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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북핵 해결 꼬이게 하는 푸틴의 위험한 핵 언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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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모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모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우크라이나 전쟁 1년, 국제 핵 규범 흔들어

바뀐 현실에 맞는 북핵 및 도발 대책 필요

무고한 민간인을 포함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우크라이나 전쟁이 오늘 1년을 맞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맞서 미국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및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자유 진영이 연대하면서 예측불허 국면이 장기화하고 있다. 반인도적이고 백해무익한 침략 전쟁의 조기 종식을 촉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반도에 끼친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러시아가 이번 전쟁을 계기로 기존의 글로벌 핵 규범과 질서를 뒤흔드는 상황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북한의 핵무장이 속도를 내는 와중에 국제사회의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동안 무책임한 언동을 계속 보여줬다. 전황이 불리해질 때마다 핵 사용으로 세계를 겁박했고, 급기야 지난 21일 국정연설에서는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감축을 위해 2010년 4월 체결한 군축 합의가 위기를 맞았다.

앞으로 러시아를 필두로 핵 보유 강대국들이 경쟁적으로 핵실험을 재개하면 국제사회의 비확산 체계는 무너질 우려가 커진다. 미국 국방부 보고서는 핵무기 200여 기를 보유한 중국이 핵무기를 증강해 2030년에는 핵탄두 보유량이 10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의 군사 팽창주의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군비 경쟁을 자극하고 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은 국제 환경을 크게 바꿔놓았다. 이런 변화는 북한 비핵화 목표를 점점 어렵게 하고 있다. 핵 도발 대비도 달라진 환경에 맞게 철저히 재정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방 전략과 군의 대비 태세를 빈틈없이 점검하는 일이다. 지난 5년간 거짓 평화 공세에 현혹돼 흐릿해진 안보 의식부터 다잡아야 한다. 70주년을 맞은 한·미 동맹을 복원·강화하고 연합 훈련을 정례화해야 한다. 특히 한·미 국방부 장관이 합의한 대로 북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확장 억제 공동 기획과 공동 실행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한·미·일 안보 협력 및 연합 훈련을 통해 북·중·러 밀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강제징용 문제 등 한·일 현안도 속도감 있게 풀어야 한다.

달라진 상황에서 북한이 ICBM을 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는 공공연히 북한을 두둔한다. 이 때문에 유엔 결의안 위반에 따른 추가 제재는커녕 유엔 의장성명조차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하면 속수무책이 될 우려가 있다. 정부는 이런 심각한 현실을 직시하고 비상한 대응 카드 마련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