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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수 의협회장 "의사 늘린다고 소아과 가겠나…수가부터 올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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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이필수 의협회장이 22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필수 의협회장이 22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간호법안·의사면허 취소법안에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 논란 등으로 위기에 처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투쟁 모드로 전환했고,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10만명 참여 목표)를 연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2시간 만났다.

한해 3200명 의사 늘고 인구 주는데 의사 늘리면 15년 후 과잉 #필수분야 열악한 환경을 먼저 개선하는 게 소아과 부족 해결책 #간호법 '지역사회' 간호 조항,무면허 의료로 갈 위험성 배제 못해 #성범죄·살인죄 의사면허취소 당연,우발폭행·교통사고는 제외해야 #

 이 회장은 언행이 매우 신중하고 꼼꼼하다. 인터뷰 준비가 철저했다. 사전 질의서를 보냈더니 16페이지 답변서를 보내왔다. 또 이날 회의용 탁자에 답변에 필요한 서류가 가득했다. 수술 수가 국제 비교 등의 그래프 패널 7개를 준비했다. 간호법안은 간호사의 권리 보장, 인권침해 금지, 일·가정 양립 지원, 정부·지자체의 지원 등을 담고 있다. 의사면허 취소법은 의료법 개정안을 말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주도해 지난 9일 본회의 직회부를 결정했다. 두 법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일명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간호법안부터 물었다. 의협은 "간호사의 단독개원으로 가는 지름길이 간호법안"이라고 의심한다. (중앙일보는 간호법이나 의사 정원 문제에서 이 회장과 반대 주장을 하는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과 신영석 한국보건행정학회장을 이미 인터뷰한 바 있다.)

 간호법 시행하면 의료체계 무너질 것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단독개원 조항이 없다던데. 〈중앙일보 2월 2일자 16면 보도〉
의료법에 간호사 업무를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명확하게 규정한다. 의료기관 내 간호사의 역할을 규정한 것이다. 간호법에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는 부분이 있다. '지역사회' 문구가 의심스럽다. 이를 근거로 의사의 지도·감독에서 벗어나서 별도의 의료행위(무면허 의료)를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간호법이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는데, 과한 우려 아닌가.
간호법을 반대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에는 의협 외 12개 단체가 들어와 있다. 이들이 한 목소리로 반대하는 이유가 있다. 간호사가 보건의료정보관리사의 진단명·코드 입력 업무, 초음파·혈액검사·심전도검사 등 임상병리사·방사선사의 업무, 요양원에서의 간호조무사 일자리 등을 잠식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그렇다고 의료체계가 무너질까.
간호법이 만들어지면 한의사·치과의사·물리치료사·의료기사 등이 별도 법률을 만드려 들 것이다. 물리치료사법을 만들어 단독개업을 주장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내세울 것이고, 그러면 이해 충돌이 발생해 협업체계가 무너질 것이다.

 이 회장은 "간호법안에서 처우 개선(21~24조)을 주장하는데, 코로나19 때 간호사만 고생한 게 아니지 않으냐. 정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면 의료법이나 보건의료인력지원법으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으로 구성된 보건복지 의료연대 구성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 강행처리 규탄 총력투쟁 선포식을 열고 있다. 뉴스1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으로 구성된 보건복지 의료연대 구성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 강행처리 규탄 총력투쟁 선포식을 열고 있다. 뉴스1

 의료 관련 범죄만 면허취소 적용해야

 일선 의사들은 의료면허취소법을 더 걱정한다. 의사가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고 집행이 끝난 후 5년 더 면허가 취소된다.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유예기간이 종료한 후 2년 더 취소된다. 현행 의료법은 진단서 허위발급, 업무상 비밀 누설, 응급의료법·마약류관리법 등 의료관계 법령 위반자만 취소한다. 의사면허취소법은 범죄 종류와 무관하게 취소하고 기간이 더 길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어떤 문제가 있나.
살인·강도 같은 중범죄, 성범죄, 대리수술, 사체 유기, 의료행위 중 성폭행 등을 저지른 의사는 우리가 용납하지 않는다. 다만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무심코 교통사고를 내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고 우발적으로 폭력에 휘말릴 수 있다. 이런 범죄까지 다 면허를 취소하는 건 지나치다.
변호사·공인회계사 등도 모든 범죄에 적용한다.  
변호사와 의사는 달리봐야 한다는 게 헌법재판소의 2019년 5월 결정(2018헌마267)이다. 헌재는 '변호사는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여 직무의 공공성이 강조되고, 독점적 지위가 법률 사무 전반에 영향을 미치므로 직무 관련 범죄로 제한하지 않아도 차별이라고 할 수 없다. 의사는 직무 범위가 전문 영역으로 제한되고, 의무도 그 영역 범위로 제한된다'고 결정했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할까.
그건 내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
두 법안이 의협 반대와 달리 시행되면 집단휴진 할 건가.
그건 비대위원장이 판단할 문제다. 나는 소통과 협상을 중요하게 여긴다. 
정부 대화채널인 의료현안협의체를 중단했는데. 
사태가 진정되면 의료계 지도자와 논의해서 합리적으로 풀어나가겠다. 

