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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주한 대사 31명 전쟁1년 특별기고

“우리는 끝까지 우크라이나와 함께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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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년 전 오늘 러시아군 탱크들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물밀듯이 쳐들어와 민간인을 향해 포탄을 떨어뜨렸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기 위한 러시아군의 침략이 그날 시작됐다. 많은 이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해외로 도피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저항이 사그라지는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예측했다.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1년이 지난 오늘 우크라이나는 거세게 반격해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영토의 절반 이상을 되찾았다. 침략자를 완전히 물리칠 때까지 그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함께할 것이다.

러, 국제질서에 기반한 규칙 파괴
자유·정의·법치 질서 함께 지켜야
모두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평화

주한 대사 31명 전쟁1년 특별기고

주한 대사 31명 전쟁1년 특별기고

러시아의 침략 전쟁은 단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만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국가에서 평화와 번영을 추구할 수 있도록 허용된 국제 질서에 기반을 둔 규칙에 대한 공격이었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정의·자유를 위해 분연히 일어나고, 자유와 법치의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해 함께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해야 한다.

대한민국과 공유하는 이런 자랑스러운 가치들은 충분히 보호돼야 한다.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으킨 전쟁을 단호하게 반대하는 대다수 유엔 회원국들의 연대에 동참하고, 러시아에 전쟁 중단과 철수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유엔우크라이나조사위원회’의 2022년 10월 보고서에 이번 전쟁의 끔찍한 단면이 드러났다. 잔혹 행위와 인권 침해 및 남용에 대한 러시아의 책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과 병원 및 기타 민간 인프라에 대한 야만적인 공격도 포함된다. 민간인을 공격하는 행위는 전쟁 범죄이기에 우리는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앗아갔다. 러시아는 이 전쟁에서 절대 승리할 수 없을 것이다. 명분 없고 불법적인 침략을 아무리 명예롭고 영웅적인 것으로 묘사하더라도 진실은 점점 더 분명해진다. 주권국인 이웃을 침략한 푸틴의 선택은 중대한 계산 착오다. 코너에 몰린 러시아군 지도부는 훈련된 전투기와 효과적인 리더십 대신 수많은 러시아인을 강제 징집해 열악한 훈련·장비·지도력으로 계속 사지로 내몰고 있다. 러시아의 침략은 우크라이나의 안보·민주주의·자유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이다. 그러나 전쟁은 우크라이나만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난한 나라를 포함한 세계 식량 공급 문제를 야기했고, 에너지 공급과 경제 안보를 위협했다.

국제사회는 독재적인 불량배들이 단지 강하다는 이유로 이웃을 강요하거나 침략하는 행위를 용인하면 안 된다. 국제 사회는 강압 때문에 국경이 결정되는 상황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역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전쟁의 트라우마는 여러 세대로 이어진다. 그것이 우리가 국제법에 따라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계속 협력하는 이유다. 유엔 헌장 수호를 위해 유엔 총회에서 원칙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도 포함한다.

러시아의 잔혹하고 전면적인 침략이 시작된 이래로 세계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놀라운 힘과 용기를 목격했다. 러시아의 맹공에 맞서 우크라이나는 유엔 헌장에 따라 자위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단호하고 성공적이었지만 사람과 자원이 크게 희생됐다.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방어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가장 빠르고 유일한 길이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 역내 최대 규모 난민에 대한 지원도 포함한다.

러시아의 침략으로 우크라이나에 가해진 억압에도 우크라이나 국민은 엄청난 고통 속에서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줬다. 우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고무적인 리더십에 따라 조국을 수호하며 놀라운 헌신·용기·결단력을 보여준 우크라이나 국민과 군에 경의를 표한다. 우크라이나는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 동맹국을 선택할 권리와 국경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 자국민의 평화로운 미래를 확보해야 한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무적인 용기가 궁극적으로 폭정을 물리치고 우크라이나의 주권, 영토 보전 및 독립을 보호할 것임을 알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원하고 우리가 모두 원하는 것은 바로 평화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주한 영국·미국·EU·호주·캐나다·뉴질랜드·노르웨이 대사와, 주한 EU 24개 회원국 대사 등 31명 공동 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