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가 됐지만,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볼 순 없다. 기관투자가 또는 소액주주가 힘을 모으면 상황은 뒤집힐 수 있다. 다음 달 31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터’가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가 중요해졌다.
하이브는 지난 22일 약속한 날짜(3월 6일)보다 앞당겨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 지분 14.80%(352만3420주)를 4228억원에 확보했다. 이수만의 남은 지분(3.65%) 등을 합치면 약 18% 확보했다. 이는 경영권 행사하기엔 부족하다. 투자업계에서는 SM을 연결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적어도 지분 30%는 필요하다고 본다.
하이브는 공개매수가를 12만원에서 상향 조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하이브가 공개매수로 SM 지분을 얼마나 추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SM 주가는 한때 13만원까지 치솟았고, 23일엔 12만6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하이브가 계산한 공개매수 자금은 약 7000억원. 이를 위해 계열사에서 단기 차입한 자금은 3200억원이다. 공개매수가를 14만원으로 올릴 경우 필요 자금이 9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SM 인수에 성공한다고 해도 부채에 허덕이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
자금력이 넉넉한 쪽은 카카오다. 만약 카카오가 공개매수가를 14만원대로 올려 역공에 나설 경우 판세는 뒤집힐 수 있다. 카카오는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에서 1조154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충분한 실탄을 갖추고 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사우디 국부펀드(PIF)로부터 유치한 투자금 중 1차 잔금 8975억원이 곧 유입된다”며 “기존에 받은 투자금 5627억원을 합치면 총 1조4602억원의 투자 활용 자금을 확보하게 되며, 이를 활용할 경우 공개매수 단가는 주당 최대 14만1000원”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 SM 경영권 분쟁의 향방은 다음 달 31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정해진다. SM의 기존 이사진은 모두 물러난다. 하지만 SM이 제안한 사내이사 후보에 대해 하이브는 해당 후보들에게 반대표를 던질 예정이다. 하이브와 이수만의 보유 지분은 18% 정도.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민연금공단(8.96%), KB자산운용(5.12%), 컴투스(4.20%)가 가진 지분 역시 18%로 만만치 않다.
캐스팅보트를 쥔 기관투자가의 표심은 안갯속이다. 이 중에서 국민연금과 KB자산운용은 과거 이수만에게 반기를 든 전력이 있어 반(反)이수만 세력으로 분류돼 왔다. 지난해 주총에서 이수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곽준호 감사 후보에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로 컴투스는 이수만 측 우호 지분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들 모두 “과거 결정과 앞으로 행보는 무관하다”며 중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수익률을 고려한 결정일 뿐 특정 세력의 우호 또는 반대 지분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송재준 컴투스 대표는 지난 10일 콘퍼런스콜에서 “주주 이익과 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소액주주(1% 미만 보유·5만2139명)의 표심이 더욱 소중해졌다.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하이브는 “SM의 지배구조를 개선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SM 현 경영진은 “SM 아티스트가 뒷전으로 밀리며 주가가 내려갈 것”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SM과 하이브 경영진은 모두 의결권 수거 대행업체를 통해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