 295명, 보수 응답자는 275명이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우리 지지층은 응답을 안 하고 저쪽만 응답한다는 논리는 그냥 ‘우리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얘기와 같다”며 “고정적인 지지층이 있다면서 그 사람들만 여론조사에 안 나왔다고 하는데, 그걸 과연 고정 지지층이라고 볼 수 있나”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3선 의원도 “보수가 과표집된 게 아니라 유권자 의견이 보수 성향으로 바뀐 것”이라고 평가했다.

③이재명 리스크는 없다?

여론조사 결과를 둘러싼 논란은 결국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인정하느냐와 직결돼 있다. 친명계 핵심인 박찬대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이명박·박근혜 집권 1년 차 때 지지율에 비하면 지금 민주당 지지율이 두 배”라며 “이재명 리스크에 따른 지지율 급락이라고는 해석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양당 지지율이 갑자기 벌어진 시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1월 28일 이재명 대표가 중앙지검에 출석하고, 2월 10일 재출석하고 16일엔 검찰이 구속영장을 쳤다”며 “그 사이 민주당 지지율이 빠진 건 객관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도 “지금 여러 조사에서 공통으로 지지율 하락이 나타나는데도 변명하는 모습은, 마치 폐암 환자가 청진기가 잘못됐다고 우기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관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1월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관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1월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한편 민주당 지도부는 23일 발표된 리얼미터·미디어트리뷴 조사(21~22일·ARS)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높게 나온 결과를 언급하며 “지지율이 다시 올라오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자동응답(ARS) 방식의 해당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45.7%, 국민의힘은 40.9%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ARS 조사로 전화면접 조사를 반박하는 건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한국통계학회장을 지낸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는 “전화면접조사에선 응답률이 20%에 달하지만, ARS는 턱없이 모자란다”며 “지지율 증감을 얘기하려면 전화면접 조사끼리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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