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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챗봇에서 본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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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박성훈 기자 중앙일보 베이징특파원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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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챗GPT는 사용 불가능 국가로 나온다. 스마트폰으로 인증 번호를 받아 입력해야 하는데 중국 폰으로는 안 된다. 한국 번호를 빌릴 수밖에 없었다. 챗GPT에 가입한 건 중국 챗봇의 응답과 비교해보기 위해서였다. 지난 9일 중국 최초의 챗봇 ‘위안위’(元語·ChatYuan)가 출시 6일 만인 돌연 서비스를 중단했다. 무슨 답변이 정부의 심기를 거슬렀을까. SNS엔 챗위안의 캡처 답변이 부스러기처럼 흩어져 있다.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한 질문에 챗위안은 “투자 부족과 부동산 버블, 환경 오염, 기업 효율성 저하 등의 문제가 있으며 중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중국 정부나 언론에서 비관적 경제 전망은 금기어다. 여론을 흔들고 정권에 대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은 침략 전쟁”이라고 했고, 특히 시진핑 주석 장기집권(연임)에 대한 평가를 묻자 “질문에 규칙을 위반하는 용어가 포함돼 있다. 다시 입력해 달라”고 떴다.

챗위안 대화창에 ‘시진핑’을 입력하면 “규정에 위반된 단어다. 다시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챗위안 APP 캡처]

챗위안 대화창에 ‘시진핑’을 입력하면 “규정에 위반된 단어다. 다시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챗위안 APP 캡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중국 정부는 ‘사태’나 ‘분쟁’이란 표현을 쓴다. 러시아의 침략이라고 말했다간 공무원 자리를 내놔야 할지도 모른다. 시 주석에 대한 평가는 현지인들과 대화에선 언감생심 꺼내기 어렵다. 그런 질문을 했다간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짐)를 경험하기 마련이다.

같은 질문을 챗GPT에 던져봤다. 꽤 중립적으로 답변한다는 인상이다. “경기 침체, 과도한 부채, 수출입 불균형 등으로 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AI 언어모델로서 개인 의견을 제공할 순 없지만 러시아의 군사 행동이 침략 전쟁에 해당한다는 견해가 널리 퍼져 있다.” 시 주석에 대한 답변은 정중하지만 날카롭다. “시진핑의 장기 집권은 중국의 정치적인 안정과 국내외 경제 발전에 영향을 미쳤으며 중국 인민의 자유와 민주성에 문제를 던진다.”

지난 21일 중국 푸단대 자연언어처리실험실이 두 번째 챗봇 ‘MOSS’를 공개했다 하루 만에 문을 닫았다. 3월엔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가 차세대 AI언어모델 ‘원신이옌(文心一言)’을 출시한다.

네티즌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AI는 정치적 시험을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중국은 챗봇을 가지더라도 검열로 왜곡되는 AI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개방형 AI가 나오면 프로그래머보다 더 많은 콘텐트 검열 직원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AI 챗봇이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중국을 보면서 위안이 된다. AI보다 ‘창의적으로’ 검열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중국이란 나라가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