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재명 “법치의 탈 쓴 사냥” 한동훈 “판사 앞에서 얘기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전국정당위원회 발대식 및 2기 협력의원단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전국정당위원회 발대식 및 2기 협력의원단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27일)을 나흘 앞두고 검찰이 제기한 혐의를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이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판사 앞에서 얘기하라고 맞받았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장동 개발과 성남FC 관련 사건은 수년 전 벌어진 일”이라며 “사건은 바뀐 게 없는데 대통령과 검사가 바뀌니 판단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장을 보면 ‘이재명이 돈 받았다’거나 ‘돈을 받았을 것’이란 내용이 하나도 없다”며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난 걸 다시 뒤집어, 검찰에 포획된 사람들을 이용해 번복 진술을 만들어냈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을 45분이나 이어가며 “(영장 내용은) 판사를 설득하기 위한 게 아니라 대국민 선전문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검찰을 성토했다. 또 “정말 어처구니없는 건 ‘야당 대표라서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구속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면 대통령 부인은 어떻게 되느냐. 구속해야 할 이유가 더 커지느냐”고 반문했다.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사냥이 일상화되고 있다”며 검찰을 거듭 직격한 이 대표는 2차 영장 청구와 기소 상황에 대해선 “가정적 상황에 대한 질문이어서 지금 말씀드리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기소 이후 당 대표직 수행과 관련해 “경기지사 때 2년 동안 재판에 시달렸지만, 경기 도정은 꼴찌 평가에서 1등 평가로 바뀌었다”며 대표직 유지 의사를 나타냈다. ‘체포안 부결 후 대표직이나 공천권을 내려놓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당 안팎 요구에 대해서도 “당이나 정치 세계에는 생각이 다른 사람이 많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가 당에 부담이 되고 총선까지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냐’는 질문엔 “오랑캐가 불법적 침략을 계속하면 열심히 싸워서 격퇴해야 한다”며 기소되더라도 총선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야권 일각에선 쓴소리도 나왔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C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억울하면 체포동의안 표결에 목맬 필요가 없다. 영장실질심사를 한 번 받으라”고 말했다. 또 “꽤 많은 의원이 고민 중인 것 같아 (체포안) 부결을 단정하기에는 좀 일러 보인다”고 전망했다.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이번엔 부결시키되 당 대표의 결단을 요구하자는 당내 그룹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의원총회에서 설훈 의원이 “부결 후 이 대표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이라며 ‘행동’을 언급한 것도 “의원들끼리는 대표직 사퇴로 해석한다”고 덧붙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말처럼 다 조작이고 증거가 하나도 없다면 대한민국 판사 누구라도 100% 영장을 발부하지 않을 것”이라며 “판사 앞에 가서 얘기하면 된다”고 맞섰다. ‘사법 사냥’이란 표현에 대해선 “말씀이 점점 험해지는 것 말고는 새로운 얘기가 없는 것 같다. 영장 청구서를 자세히 읽어보시면 그런 말은 안 나올 것”이라고 했다. 검찰도 이 대표 발언에 대해 “형사·사법의 신뢰성을 깎아내리는 말로 심히 부적절하다. 정치적 언어로 수사팀을 모멸한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월례회의에서 노자 『도덕경』을 인용해 “하늘의 그물은 크고도 넓어서 성긴 듯하지만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天網恢恢 疎而不漏·천망회회소이불루)”며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말로 흥한 자 말로 망한다. 조국 전 장관 때처럼 부메랑이 될 것”(정진석 비대위원장), “썩은 죄를 밝히는 게 왜 정치 탄압이고 검찰 독재인가”(박정하 수석대변인)라며 이 대표를 맹비난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