의사부족 보사연 보고서,가정에 잘못 

의사가 부족하다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의 외래진료 횟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아 의료 접근성이 좋다. 인구 1000만명 넘는 나라 중 치료가능 사망률이 가장 낮다. 의사가 부족하면 의료 질 지표가 이렇게 잘 나올 수 없다.
보건사회연구원은 2035년 2만7000명의 의사가 부족할 거라는데.
보사연의 가정이 잘못됐다. 의사의 연간 근무일을 226일로 잡았는데, 의협신문 조사는 246일이다. 근무일수를 8.8% 작게 잡으니 의사 수요가 더 나올 수밖에 없다. 인구가 주는데도 의사는 매년 3200명씩 배출돼 활동 의사가 늘어나는 점을 봐달라. 인구 1000명당 의사 1명 늘리면 의료재정 지출 22% 는다는 건보공단 분석도 봐달라.
인구는 줄지만 의료수요가 높은 고령인구는 급증하는데.
내년에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가정하면 내년 입학생이 2038년(의대 6년+레지던트 5년+군의관 3년)에 배출된다. 그 때는 인구 1000명당 의사가 OECD 평균을 넘어 의사 과잉이 될 수 있다.

 보사연 신영석 박사(한국보건행정학회 회장)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초고령 노인 증가에 따라 2040년대 초반까지는 의료 수요가 늘고, 그 후 감소한다"고 전망한 바 있다.〈중앙일보 1월 20일자 22,23면 보도〉

우선 의대 정원을 늘렸다가 줄이면 되지 않나.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2020년 의료계 파업이 있었다. 코로나19가 안정되면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증원 여부를 두고 원점에서 논의해서 풀어나가야 할 문제이다.

뇌종양 수술 수가 일본의 16% 불과 

소아과·산부인과·흉부외과·응급실 의사, 비수도권의 의사가 부족하다. 의대정원을 늘리면 해결된다는데.
터무니 없는 주장이다. 의사 총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필수의료 분야에 몸 담으려는 의사가 줄고, 기존 의사도 버틸 수 없어 포기하는 게 문제다. 아무리 의사를 늘려도 근본 문제를 방치하면 필수의료 의사는 계속 부족할 거다. 의대정원 증원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근본 문제가 뭔가.
일본의 두개골내 뇌종양 적출수술 수가가 1581만원, 한국은 245만원(일본의 15.5%)이다. 뇌동맥류 경부 결찰술은 일본 1140만원, 한국 242만원(21.2%)이다.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가 형편없이 낮다. 그러니 대학병원이 투자하지 않는다. 비전이 없으니 전공의가 지원하지 않고, 전문의 업무 부담이 올라가고, 그래서 떠난다. 수가 타령을 하는 게 아니라 비정상적 수가를 정상화해달라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필수의료 분야는 의료사고가 많다. 불가항력적 사고의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필수의료 특례법이 있어야 한다. 이게 수가보다 더 급하다. 의사 이기주의가 절대 아니다. 피부과·안과·성형외과·정신건강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가 필수의료 분야보다 월급이 많다. 월급은 적고 일은 많고 의료사고도 많고 구속되는 경우가 많은데 누가 가겠느냐.
수가를 대폭 올리고 특례법을 만들면 갈까.
그리 해본 적이 없다. 우선 해놓고 얘기하자. 다른 데를 줄여서 수가를 올리지 말고 반드시 순증해야 한다. 건강보험 국고 지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재정 투자를 늘리면 된다. 대형병원이 수가 인상분이나 흑자를 필수분야 의사 채용에 써야 한다. 대형병원이 수도권에 5000개 병상의 분원을 설립 중인데, 이건 잘못된 것이다. 지방 의료인력을 빨아들여 의료를 왜곡시킬 것이다.
이필수 의협회장이 2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면서 수가 비교 패널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230222

이필수 의협회장이 2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면서 수가 비교 패널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230222

저부담·저급여·저수가→적정체제로  

 이 회장은 "지역의 부족한 의사는 시니어 의사 재배치로 풀자"고 제안한다. 그는 "개업원장 오래하면 힘들다. 한 해 3000명의 의사가 60세가 된다. 산부인과 전문병원 의사도 은퇴한다. 이런 경험 많은 의사를 취약지역에 갈 수 있게 대대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정부가 이런 플랫폼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정부의 건보 보장성 강화(일명 문재인 케어)를 어떻게 보나.
취지는 좋지만 이보다 지속가능성이 더 중요하다. 지나치게 선심성으로 가면 안 된다. 한 번 넓히면 되돌리기 힘들다.
현 정부는 필수분야에 집중 투자한다는데.
방향에 동의한다. 건보 재정은 한정적이다. 우선순위를 정해서 집중해야 한다. 이 참에 3저(저부담-저급여-저수가) 체제를 되돌아봐야 한다. 이제는 솔직해져야 한다. 적정부담-적정급여-적정수가로 가야 한다.
정부의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를 보면 병원급 의사의 연소득이 2억3690만원(2020년)으로 나온다. 적지 않아 보이는데. 
그건 세전 소득 기준이다. 세후에는 1억 5000만~1억 6000만원이다. 의사는 오래 공부한다(의대·전공의·군복무 14년). 필수의료 분야 의사는 의료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게다가 다른 전문직도 그동안 많이 올라갔다.

☞◇이필수(61)=전남대 의대를 나온 흉부외과 전문의. 전남 나주시 의사회장, 전라남도의사회장(연임), 의협 부회장을 거쳤다. 지난 총선 때 의협 내 총선기획단장을 맡았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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