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관련 정보보고서 삭제 지시 혐의를 받는 경찰 정보·경비 라인 관계자들이 참사 수습 과정에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공모한 정황이 드러났다.
23일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이 확보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의 추가 공소장에 따르면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 등을 비롯한 경찰 정보·경비 라인이 경찰 책임을 은폐하기 위해 "사고에 대한 경찰의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여론 형성을 시도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익자 부담 원칙', '경찰의 경비원화 방지', '경찰 만능주의 극복' 등의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도 적시됐다.
박 전 부장은 참사 직후인 지난해 10월 31일 경찰청 경비국 관계자들에게 "경찰은 안전확보의 1차 책임자가 아니다. 앞으로 경찰의 경비원화를 막는 좋은 논리니까 지역축제, 행사에 경찰이 안전유지의 일부분을 담당하는 관행을 깨고, 범죄와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에 위험이 있을 때만 경찰이 압도적 강제력으로 장악하는 방향으로 나가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에 경비국 관계자들은 "맞는 말씀이다", "논리 개발에 주력하겠다"며 호응했다.
아울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참사 직후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한 발언한 것에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은 현재 경찰에 부여된 권한이나 제도로는 이태원 사고 같은 것을 예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이런 취지 발언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한 기사를 보내면서 경찰청 경비국 관계자는 박 전 부장에게 "불똥은 면하겠습니다 ㅎㅎㅎ"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이에 박 전 부장은 "끝부분. 앞으로 보완하겠단 내용이 찜찜하네. 축제, 행사의 안전유지 책임을 경찰에 맡기는 입법이 이뤄질까 봐"라고 말했고, 경비국 관계자는 "넵, 흐지부지 전략, 시간 끌기로 ㅎ"라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소장에는 또 이들이 핼러윈 대응 관련 보고서 4건 중 3건의 존재를 은폐하려고 한 정황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를 앞둔 지난해 10월 용산서 정보과에서 작성된 4건의 보고서는 모두 인파 운집으로 인한 사고 위험이 있고, 이를 대비한 경찰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다만 참사 이후 이 중 3건은 삭제된 상태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8일 보고서 3건의 삭제를 지시한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을 증거인멸교사 및 공용전자기록등손상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30일 용산경찰서 정보과가 작성한 인파 급증 예상 보고서 1건을 삭제하라고 지시하고 작성한 직원을 회유·종용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용산서 정보과 직원 A씨는 위계에 의해 직무 밖 행위를 한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 특수본이 지난해 12월 13일 보고서 1건 삭제 지시 혐의로 이들을 구속 송치하자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이들이 보고서 3건 추가 삭제를 지시한 사실을 확인해 추가 기소했다고 설명했다.