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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3대 핵전력 더 늘리겠다” 바이든 “핵 카드는 큰 실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1년(2월 24일)을 하루 앞두고 핵전력 강화를 선포하며 핵 위협을 이어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핵 카드’에 대해 “책임감이 없다”고 비판하면서도 그가 핵무기를 사용할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3일 ‘조국 수호자의 날’ 기념 연설에서 “3대 핵전력을 강화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3대 핵전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장거리전략폭격기를 말한다.

이를 위해 핵탄두 여러 개를 탑재할 수 있는 신형 ICBM ‘사르마트’를 올해 배치하고, 공중 기반 극초음속 킨잘 시스템의 대량생산을 계속하기로 했다. 또 함정에 탑재하는 지르콘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은 대량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의 핵전력 증강 발언은 지난 21일 국정연설에서 미·러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지 이틀 후에 나왔다.

미·러 양국의 핵탄두 수 제한과 쌍방 간 핵 시설 사찰 등을 골자로 하는 뉴스타트에 푸틴 대통령이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핵 경쟁을 막아줄 장치가 사라지고 세계 핵 위험이 더욱 증가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폴란드를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뉴스타트 중단 선언은) 큰 실수로 책임감 없는 행동”이라면서 “하지만 그가 핵무기나 그와 비슷한 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22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열린 ‘조국 수호자들에게 영광을’이라는 이름의 애국심 고취 콘서트에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개전 1주년을 맞아 전쟁을 지지하는 선전전 차원으로 약 20만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하 15도의 혹한에서 몇 시간이나 기다린 것에 비해 푸틴 대통령의 연설은 3분30초에 그치는 등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어 실망한 사람이 많았다고 러시아 독립 매체 메두자가 전했다. 관람객은 공공기관·공기업·학교 등에서 동원됐으며 일부는 최대 1600루블(약 3만원)을 받고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선 두 번의 애국 콘서트와는 다르게 경기장 주변에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해 방공미사일 체계 등 군사 장비가 발견됐다고 러시아 독립 매체 TV레인이 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동유럽 9개국 정상은 22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부쿠레슈티 나인(B9)’ 정상회의에서 “러시아는 나토 안보에 가장 중대하고 직접적인 위협”이라며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B9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 사건을 계기로 이듬해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결성된 동유럽 정상들의 모임이다.

폴란드·불가리아·체코·에스토니아·헝가리·라트비아·리투아니아·루마니아·슬로바키아 등 9개국 정상은 이 자리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사일·헬기 등 공격용 무기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의 상호 방위 공약 5조는 미국이 맺은 신성한 약속이며, 우리는 문자 그대로 나토의 한 치의 영토까지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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