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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사단’ 검사들, 50억 클럽 수사 언제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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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성탁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성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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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어떤 사건 수사할 때는 박수 치시고 잘하고 있다고 하시던 분들이 이젠 ‘정치 검찰’이라 하시니 마음이 안 좋습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압수수색을 위해 지난해 10월 민주당사에서 의원들과 대치하던 한 검사의 말이다. 이 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팀장을 맡은 2016년 국정농단 사건 특검팀의 일원이었다. 한때 자신들을 ‘정의로운 검사’로 치켜세우던 민주당 의원들의 달라진 태도를 원망하는 반응이었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관련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관련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비슷한 말을 했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강한 적개심을 갖고 있다”고 하자 한 장관은 “제 검사 인생의 화양연화(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절)는 문재인 정권 초반기 (박근혜 정부 관련) 수사들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당시에 저를 굉장히 응원하고 지지해 준 것으로 기억한다”며 “전 그때와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한때 이른바 ‘윤석열 사단’ 검사들을 응원했던 게 사실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이 대표적이고 이후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까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정부 핵심 인사들을 수사하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하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이후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후보로 대선에서 승리했고, 한직으로 쫓겨났던 측근 검사들도 정부와 검찰 요직에 포진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가 장기간 진행 중이라 이제 양측은 사사건건 갈등하고 있다.

과거 '살아있는 권력' 수사 평가
박영수 등 '검찰식구' 수사 부진
'윤 정부 검사'로 남는 일 없어야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관련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이 대표는 “대선에서 패배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 장관은 “대선에서 이겼으면 권력을 동원해 사건을 못하게 뭉갰을 것이란 말로 들린다”고 맞받았다. 이 대표가 대선 승자였다면 수사가 지금 같은 속도와 규모로 진행되기 어려웠을 거라는 데 동의한다. 문 정부에서 관련 수사가 지지부진했고, 인사권을 통한 검찰 장악이 역대 정권에서 반복돼 오지 않았나. 이 대표와 민주당이 반발하더라도 제기된 의혹에 대한 수사는 피할 수 없고, 법정에서 판가름나게 돼 있다.

 제1야당 대표와 관련된 여러 건의 수사는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주로 특수통인 이들을 이끌었던 윤 대통령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2003~2004년 노무현·이회창 캠프의 불법 대선 자금을 파헤쳤다. 2013년 당시엔 청와대가 원치 않던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했다. 국회 법사위 국감에서 상관인 서울중앙지검장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가 징계를 받고 좌천됐었다. 윤 대통령과 측근 검사들에 대해선 진영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지만, 이런 전력은 집권의 밑거름이었을 것이다.

 검찰의 역할에 충실해 왔다고 강조하는 현 정부 요직 검사들에게는 이제 다른 숙제가 주어지고 있다. 대장동 의혹 관련 이른바 ‘50억 클럽’ 수사다. 이 의혹에는 김수남 전 검찰총장, 박영수 전 국정농단 특검, 곽상도·최재경 전 민정수석, 권순일 전 대법관 등 검찰과 사법부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이 등장한다. 윤 대통령과 측근 검사들이 과거 수사를 같이했거나, 친밀한 관계였던 이들이 많다. 최근 곽 전 의원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에 비난이 쇄도하면서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JTBC가 최근 공개한 김만배씨 등의 육성에는 “곽상도는 고문료로는 안 되지” “다른 사람보다 아들한테”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50억 클럽으로 거론된 인사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50억씩 줄 때 총액을 계산하는 육성도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검찰이 이들을 어떻게 수사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이 대표나 기업 관련 사건에선 압수수색 소식이 줄을 잇는데, 누가 들어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 보도돼도 이들과 관련해선 어떤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감감무소식이다.

 살아있는 권력에 도전했던 검사들이라면 검찰 출신, 더욱이 인연이 있는 인사들에 대해선 더욱 엄밀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윤 대통령은 과거 국회에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은 국정 최고책임자 자리에 있다. 민주당사 압수수색에 나섰던 검사는 “과거 당사 압수수색이 무산된 적도 많다”는 주장에 “저희는 안 그러고 싶다. 선배들과는 다르고 싶다”고 대답했다. 현 정부 실세 검사들이 이 의혹의 실체를 밝히지 못한다면 그들이 비판하는 선배들처럼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검사’로 기억될 것이다. 50억 클럽 관련해선 이미 특검법이 발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