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과 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오른쪽), 김은혜 홍보수석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노조 회계' 공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조합의 일탈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공기업 노조가 노조 활동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조합원을 회사 측이 해고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단체협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은 24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전력ㆍ한전기술ㆍ한국원자력연료 및 발전 6사(동서발전ㆍ남동발전ㆍ중부발전ㆍ남부발전ㆍ서부발전ㆍ한국수력원자력)로부터 노조현황 및 단체협약서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일부 독소조항이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한 의원에 따르면 한국전력 노조는 단협 제27조 ‘퇴직 및 해고’ 조항에 형사상 범죄로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이 확정됐을 때 공사가 조합원을 퇴직 및 해고할 수 있다고 명시하면서 ‘다만,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으로 인한 경우에는 예외로 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범죄를 저질러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더라도, 해당 범죄가 노조 활동에 따른 것이라면 사측이 조합원을 해고할 수 없게 한 것이다. 남동발전도 단협 제41조에 같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현호 변호사는 “공기업 직원은 공무원에 준하는데, 공무원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해임된다”며 “해당 조항은 상식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관 및 모법과도 상충한다”고 지적했다.
직원 개인의 노조 가입과 탈퇴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한국전력은 단협 제4조에 ‘조합원은 입사하는 날로부터 조합에 가입된 것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공사는 조합원이 임의로 조합을 탈퇴한 경우 조합이 필요한 조치를 요청할 때 노사협의를 거쳐 적절히 처리한다’고 명시돼 있다. 신입사원은 입사와 동시에 노조에 자동 가입되고, 직원이 노조를 탈퇴할 경우 노조의 요청에 따라 회사가 해당 직원을 해고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는 근로자의 노조가입을 강제하는 ‘유니언 숍(Union shop)’ 제도를 채택한 것인데, 근로자의 단결권을 보장한다는 목적이지만 노조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논란이 돼왔다. 한국전력 외에도 한전기술, 서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도 유니언 숍 규정을 도입하고 있다.

20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노조활동 부당개입, 노조탄압 규탄 민주노총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전기술은 노조원이 비전임(비상근) 노조 간부로 일할 경우 노조 활동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간주토록 하는 단체협약을 맺었다. 대법원은 2016년 비전임 노조 간부의 노조 활동을 시간제한 없이 근무시간으로 인정하는 단체협약은 위법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노조가 공사 측 인사 결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한 경우도 있었다. 한국전력과 한수원은 ‘회사가 업무 수행상 조합원의 이동을 행할 때는 그 취지 및 범위를 사전에 조합과 협의한다’고 단협에 명시했다.
공기업 노조의 이런 조항에 대해 한무경 의원은 “공기업에 입사하자마자 신입사원들은 노조 가입을 강요받고, 탈퇴의 자유도 박탈된다”며 “과거 노동권이 약했을 때는 그런 조항들이 의미가 있었지만, 이제는 강성노조의 억압 속에서 직원들이 자유로워질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